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키우는 꽃들도 그들 나름대로 살아갈 이유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살아야 할 권리가 있는 것인지
무관심속에서의 일년은 눈깜짝할새 지나갔다.
한번 맺은 인연을 싹둑 잘라 낼 수가 없어 한지붕 밑에서 세월을 보내다보니 꽃은 피고 ,지고, 또 피고...
사람이라면 ~처음 마음 먹은 대로 변함없어야 하는데, 내코가 석자다보니 점점 꽃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꽃들은 어김없이 또, 꽃을 피워주었다.
베란다 한쪽 구석에서 묵묵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꽃베고니아'
10일에 한번 물만 주면 혼자서도 잘 크고 있다.
잎사귀에 윤기가 자르르 흐른 모습이 너무 예쁘다.
우리집 베란다에서는 상추가 자라지 않는다.
텃밭에서 채소를 키우는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인데, 땅 한평도 없어서 집안에서라도
채소를 키워보려고 시도를 해보았다.
그런데 상추는 웃자라서 실패를 보았지만, 쑥갓은 잘 크고 있다.
아주 작은 다육이 '부영'을 가까운 이웃에게 선물을 받았기에 애지중지 키웠는데
닥쳐온 겨울을 무사히 지낼런지 걱정스럽다.
11월초에 꽃봉오리를 보이기 시작한 '게발선인장'의 생명력은 강하기만하다.
지난해 꽃을 피우고 금방 돌아가실 것 같았는데
또 한해를 잘살아 주었으며, 어김없이 꽃을 피우고 있다.
꽃 봉오리가 나오기 시작한지 10일만에 이런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 꽃이름을 아시는분!
벌써 5년동안이나 한집에서 살면서 이름을 모른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요즘은 일주일이 왜그렇게 빨리 가는지?
어쩌다가 베란다에 나가서 꽃을 보면, 꽃의 성장이 얼마 만큼 시간이 흘렀나를 알 수 있다.
성질 까다로운 하얀 게발선인장이 꽃봉오리를 내보였다.
하얀 게발 선인장도 10일이 지나니까 어렴풋하게 커지는 것 같다.
곧 생명이 다할것 같은 위태로움으로 일년을 버티었다.
자연으로 돌아가실 것에 대비해서 마음을 비우면서 일년을 보냈건만
끈질긴 생명을 부여잡은 모습에서 애처로움까지 가져보았다.
이미 흙으로 돌아 갔어야 할 게발선인장이다.
한해를 보내면서 몇번이나 사경을 헤맸었다.
끈질긴 생명이었다. 결국은 또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꽃이 모두 지면 이번에는 회복이 불가능할 것 같다.
나와의 인연이 벌써 5년째이다.
또다시 삭막한 겨울의 베란다를 화려하게 하고 있다.
나의 정성이라면 회복이 가능할 것 같은데, 회복은 물건너 가버린것 같다.
거의 회복이 불가능한 것 같으면서도 또 한해의 겨울을 예쁘게 장식해준 게발선인장!
어쩌면 내년 겨울에는 꽃을 볼 수 없음에 미리 부터 안타까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