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통도사 산내암자 서운암

nami2 2021. 1. 7. 22:56

동장군이라는 단어가 실감을 할 만큼, 소한(小寒)이 며칠 지난 날씨는 엄청 추웠다.

24절기 중 스물세번째 절기인 '소한'은 겨울 중에서 가장 추운 시기라고 한다는데

옛말에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갔다가 얼어죽었다고 할 정도로 소한 추위는 대단했다고 한다.

다른 지방의 추위는 그러려니 했지만, 따뜻한 남쪽지방이라고 말하는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에도

두꺼운 얼음이 꽁꽁 얼은 것이 아니라, 꽝꽝 얼어붙었다는 표현이 겉맞을 정도로 진짜 추웠다.

 

추위가 찾아오기 며칠 전에, 통도사 산내암자 서운암에 다녀왔다.

추운 겨울날에 보여지는 것이라고는 장독대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멋진 풍경이었기에

오랫만에 찾아간 추운날이었지만 시간을 잘 보내고 왔다.

 

서운암의  삼천불전 앞 작은 연못은 얼음이 꽁꽁 얼어 있다는 것이  겨울이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겨울날의 쓸쓸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서운암의 풍경이다.

 

서운암의 약된장 항아리는 무려 500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국내산 콩으로 10여가지의 한약재를 써서 만든 약된장은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라고 한다.

 

봄날에 곱게 핀 황매화 향기가 바람에 스치던 언덕위에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풍경밖에 보이지 않았다.

멀리 영취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했던 겨울풍경 서운암이다.

 

서운암 장경각 뜰 앞에서 가을날의 흔적이

장엄하다고 할 만큼의 멋진 영취산을 배경 때문에 한참 동안 그냥 서있게 되었다.

 

서운암은 봄날에 화사하고 예쁜 모습의 들꽃 축제가 개최되는 곳이다.

그런데 겨울풍경은 그냥 그랬다.

장경각 언덕에서 바라본 서운암의 넓은 들판은 봄이 아니었기에 마냥 쓸쓸하기만 했다.

 

금낭화가 흐드러지게 피고, 골담초의 달큰한 꽃을 따먹어가며 걷던

서운암의 산책길을 마음속으로 기억하면서 한바퀴를 돌아보았다.

쓸쓸하고 호젓하고, 낙엽이 쌓여진 길은 그런대로 분위기 있는듯 했지만

겨울날의 들길은 웬지 마음까지 스산한 느낌이었다.

 

서운암을 연상하면, 당연 장독대가 있는 풍경이다.

서운암은 사계절 중에서는 가장 예쁘다고 하는 4월과 5월이다.

흐드러지게 핀 불두화, 그리고 황매화, 하얀 조팝꽃, 그리고 작약....

그런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겨울 장독대 뿐이다.

 

삼천불전 앞 장독대

 

요사채

 

수령 300년 된 모과나무의 오묘함은 바라볼수록 멋져보인다.

 

썰어놓은지 하루 정도밖에 되지 않은 무말랭이가 제대로 마르려면

이 추운 겨울에는 일주일 정도 걸릴 것이라고 괜한 걱정을 해봤다.

 

얼음 밑에 새겨진 연잎 무늬가 예뻤다.

진짜 연잎 무늬 같았지만...얼음에 갇혀버린 '개연'잎이다.

 

노란꽃이 작고 앙증스럽게 예쁘게 피는'개연'잎이 얼음장 밑에서

멋진 무늬가 된듯해서 자꾸만 들여다 보게 되었다.

 

통도사 산내암자 서운암의 일주문이 있을법한 자리에 커다란 표지석이 길안내를 하고 있다.

통도사에서 자동차길로 25분쯤 산책하듯 걸어가면

봄날에 들꽃축제로 유명하고, 장독대로 유명한 서운암에 갈 수있다.

 

'그림 > 산사의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날의 암자 주변에서  (0) 2021.01.11
통도사 산내암자 안양암  (0) 2021.01.08
새해 첫날, 절에 다녀온후  (0) 2021.01.04
암자 산책  (0) 2020.12.07
고즈넉한 암자로 가는 길  (0) 2020.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