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만추의 산사 풍경

nami2 2020. 11. 30. 23:22

 책상앞에 놓여진 카렌다를 넘기니 마지막 한장이 달랑 남겨졌다.

 우여곡절한 한해가 마무리 되어야 할 시간들이 30일 남겨졌을뿐인데.... 

 원점회귀하듯 또다시 코로나가 기승을 떨고 있는 세상이 마냥 유감스럽기만 하다.

 집 앞의 코로나 선별진료소가 텅텅 비어서 , 책상위에 흙먼지가 쌓이던 가을날은 속절없이 지나갔고

 새삼, 움츠려들 만큼 추운 계절에 줄을 서서 검진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들이 꽤나 쓸쓸해 보였다. 

 이제 가을끝, 겨울 시작인데....언제쯤 코로나는 사라질런지?

 그냥 날씨가 춥다는 핑계로 방콕을 하고 있으려니, 우울증만 커져가는 느낌이다.

 

 

 낙엽이 쌓여서 더욱더 을씨년스러운 마음은, 코로나 때문에 선뜻 경내로 들어서지 못하고 

 숲길로 들어섰다.

 갈곳도 마땅치 않고, 마음은 답답하고...

 결국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절집이었고, 익숙하게 드나들던 숲길 언저리에서 경내를 바라보는 것이다.

 부처님 전을 향해 합장 3배 한후

 솔바람소리와 새소리 , 그리고 낙엽냄새에도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다는것이 다행스럽다고 생각했다.

 또다시 코로나로 인해서 일상의 발목이 묶여진 세상은 씁쓸하기만 하다.  

 

 어쩌다가 가뭄에 콩나듯이  남아 있는, 예쁜 가을 단풍에게 위안을 받으며

 겨울 내내 남겨질 낙엽들이 떨어진 추운 개울가를 서성거려 보았다. 

 

통도사 일주문 앞의 단풍...

 

 마지막 이 모습이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냥 겨울내내 있어줬으면 하는 생각뿐이다.

 

 시탑전"으로 올라가는 긴 계단이 까마득하게 보였다.

 마음도 몸도 지쳤음인지, 선뜻 계단을 오르기가 힘겹다는 생각을 했다.

 

 바싹 마른 낙엽이 많이 부서져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다녀갔는지

 그래도 낙엽이니까 멋스러웠다.

 

 통도사 주변의 나무들은 모두 겨울나무가 되었는데,

 늦깍기 단풍이 화사함으로, 무채색 풍경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것 같았다.

 

 회색빛 절집 풍경에 어쩌다가 남겨진 단풍들은, 마지막 가을에 대한 유종의 미를 거두는것 같았다.

 

 세찬 바람이 불면 모두가 날아갈 낙엽이지만

 그래도 겨울이 다가도록 거센 바람이 불어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낙엽이라도 있으니까 분위기가 있어서 좋다는....

 

 낙엽이 쌓여진 언덕 위에서 통도사 경내를 바라보는 것도 괜찮았다.

 만추의 멋진 풍경 통도사 였음을 모든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나무사이로 보일듯 말듯한 절집 풍경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다.

 봄에는 꽃잎 사이로 보일듯 말듯

 만추에는 몇개 남지 않은 단풍 사이로 보일듯 말듯....

 전생에서 보았던 풍경들이라고 몇번씩 강조하는 것은 아마도 내가 전생에 절집에 살지 않았을까?

 생각할수록 그리운 풍경들이다.

 

 앙상한 겨울나무의 고즈넉한 풍경도 무척 좋아한다.

 눈물이 흐를 것 같은 그리운 풍경들이다.

 알수없는 그리움이 들어있는 겨울나무의 쌓여진 낙엽....!!

 

 이곳 아니면 이런 풍경을 볼수 없었기에 일부러

 깊은 상념속에 빠져들어 사색의 길을 걷고 싶었던 것이 진짜 속마음이었다.

 아마도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 아니라고 자꾸만 부인해보지만, 마음은 자꾸만 허탈의 늪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 같았다.

  

 아마도 내가 다시 찾아갔을때는 완전한 겨울풍경이 되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요사채  뒷곁을 걷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이곳에는 단풍도 사라졌고, 낙엽도 흔적 간 곳없이 사라져갔다.

 

일주문 옆, 개울가의 풍경이 진짜 아름다웠다.

개울가 차거운, 그리고 유리 처럼 맑은 물속에 반영된 통도사 일주문은

해마다 어김없이 찍어보는 사진이지만, 한번도 놓쳐보지 않은 풍경이다.

20년을 다녔어도 한번도 그냥 지나치지 않은 만추의 풍경은 그냥 볼수록 멋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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