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찬바람이 제법 불어대는 거리에는 겨울의 발걸음이 잰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다.
오늘은 절기상 입동(立冬)이다.
입동은 겨울을 앞두고 한 해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시기이며, 가을걷이도 거의 끝나고 한숨을 돌리는 시기라고한다.
예전의 시골마을에서는 추워지기전에 동치미 무우를 뽑고, 총각무우도 뽑아서 김치를 담그고
타작한 메주콩으로 메주를 쑤고, 청국장도 띄우며 풍성한 날들이 시작되는 것을 보았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을 하시던 어른들도 부모님도 모두 계시지 않는 세상은 가을이 끝자락이 마냥 서글프기만 하다.
가을은 이제 버스가 다니는 도로에 까지 깊숙히 파고 들었다.
아름답게 꽃을 피우던 벚나무에도 곱게 물이 들었다.
경북 영천에서 팔공산자락이 있는 신령면 치산리 쪽으로 가는 길의 은행나무에도 ...
이렇게 많이 달린 모과나무는 처음 보는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짙은 모과향기가 코끝을 감미롭게 한다.
햇빛이 눈부시게 비치는 한낮의 은행나무는 말그대로 샛노랗다.
어둠이 내려앉는 오후의 은행나무는 웬지 우중충하고 서글픔이 엿보인다.
산길에 떨어진 은행나무는 더욱 외로워 보인다.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껴보기 위한 단풍잎의 고운자태는 정말 예술작품이었다.
아직도 사과 딸 때가 되지 않은듯~~ 과수원에는 사과향기가.
한입 베어물면 최고의 단맛이 날 것같은 '부사'를 사러 이곳 저곳을 기웃거려 보았지만
아직 사과 파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서리도 내리고 ,찬이슬도 내리고 ,호박넝쿨도 말라버린...
안간힘 겨루기로 살아남기위한 마지막 생명줄을 부여잡은 호박 늦동이
경북 봉화에서 보았던 '알프스오또매'를 닯은 미니사과
가을이 끝나는 계절에 사과 밭에서 '나이 오십이 넘으면'이라는 글귀가 생각이 나서 몇자 적어본다.
삶에 있어서 20대의 풋풋한 청춘은 어제인 듯 싶고
자신감과 자만심에 자기 주장이 유독 강한 30대를 지나 여전히
잘난 마음을 추수리지 못하고 50을 넘어 세상을 바라봅니다.
나이 오십이 넘었다는 것은 이 세상에 와서
경험할 것들을 경험해 본 대충 세상을 아는 나이
적당히 세상과 타협도 하고 또한 대충 자신을 고정화 하기 딱 쉬운 나이
남의 이목이나 시선에서 자유로운 나이
그러기에 잘못하면 자신의 허물을 바라보지 못하며
자기만을 내세우며 자기의 잣대로 자기말만 반복적으로
뱉어내는 나이, 또한 말이 많아지는 나이
세상에 이것 저것 간섭과 이야기 할 것이 많은
나이이기도 하며 자기를 좀 알아주어야 하는 아집과
독선에 치우치기 쉬운 나이 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먹고 자고 살아온 날이 50년인데 갈수록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이 갈수록 철이 없어집니다.
나이 오십이 넘었다는 것은 묵은 나이 만큼이나
세상을 좀 달리보고 세상 사는 일에 있어서 조금은
한발짝 뒤로 물러나서 땅을 딛고 산 만큼이나 이젠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는 것인데....
그동안 미루어 왔던 하늘의 소식에 귀를 기울여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기 중심에 서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면
나름 구구절절 사연도 많고, 할 말도 많겠지만 그또한 울고 ,웃고,기쁘고
좌절하고, 성취하고,극복하고, 실패하고...
수많은 그런 경험들이 중생의 삶의 희노애락이 반복 연속하는 것 일뿐인데..
그동안 너무 많이 생각하고 ,분별하고, 판단하고 , 너무 많은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이젠 산도 바라보고, 바다도 바라보며, 자연의 소리에
더한층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가벼운 구름 위로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며 그 안에 그득한 별들의 소리를 들어 보렵니다.
인터넷 목탁소리 <벽송과의 즐거운 동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