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날씨는 자꾸만 겨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럴수록 코로나는 더 미쳐서 날뛰고 있고....
어디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들 마음 내키지 않는 발걸음은, 그냥 숲이 있는 산사로 발걸음을 돌릴뿐
소나무 향기가 있으며, 물흐르는 소리가 시원스럽게 들리는 곳에서는 추위도 잊은채
시름마져 잊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었지만 산속의 계절은 완전한 겨울이었다.
법회도 없었고, 절에 갈일도 특별하게 없는 날에, 마스크 단단히 착용하고 지하철을 탔다.
새소리가 들리는 산사 주변이라도 서성거려야만 컨디션도 좋아질것 같다는 생각이었나보다.
며칠동안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코로나 우울증인것인지, 컨디션이 엉망인 것에서 오는 우울증인지
죽을병이라도 걸렸다면 죽으면 될것이라고, 애써 마음을 달래보다가
그래도 살고 싶다는 욕망때문인지, 병원에 갔더니 소변검사후 '방광염'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염증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었지만, 살다보니 염증이 얼마나 무섭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말기암환자가 염증이 심해져서 항암치료 중단후
항염치료 하면서 너무 힘겨워 하다가 ,생각치도 않은 빠른 시간에 저쪽세상으로 떠나가는 것을 지켜봤었기에
고통이 뒤따르는 방광염도 내게는 의욕마져 잃게 했던 며칠동안의 번뇌였었다.
완전한 겨울이라고 생각했던 범어사 입구의 귀한 단풍나무가 반겨주었다.
회색빛 겨울숲만 고즈넉하게 다가올줄 알았는데
때늦은 붉은 단풍이 마음의 시름까지 달래주는듯 했다.
나무가 높아서 사진 찍기에도 버거운, 감나무의 풍경은 겨울숲을 돋보이게 했다.
범어사 3층석탑 주변의 국화꽃이 어느새 조화가 되어가고 있었다.
바스락 거릴 만큼의 마른 국화꽃도 예뻐 보였다.
약사전 석탑 주변에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국화꽃이 에워쌓았다.
짙은 국화향기가 보약이 되는듯 했다.
출입금지 라고 써있는 요사채 대문으로 보여지는 '담쟁이 넝쿨'이
또다시 가던길을 멈추게 했다.
겨울 초입에 유난히 자꾸만 눈에 띄는 담쟁이 넝쿨은 시골마을에서도 산사의 돌담에서도
자꾸만 나를 유혹을 한다.
길고 긴 돌담길을 걸을때는 마음이 평온해졌다.
범어사 경내에서 암자로 가는, 금정산 산성으로 가는 길이다.
이곳저곳 둘러보아도 삭막한 겨울 풍경속에서 그래도 시선을 돌리게 하는 단풍나무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예쁜 단풍은 아니지만, 초겨울의 산사에서는 이것도 감지덕지였다.
산등성이와 한옥과 그리고 단풍나무....
잘 어울리는 멋진 풍경이다.
수행중이오니 출입을 금합니다."
유난히 예쁘게 남아있는 단풍 숲길이지만, 짧은 글귀가 길을 막았다.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동박새가 바쁘게 움직이는 동백꽃 숲은 시끄러웠다.
즐거움을 찾는 동박새라도 있으니까 숲은 적막하지 않았다.
셀수없이 많은 새들이 감나무에서 열심히 시식을 하고 있었다.
못생긴 직박구리 녀석들이다.
겨울새들의 먹거리로 남겨놓은 감나무가 '직박구리'에게 보시를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올해는 어쩌다가 '계명봉'의 가을사진을 찍지못했다.
차일피일, 적당한 날에 만추를 즐겨보자고 했던 것이 때를 놓치게 되었다.
이또한 코로나 때문이라고....변명을 하고 싶었다.
참 예쁘다고 생각했던 단풍나무였는데
주변에 주차 해놓은 자동차들 때문에 멋진 사진 찍기는 틀렸다고 생각했다.
자동차만 없었다면, 계명봉 주변을 그럴듯하게 단풍나무와 어울러지게 하고 싶었지만....
사찰 경내까지 자동차가 침범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
통도사 경내에는 아무리 오랫동안 다녔어도 저런 모습은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올해는 범어사 500년 된 은행나무의 노란 모습은 볼수 없었다.
어느새 겨울나무가 되어버린 쓸쓸함이...
예쁜 모습을 보기위한 만추의 풍경은 또 일년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은행나무 주변에 자동차 지붕들이 즐비하다.
샛노랗게 물이 들었어도 호젓하게 서있는 은행나무의 모습은 찍을 수 없을뻔 했다.
수령 500년된 은행나무 주변에 꼭 자동차를 주차 해놓아야 하는 것인지?
유감스러움을 입속에서 중얼중얼 해봤자 들어주는 사람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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