요리조리

모처럼, 가을비 내리는 날에

nami2 2021. 11. 8. 21:57

20일 정도, 가을 가뭄이 계속되는가 했더니 생각치도 않았던 가을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다.

비 내린다는 예보가 뜻밖이라서 반가움에

부랴부랴 시장에 가서 양파 모종을 구입한 후, 모종을 심으려고 밭에 갔었는데

가을비 치고는 너무 요란하게 비가 내렸다.

 

천둥 번개와 함께 내리는 무지막지한 비와 바람은 순식간에 우산을 엿가락 처럼 못쓰게 만들더니

계속해서 번쩍거리며  위협을 하는 천둥 번개에

혼비백산해서 호미자루를 내던지고  "걸음아 나 살려라" 집으로 도망치듯 걸어가는데

들판에서 집 까지 10분 정도의 거리가 한나절 걷는 것 처럼 무척 힘이 들었다.

 

모처럼의 가을비 내린다는 예보와 함께  단비라는 것에 즐거워 해야 하건만

손 쓸틈도 없이 무섭게 내리는 비를 맞아서 춥고, 천둥번개 때문에 너무 두려웠던 기맥힌 날이 되었다.

운치있게 내리는 가을비가 아닌, 여름날의 소나기 처럼 퍼부었다는 것이  재미 없었음을 메모해본다.

 

이제나 저제나 비가 그치면 ,밭으로 가서 양파모종 사온 것을 심어보려고 창문을 자꾸만 열어보니

아파트 뒷곁의 공원은 비가 내려서, 곱게 물이 들어가는 단풍의 모습이 예뻐보이기 까지 했다.

그러나 비 바람이 너무 거세어서 하루종일 비가 내린 후에는 

저렇게 멋진 나뭇잎들이 멀쩡할까 걱정이 앞섰다.

 

텃밭에서 씨를 뿌려서 키운 '청경채'가 냉장고 야채박스에서 골치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무슨 반찬을 해야만  야채박스에서  추방을 시킬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야채박스 안에서 뒹굴거리는 것들을 모두 넣고, 반죽을 해서 '청경채전'을 부쳐보기로 했다.

 

청경채가 몸에 좋다고 해서 텃밭에 심어놓기는 했지만, 막상 텃밭에서 뜯어와보니

무엇을 어떻게 해먹어야 맛있는 것인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자꾸만 누런 떡잎으로 탈색되는 모습이 눈에 가시가 되었기에,그냥 버리기는 아깝고 해서

깨끗하게 손질을 해서 이것 저것을 넣고 전을 부쳐 먹어보기로 했다.

비 내리는 날에 딱 어울리는 전이지만, 채소가 청경채라서 맛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강화도에서 날아온 '속노랑 고구마'를 채썰어서 전 반죽 하는데 넣어보기로 했다.

 

냉장고에 있는 이것 저것은...

일단, 속노랑 고구마 채썰어 놓은 것

그리고 묵은지 헹군것, 땡초2개, 쪽파, 양파, 물오징어, 당근, 마른새우 다진것, 계란 1개

 

튀김가루와 부침가루 그리고 계란 1개를 풀어서 반죽을 한후

준비 해놓은 재료들을 몽땅 넣었다.

맛이 있거나 말거나....  

냉장고 안에서 눈에 가시같은 청경채를 치워버리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는 작업이었다.

 

노릇노릇 전을 부쳐보았다.

청경채전이라는 이름을 붙여놓고도 과연 맛이 있을까였다.

 

우선 노릇노릇하게 부쳐진 "청경채전"을 맛보기로 했다.

금방 부쳐낸 따끈한 전이기 때문에 맛은 그런대로 먹을만 했고, 특이한 맛이 괜찮았다.

배추전 맛이라고 하면 될것 같았다.

무우전, 배추전, 상추전, 쑥갓전, 쑥전, 산나물전,냉이전 ...등등

뭐든지 전꺼리로 부쳐내면 먹을만 한 것 아닌가 중얼거리면서

청경채전이라는 또하나의  채소전을 만들어봤다.

 

비가 개인 오후는 겨울의 그림자가 가득했다
단풍이 예쁘게 물들기도 전에, 미친 바람과 함께 찾아온 소나기 같은 거센  가을비에

견디지 못하고 떨어진 나뭇잎들은 마당가에서 낙엽이 되어 나뒹굴고 있었고

나뭇잎을 떨군 앙상한 나무들은 생각치도 않게  겨울나무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맑게 비개인 오후의 하늘은

전쟁이 스치고 지나간 폐허의 들판에서, 언제 무슨 일이 있었던가를  되묻는 것 같은, 멀쩡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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