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새해 첫날, 절에 다녀온후

nami2 2021. 1. 4. 21:58

그동안 10여년을 변함없이 신년 해맞이를 했건만,

2021년 새해 첫날에는 몸의 컨디션이 엉망이라서, 해맞이를 포기 해야 했다.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꼭 참석하려고 했었지만, 몸이 너무 많이 아파서 어쩔수가 없었다.

물론 집주변 곳곳에 있는, 일출 명소가 모두 폐쇄가 된다는 문자를 받았지만

집주변의 긴 해안로를 걷다가 ,아무곳에서 발을 멈춰도  해맞이를  할수 있는 그런 동해남부 해안가인데......

며칠동안 끙끙 앓다보니, 신년 해맞이도 아쉽게 되었다.

 

그래도 새해 첫날이기에, 몸은 많이 아파도 부처님께 새해인사를 드리기 위해 장안사에 갔다. 

새해 첫날 1월1일은 음력으로 11월18일 지장재일과 겹쳐졌다.

코로나로 인해 법회는 생략되었지만, 법당에서 나름대로 부처님은 뵈어야 했다.

또한, 장안사가 나의 재적사찰이니까 교무금도 내야하고

신도증에 2021년이라는 날짜도 받아야 하고, 장안사 카렌다도 가져와야 했고

장안사 주변의 숲속에서 영원한 안식을 하고 있는 우리아저씨께도 다녀와야 했고..

몸이 아프거나 말거나, 날씨가 춥거나 말거나, 꼭 해야 할일이 많아서 망설임없이 길을 나섰다.

그렇게 힘겹게 길을 나서서 사찰에 다녀왔는데

진짜 거짓말 처럼...

그동안 죽을 것 처럼 아파서 죽만 먹고 살았던 몸이  멀쩡해졌다.

과연 누구의 도움이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부처님과  지장보살님과

이제는 신이되어버린  우리집 아저씨...

 

아무튼 컨디션이 멀쩡해져서 절에 다녀온후,

하루에 한그릇의 죽으로 연명했던 것이, 밥을 먹을수가 있게 되어서

새해 첫날에 복을 받은셈이다.

그냥 모든 것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게 되었다는... 새해 첫날 거짓말 같은 진짜 이야기를 적어본다.

 

날씨는 추웠지만,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은 그냥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코끝이 시릴 만큼, 산속에 있는 절집 공기는 차거웠지만

정신이 번쩍 들 만큼 마음도 몸도 맑음이었다.

 

 새해 첫날에 경내에서 푸근한 미소로 맞이하는 '포대화상님'을 뵈오니 그냥 마음이 편안했다.

 

꽃이 없는 겨울에는 남천의 빨간 열매가 꽃보다 더 예쁜 모습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원효 이야기 숲 라는 타이틀로 조성된 대나무 숲길을 끝까지 걸어가보고 싶었지만

이곳 보다는 다른 곳의  또다른 숲길을 가야하겠기에 생략을 하고 돌아서야 했다.

 

새해 첫날에 날씨가 몹씨 춥다는 것을 사람들이 옷차림에서 느낄수가 있었다.

두툼한 옷차림과 추위에 움츠려든 모습들이지만

새해 첫날에 부처님을 뵈러 많은 사람들이 절집을 다녀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집 아저씨가 계신 숲으로 가는 길이다.

겨울 숲은 쓸쓸했고, 고즈넉해 보이지만 길을 걸으면서 점점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으로 가득했던 어느날은, 어느새 2년 남짓....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그리움으로 승화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훗날, 나도 함께 머물게 될 숲이라서 그런지 점점 익숙한 편안함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우리 아저씨가 머무는 숲속의 그 나무 밑에서 낙엽이불을 뒤집어 쓴채

살포시 얼굴을 내민 야생초가 눈에 띄였다.

봄날에 노란 꽃을 피어줄 '양지꽃'의  앙증맞은 모습이, 이 겨울에 그립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우리아저씨께 가는 길 옆의 작은 암자에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이다.

먼 옛날의 시골 옛 고향집에서 느꼈던 군불냄새가 진한 향수를 느끼게 했다.

 

마을버스에서 내려 20여분을 걷게되는 산길은

날씨는 추웠지만 즐거움으로 걷게되는 절집으로 가는 편안한 길이다.

고즈넉하고 평온하기 까지한 겨울풍경은 언제나 정겨움이 되어준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듣기 좋아서 가던 발걸음을 멈춰섰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느껴보지 못했던 풍경인데

올해는 지독한 추위가 계속되다보니 신기할 만큼의 꽁꽁 얼어붙은 모습을 볼수가 있었다.

 

혹독한 겨울추위가 계속되다보니  이런 멋진 모습을 오랫만에 볼수가 있었다. 

눈이 내리지않는, 그래서 늘 불만이었던 동해남부 지방에도 올 겨울에는

눈 내리는 풍경을 보았으면 하는... 주문을 걸어보고 싶어진다.

 

날씨가 너무 춥다는 것을 실제로 겪게 되는 요즘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기온이 내려가고 있음은, 북극발 한파의 영향이라는 것을 뉴스에서 알게되었지만
설마 이곳은 따뜻한 남쪽 해안가 지방인데.... 했다가 호되게 뒷통수를 맞았다.

날씨가 추워도 너무 춥다는 것을 느끼게 한것은, 며칠 전 영하의 날씨에 텃밭에 나갔다가

이상할 만큼의 몸의 컨디션이 엉망이 되어서 4일 정도를 몸져누워 버렸다.

이러다가 돌아가시는 것은 아닌가 혼자서 엉뚱한 생각도 해봤지만 결국은 살아서 이곳에 글을 쓰고 있다.

그런데...

북극발 한파가 이번주 중간에 전국적으로 기온이 영하10도 밑으로 떨어지는 강추위가 다가온다고 했다.

이것도 코로나의 장난질인가 싶을 정도로

이제껏 겨울에도 두툼한 옷을 몇번 입지 않고 겨울을 보낸 동해남부 해안가도

벌써 부터 두꺼운 얼음이 꽁꽁 얼어붙었음이, 이번 겨울은 제법 추운 겨울이 될것 같은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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