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동안 영하로 내려갔던 날씨가 점점 회복되는 것 같았지만
언제 어느때 또다시 혹한의 날씨가 될런지 염려스러워서, 포근한 날씨 핑계로 무작정 길을 나섰다.
어디로 갈 것인가?
생수병도 준비 하지 않은채, 탱자 처럼 아주 작은 귤 두개를 주머니속에 넣고 버스를 탔다.
기장군청 앞에서 188번이나 180번 버스를 타면
해안선을 따라서 달려가는 버스 차창 밖으로, 30분쯤은 계속해서 멋진 바다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임랑 삼거리에서 하차한 후, 버스가 달려갔던 길을 거꾸로 걸어가보기로 했다.
우선 버스 승강장인 임랑삼거리에서, 임랑해수욕장 까지 20분쯤 걸어갔다가
해수욕장의 텅 빈 모래밭을 걸어본 후
해변을 따라서 기장군청을 향해 무작정 걸어가본다는 것은
꽤 미련한 짓이지만 "발바닥이 허락하는 순간 까지"라고 생각하면서 임랑해수욕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동해남부 작은 어촌마을에 위치한 '임랑해수욕장'은 정말 한적한 겨울바다 그 자체였다.
아무도 없는 쓸쓸한 겨울바다에는, 단 한마리의 갈매기도 보이지 않았음이 너무하다는 생각도 해봤다.
무수하게 찍힌 모래위의 발자국만이 겨울바다를 위로하는듯 했다.
어제 다녀온 해운대 해수욕장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갈매기들도 없는 쓸쓸한 겨울바다.....그래도 나에게는 이런 바다가 더 멋지게 보여졌다.
임랑해수욕장 주변의 작은 포구에 '물고기등대'가 꽤 이색적인 모습으로 보여졌다.
임랑해수욕장 입구에서 길잡이를 하고 있는듯한 소나무가 시원스러워 보였다.
며칠동안 얼마나 날씨가 추웠던지
추위에 상처를 입은 애기동백꽃이 애처로워 보였다.
이 정도는 그래도 건강한 편이었다.
해안가에 늘어선 동백나무의 붉은 꽃들이 모두 새까맣게 퇴색된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다.
그래도 추위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은 국화꽃은 여전히 예쁜 모습이다.
바다와 냇물이 합쳐지는 좌광천 산책로 입구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새롭게 꽃이 피는 '애기동백꽃'이 참 예뻐보였지만
또다시 찾아드는 한파에 어찌될런지는 꽃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부산 갈맷길 1-1구간은 임랑해수욕장에서 부터 시작하여, 집 주변인 기장군청 까지 이어진다.
오늘 걷기 시작했던 길은 임랑해수욕장 부터 시작 했으나, 1-1구간을 완주 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은채
발바닥이 허락할때 까지는 걸어보려고 생각해봤다.
냇물과 바다가 합쳐지는 어귀에, 까만 물닭들이 무리를 지어 있는 모습들이 눈에 띄였다.
조금 더 바다쪽으로 방파제 길을 따라 들어가보니, 갈매기는 간곳 없고
물닭과 청둥오리와 작은 물새들의 세상이 펼쳐졌다.
멀리 고리원자력 발전소가 보인다.
날씨가 맑았다면 바위에서 쉬고 있는 갈매기들이 선명하게 보여졌을텐데....
바다의 날씨는 늘 시시각각으로 변한다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그러려니 해본다.
이곳은 완전하게 까만 색깔의 '물닭' 그들만의 세상이었다.
날씨가 맑았다면 이곳 방파제도 참으로 멋진 풍경이었을텐데....
또 날씨탓을 해본다.
작은 쉼터에서,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두개의 귤을 까먹으며 잠시 휴식을 했다.
임랑해수욕장에서 1시간 정도 걸어온듯 했다.
해안선을 따라서 바닷가의 분위기 있는 곳은 모두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임랑해수욕장에서 기장군청까지 갈맷길 1-1구간의 거리는 11,89km이다.
이곳은 문동마을 등대 앞이다.
내일은 문중마을 부터 칠암마을과 동백 선착장 까지의 어촌 풍경을 소개하려고 한다.
타고갔던 버스 노선에 적혀 있는 작은 어촌마을들은
임랑삼거리~새끝~ 문동마을~문중마을~칠암마을~신평마을~ 동백마을~동백 선착장~온정마을~이동 방파제~~
계속 이어지는데....
오늘 걸었던 길은 임랑삼거리에 하차한 후
임랑해수욕장에서 동백 선착장 까지 2시간을 걷다가, 배가 고파서 버스를 탔다.
다리도 멀쩡했고 발바닥도 멀쩡했지만, 준비없이 작은 귤 두개를 주머니 속에 넣고
무작정 길을 걸었기 때문에 배가 너무 고파서 도중하차 했음을 메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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