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하얀 백합꽃이 필 무렵에

nami2 2022. 6. 13. 21:25

6월로 들어서면서  집 주변, 매실농장  매실나무에  통통하게 매달린 매실들을 자주 보게 되었다.

추운 겨울의 1월25일쯤 부터 매화가 피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매실청을 담글 만큼 열매가 커졌다는것이  신기했다. 

차일피일  시간을 보내면서 재래시장에 매실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해마다 12월에 김장을 하듯이, 6월에는 매실청를 담아야 한다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었기에 눈치만 보고 있었다.

 

산책길에서 활짝 핀 하얀 백합꽃을 만났기에, 본격적인 초여름이란 것을  의식하게 되었고

살다보니 백합꽃 필 때 쯤이면  매실수확을 한다는 것이 머리속에 입력이 되어 있었다.

시골동네 골목, 골목의 마당가에는  연로하신 집주인이 부재중이어도 꽃은 흐드러지게 잘도 피고 있었다.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없는  쓸쓸한 마당가에 

하얀 백합꽃이 집주인의 부재를 아는지 모르는지, 참 예쁘게도 피어 있었다.

 

23년전, 친정어머니 49재를 지내러  절집으로 가다가 잠시 들렸던,  어머니가 없는 집 마당가에는

양팔로 벌리면, 한 아름 정도의  하얀 백합꽃이 정말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서 눈물을 쏟은 적이 있었다.

그뒤 부터는  이렇게 집주인이 부재중인 마당가에 핀 하얀 백합꽃을 보면,  늘 가슴 한켠이  멍해진다.

 

어촌마을의 작은 집에는 바람막이 돌담이 꽤 높은데, 돌담 밑의 하얀 백합꽃도 역시

지금은 먼곳으로  떠나가신 어르신이  심어놓은  백합꽃으로 알고 있다.  

 

노란 백합꽃도 피고 있는 백합꽃의 계절이지만, 하얀 백합꽃 만큼이나 애착은 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노란 백합꽃은 바다건너에서 들어온 수입 원예용이니까..

그래서 그런지 흰 백합꽃 만큼 향기는 진하지 않은 것 같았다.

 

어느집 마당가에 핀 노란 백합꽃

 

우리집 텃밭에  코스모스가 첫선을 보였다.

요즘 날씨가 서늘한 가을날씨 같아서인지  가을인줄 착각을 한 것 같았다.

텃밭에는 쑥부쟁이꽃, 참취 꽃도 피고 있기 때문이다.

 

하얀 백합꽃이 피기 시작하니까  재래 시장에 매실이 나오기 시작  했다.

이곳저곳 들판에서 매실 따는 모습도 보였다.

올해는 5월에 날씨가 너무 더웠고, 가뭄이 심해서 매실이 가격이 지난해 보다 비싸다는 말이 있었다.

 

홍매실 10키로에 30,000을 주고 구입을 했다.

청매실보다 홍매실(홍매화)이 "약효가 좋다"라는 소리를 들었기에  청매실보다 10,000원을 더 주고 사왔다.

시장가격 청매실은 20,000원이고, 홍매실은 30,000원이다.

 

매실을 잘 씻어서 물기를 제거한뒤

매실 꼭지를  파내고, 소주로 스프레이를  하면서 뒤적뒤적 골고루...

소주로 스프레이 하면 소독이 된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매실 씨 빼내는 도구를  구입을 한후, 3년째 잘 사용하고 있다.

작두 처럼 생긴 중앙에 매실을 넣고 살짝 누르면  매실이 쪼개진다.

쪼개진 매실에서 씨를 빼내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씨 빼내는 도구로 절반을 자른후, 씨를 빼내고 있다.

예전에는 매실의 씨를 빼내지도 않고 매실청을 담았지만, 요즘은  매실 씨에 독이 있다는 것 때문에

일일히 씨를 빼낸 후에 매실청을 담고 있다.

유난스런 내 성격 탓에 사서고생을 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씨를 빼낸 매실에 우선 흰 설탕으로 버무린 후

통에 담을때 갈색 설탕을 넣을려고 한다.

 

매실 10키로에서, 씨의 무게를 달아보니 ,1키로 정도 되었다.

 

매실 10키로 

씨를 빼내지 않으면 100일 정도 되면, 꼭 매실을 걸러내야 한다지만

씨를 빼낸후  매실청을 담가놓으면 100일이 지난 후 아무때고 걸러내도 된다.

왜냐하면 매실씨에서 나오는 독성이 없기 때문에, 매실청 담근지 6개월 지나서 걸러내기도 한다.

 

매실청을 담근후 하루 지났을뿐인데, 벌써 이만큼  매실액이 빠져나왔다.

씨를 빼내는 작업을 비롯,  하루를 꼬박 매실과 시간을 보내고나서   

이튿날 매실액이 빠져나온 유리병을 바라보니 마음이 뿌듯했다.

 

예전  어린시절에  100포기 정도 김장을 끝내고, 메주콩 사다가 청국장  만들어 놓고

연탄 1000장 들여놓은 후 ,겨우살이 준비 끝냈다고  흐뭇한 미소를 보이시던 어머니 마음이 이런 것인가.?

꼭 해야만 했던 매실청을 담가놓고 나니 마음이 날아갈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