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암자 산책

nami2 2020. 12. 7. 22:37

24절기 중 스물한번째 절기인 대설(大雪)이라고는 하지만, 눈이 내리지 않는 지역에서는

눈이 많이 내린다는 뜻의 '대설'은 그리 기대하지도 않고, 별로 의미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대설 아침에는 텃밭의 채소들이 간밤에 긴급 추위였는지 모두 꽁꽁 얼어 있었다.

물론 한낮에는 모두 얼었던 채소가 햇볕에 녹아 내리겠지만...

본격적으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적으로 하면서,

들판의 채소들이 차거운 겨울바람에 점점 보약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아직 김장도 하지 않아서 약간은 부담스러운 초겨울인데, 눈이라도 내려줬으면 하는 헛된 망상도 해보았다.

눈 구경 하지 않은지 3년쯤 되었는데, 올해는 이유불문하고 눈이라도 시원스럽게 내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냥 지나치지 못할 만큼 낙엽이 쌓인 숲길에서 

한번쯤은 낙엽을 밟아보고 싶다는 충동에

비구니스님들의 수행선원 암자인 것을 알면서도 또다시 암자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대성암으로 들어가는 길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여름날에 비가 내릴때의 암자 입구는 너무 길이 미끄러워서 조심스럽게 걸어야 했고

가을날에는 암자 입구에 도토리가 너무 많이 떨어져서 재미있었고

봄날에는 파릇파릇 돋아나는 연두색깔의 새순이 너무 예뻤음이...

한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되돌아본 지난 시간들이 아쉽기만 했다.

 

고즈넉한 대성암 뜰앞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멋있고, 예뻤다.

늘 그랬던 것 처럼

대성암에 가면 멀리 계명봉과 함께 어우러진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습관이 된듯 했다.

 

 숲속에 들어 앉은 비밀의 성 같은 요사채는 '출입금지' 팻말이 위엄을 보여주는것 같아서

 그냥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을 한다.

 

 대성암 뜰 앞에  곱게 핀 '애기동백꽃'

 

대성암 뒷곁, 금정산 금강암으로 올라가면서 만난 귀한 단풍이다.

모든 것들이 모두 사라진

회색빛 겨울숲길에서 마지막 남은 단풍색깔이 정말 곱다는 생각을 해봤다.

 

대성암 뒷곁 계곡의 물이 초겨울답지 않게 시원스럽게 흐르고 있었다.

남는 것이라고는 시간밖에 없어서

길이 없는 바위와 바위들을 건너뛰면서 조심스럽게  길찾아 내려가봤다.

혹여 잘못 발을 디디면, 물에 빠질 순간의 스릴를 상상하며, 겁없이 곡예를 해봤다.

 

금강암 입구

산길을 계속 오르면 금정산성 북문으로 가는 길이었지만

이날 만큼은 암자를 찾아다니는 것이 하루 일정이었기에

금강암 이정표를 따라서 금강암으로 들어갔다.

 

혹시라도 띄엄 띄엄이라도, 붉은 단풍나무가 남아 있을까 싶어서

계명암으로 가는 숲길로 들어섰지만

앙상한 나무가지외에는 보여지는 것들이 삭막함뿐이어서

암자 까지는 못올라가고 도중하차 했다.

 

 범어사 산내암자 내원암으로  가는 길에

 잠시잠깐 거쳐서 지나가야하는 '청련암'에 들렸다.

 마지막 가을을 배웅하고, 다가오는 겨울을 마중하고 싶어서 암자를 한바퀴 돌아보게 되었다.

 

청련암 뒷곁의 감나무가 일품이었다.

붉은 감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계명봉 위 까지 뻗어가는 감나무인 것 처럼....

가지가 휘어질 만큼 매달린 감나무의 감들은 과일이 아니라 그냥 멋진 풍경 그 자체였다.

 

 계명봉 산봉우리 보다 훨씬 더 높은 감나무의 감들을 바라보는 것도 즐거움이 되었다.

 감나무의 감을 볼때마다 한번도 먹는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냥 겨울날에 볼 수있는 멋진 풍경화....!!

 한폭의 그림일뿐이었다.

 

내원암은 정말 인기척 조차 없는 암자였다.

금정산 고당봉으로 가는 길목에서, 왼쪽으로 2~3분 올라가면 자리하고 있다.

적막한 암자 뜰앞에서 부터, 뒷곁 산신각으로 가는 둘레길을 걸어보았다.

누군가 동행이 있었다면  좀 더 머물면서 산신각 둘레길 끝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적막함, 쓸쓸함, 고즈넉함의 여러 단어들만 생각날뿐....

혼자서는 오래 머물지 못하고, 뒤돌아나올수 밖에 없었던 ,내원암의 국화꽃 향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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