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차거운 느낌의 겨울바다

nami2 2021. 12. 27. 21:39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마을에는 추워봤자 영하2~3도였고

지난번에 반짝 추위였던 영하6도는 한낮이 되면서, 날씨가 따뜻해졌기에 추위는 그다지 실감하지 못했었다.

그랬는데,

토요일은 영하 7도였고, 일요일에는 영하8도, 월요일인 오늘은 영하4도...

계속해서 기온은 영하에 머물러 있어서인지, 오랫만에 실감해보는 겨울추위였음을  인정해본다.

 

아주 추운날 주말 아침에, 알바를 하러 가느라  해안가에 위치한 마을버스 승강장에서 하차하였더니

아무도 없는 승강장에 나혼자 떨궈놓고, 떠나는 마을버스 뒤꽁무니도 쓸쓸하고 추워보였지만

버스에서 내린후, 눈에 보여지는 풍경은  인적이 없는 한적함이 어우러져서인지 더욱 추운바다가 되었다.

하늘과 바다의 색깔이 똑같은 추운바다, 그래도 풍경은 멋졌다.

 

마을버스를 좀 더 타고가서 하차해도 되는 해안가의 버스노선이지만

추위를 좀 더 실감나게 느껴보고 싶어서 해안데크길로 들어섰다.

해안 데크길에서  느껴진 영하 7도 추위의 강도는, 사진을 찍는 손가락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물론 옷차림은 눈위에서 굴러도 춥지않을 만큼 완전무장을 했었기에 해안가를 걸어도 추위를 느끼지 못했는데...

따뜻한 온실속 처럼 자꾸만 꽃이 피었던 겨울이, 어느 순간 업그레이드 된 것 같은 느낌의 추위가 재미있었다.

  

햇살이 퍼지는 아침 바다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영하7도 바닷가에서 느껴지는 체감온도는 영하10도 정도 되었지만

방파제 앞에서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의 모습에서 그들만의 행복이 어떤 것인가 생각하게 되었다.

 

장미꽃을 닮은 '겹동백꽃'이 추위 때문인지, 꽃잎이 새까맣게 탈색이 되는듯 했다.

 

이녀석들!!

텃밭에서 알차게 여문 옥수수를 빼먹고, 익어가는 토마토를 쪼아 먹는 여름철에는 밉상이지만

겨울철에는 그냥 멋지게 봐주기로 했다.

 

겨울은 참새들의 세상인듯

잎이 없는 앙상한 나무울타리에서 참새들의 숨박꼭질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다.

 

휴일날에 포구에 정박된 작은 고깃배들

 

저 멀리 바다 건너, 산밑의 이층집이 내가 가는 곳인데

그곳을 가려면 해안로를 따라서 2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갈 길은 멀지만, 여유롭게 해안가에서 딴 짓을 할 수 있는 것은 버스 시간이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다.

출근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버스를 타야 한다는 것이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준다.

 

오후 3시쯤

알바를 하는 집의 마당 끝이 바다였기에

바다에 떠있는 하얀 갈매기들의 무리를 사진 찍어보았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추워보이는 검푸른 바다 한복판에서 하루종일 둥둥 떠있는 갈매기들이....

아무리 가깝게 줌인을 해봐도 바다 한복판이었기에  날개짓 하는 갈매기들은 선명하지 못했다.

 

방파제 위에도 하얀 갈매기들은 셀 수없이 많았다.

해운대 백사장, 송정 해수욕장, 일광해수욕장에 가보면 하얗게 무리를 지어서 다니고 있을 갈매기들이

겨울 바다에서는 심심치않게 해주는  멋진 풍경이 되어준다.

 

알바를 하는 집 앞의 바닷가 갯바위에 올라가봤다.

바위에 희끗희끗한 것은, 얼음이 얼어 있는 모습이었다.

자칫하면 파도가 온몸을 덮칠 것 같은 위험한 순간이지만, 가끔은 겁도없이 이런 것을 즐긴다.

 

바닷물은 분명이 짠물인데, 갯바위 주변이 꽁꽁 고드름이 매달려있고

얼음이 얼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갯바위는 완전 빙벽상태, 자칫하면 미끄러워서 바닷물에 빠질 순간이지만 그냥 재미있었다.

파도가 밀려와서 갯바위에 부서질때 느껴지는, 물보라의 파편을 피해 도망가는 것도 즐거움이 된다.

 

포구 앞의 등대와 작은 어선들

 

저녁 5시30분 퇴근시간이다.

마을버스를 타러가면서 바라본 풍경은

바로 위의 사진의 빨간 등대가 있는 아침풍경 사진과 대조적이다. 

아무도 없는....

불빛만 반짝이는 저녁시간의 쓸쓸한 포구는, 겨울 내내  혼자 바라봐야 할 나의 외로움인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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