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 후유증이 아직 몸속에 머무른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또다시 무모한 짓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면서
백신 접종후 3일째 되는 날의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섰다.
집에서 통도사를 다녀오려면 하루해가 꼬박 걸린다.
버스~경전철(4호선)~지하철(1호선)로 환승~그리고 다시 버스로 꼬박 1시간동안 시골길을 달려간후
통도사 신평터미날에 도착해서, 통도사 까지 10분을 걷고
매표소에서 부터 시작하는 숲길로 30분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긴 여정이었다.
초하루에 절에 안가면 무슨 큰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건만, 그냥 다녀왔다.
하루일과를 통도사 그리고 주변 암자에서 보낸 후, 집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7시였다.
오전 8시쯤에 집에서 나간후,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 7시.....
백신후유증은 사라졌고 몸은 멀쩡했다.
하루종일 걸었던 걸음 숫자는 19,262보의 걸음이었다.
아무런 부담없이 몸도 마음도 홀가분 했다.
통도사 삼성반월교 주변은 한여름 처럼 후끈후끈이었다.
매미소리 대신 뻐꾸기 소리가 귓가를 즐겁게 하건만, 날씨는 초여름이 아니라 한여름이었다.
낮기온이 29도였다.
일주문 옆에는 '초롱꽃'만 보일뿐, 다른 꽃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능소화꽃도 아직이고,
수국꽃도 아직은 이른것인지 ,오직 하얀 초롱꽃만 쓸쓸하게 경내를 지키고 있었다.
일주문 옆의 사그러져가고 있던 '고사목' 틈새에서, 새롭게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죽어가는 나무의 뿌리에서 싹이 나와, 새로운 나무가 되고 있음이 신기했다.
사찰에서만 볼수 있는 '보리수나무'에 노란 꽃이 피었다.
절에 계시는 불자님들께 여쭤보면, 염주를 만드는 보리수나무라고 하는데
원래는 보리자나무(염주나무)라고 한다.
은은한 향기가 있는 '보리자나무꽃'이 통도사 경내 곳곳에서 제법 눈에 띄였다.
통도사 금강계단의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사리탑의 이곳 저곳에서 보리자나무(염주나무)꽃을 볼 수 있었다.
한낮의 열기가 후끈거리는데
초하루였기에 문을 열어놓은 금강계단의 사리탑에는 탑돌이 하는 사람으로 가득찼다.
초하루에 사리탑 탑돌이는
한여름의 뜨거운 햇빛 아래서도, 한겨울의 꽁꽁 얼어붙은 강추위속에서도 변함없는 불심들이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물론 나역시도 빼놓지 않는 초하룻날의 동참이지만....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사리탑의 문을 개방하는 날짜는 음력 초하루에서 ~초삼일 까지이다.
사리탑 내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 되었기에, 사리탑을 찍을 수 없어서 꽃이 핀 보리수나무만 살짝 찍어보았다.
보리자나무는 중국이 원산지인 낙엽교목으로 6~7월에 연한 황색으로 꽃이 핀다고 한다.
절에서는 흔히 '보리수나무'라고 하는데
여러종류의 보리수나무라는 이름 때문에 헷갈림을 피하기 위해
보리자나무라고 부른다고 했다.
보리자나무의 열매는 건과로 둥근모양이며 보리자라고 하는데, 염주의 재료가 된다고 한다.
사찰에서는 일반적으로 '보리수나무'로 불리고 있어서인지, 자꾸 헷갈릴때가 많았다.
통도사 범종각 옆의 거대한 '쪽동백나무'에서
올해는 꽃은 못보았지만, 다행스럽게도 열매를 볼 수 있었다.
쪽동백나무는 낙엽활엽소교목으로 때죽나무과이다.
통도사 창건설화가 담겨 있는 '구룡지' 작은 연못에 제법 예쁜 '수련'이 피고 있었다.
요즘은 '밤꽃'이 피는 시기인 것 같았다.
숲길이며, 산길, 그리고 멀리 산등성이에도 하얗게 밤꽃이 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꽃 향기가 물씬 풍기는 통도사 개울가 숲길 옆은 온통 밤꽃이 지천이었다.
사실 밤꽃 향기는 그다지 좋은 향기는 아니지만, 6월에 볼 수 있는 꽃이 밤꽃이기에 그냥 예쁘게 봐주기로 했다.
통도사 대광명전 뜰 앞의 수국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직은 예쁘지는 않았지만, 수국꽃이 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웠다.
다음 달 음력 6월 초하루쯤에는 화사하게 꽃이 핀 수국과 능소화꽃을 볼수 있을 것 같았다.
약사전 뒷곁, 불이문 옆의 앵두나무 열매가 빨갛게 익었다.
부처님께 죄송해 하면서 앵두 두알을 따서 입속에 넣었더니, 달착지근함이 제법 맛이 있었다.
숲속의 새들에게 보시할 양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이상은 따먹을 수 없었다.
꽃들이 눈에 띄지 않는 쓸쓸한 통도사 경내였기에, 활짝 열어놓은 전각 문의 문살이 유난히 돋보였다.
채색되지 않은 '영산전' 문살이 고풍스러움으로 다가와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극락보전의 빗살무늬 문살
아직 전각 옆의 돌담에 능소화 꽃이 피지 않은 초여름인데, 더위가 일찍 찾아온듯.....
통도사 모든 전각들의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근처 숲속에서 뻐꾸기 소리가 구슬프게 들려오는 것이 아직은 초여름이라고 생각했건만
오늘의 낮기온이 너무 뜨끈뜨끈 해져서, 매미소리 들리지 않는 한여름이었다고 중얼거려본 하루였다.
코로나만 아니였다면 하루종일 붐볐을 통도사의 초하루 풍경은 아직도 코로나에 갇혀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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