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시 신령면 치산리 수도사에서 3,3KM를 산길로 걸어가면 팔공산의 제일봉인 비로봉아래 '진불암'이 있다.
진불암은 대한불교 조계종 제10교구 본사 은해사 말사이며, 천년고찰이다.
단풍이 곱게 물든 산이 좋아서 진불암으로 가는 호젓한 산길을 걷기 위해 팔공산으로 들어 갔더니
아쉬운 이별을 하기전의 단풍잎은 어느새 낙엽이 되어 깊고 깊은 산길에 주인공이 되어가고 있었다.
산모퉁이를 돌아가기 전에 사뿐이 내려 앉은 낙엽위를 걷는 기분은 ....
수도사에서 길을 나섰다. 진불암을 향하여....
거의 낙엽이 길 위로 내려 앉은 산 밑에는 오색찬란한 단풍이 마지막 가을을 배웅하는듯
곱게 치장을 한채 길손들의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것 같았다.
진불암으로 가는 길의 첫번째 다리에서 등산화 밑창이 덜렁거리기 시작했다.
싸구려도 아닌데 오래도록 모셔 놓은 탓에 접착부분이 떨어졌다.
붉은 조명불빛을 받은 나뭇잎처럼, 유화로 그린 화폭의 그림처럼 단풍이 환상 그 자체이다.
거울처럼 맑은 물속을 드려다보니 송사리와 이름모를 물고기가 놀고 있었다.
제멋대로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소나무에도 노란색의 단풍이조금씩 엿보인다.
늘 푸른 소나무도 서글픈 늦가을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보다.
떠나가는 가을 앞에서도 물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흐르고 있다.
곧 얼어붙을 겨울이 오면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봄을 기다릴것이다.
진불암으로 가는 길의 두번째 다리를 사람들은 '빨간다리'라고 부른다.
출렁거리는 빨간 다리도 건너지 못해서 망설이고 있는 바보 같은 '나는'
눈 딱감고 건너기 위해서 지금 쉼호흡을 하고 있다.
진불암 가는길에 오직 꽃한송이 구절초!
등산화 밑창이 모두 망가져버린채 진불암으로 가고 있는데, 길이 제멋대로이다.
정말 호젓한 산길이었다.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놀래서 쳐다 보았더니
다람쥐 두녀석이 어린애들 마냥 천진스럽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산길에서 만난 '천진불'의 화신 같았다.
떨어지는 마른 낙엽위에 산길이 없어졌다. 어림잡아서 걷는 기분은 재미있었다.
그래서 일년중 늦가을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인가보다.
산길에 구르는 가랑잎은 미끄러워서 꽤나 조심을 해야할 것 같다.
특히 등산화 밑창을 떼어내서 배낭 뒷주머니에 넣은 상태에서는
낙엽은 멋스러운 것이아니라 한없이 위험할뿐이다.
학창시절부터 오랜 세월 동안 산에 미쳐서 등산을 하고 다녔지만
등산화 밑창이 떨어진채 산을 오르는 것이 처음이다.
나이를 먹은 탓으로 돌려야할지, 사전점검을 하지않은 나의 부주의 탓일것이다.
수도사 종무소의 모습이다.
지금 수도사에는 대웅전을 불사하느라고 경내가 엉망진창이다.
그래도 경내에서 바라본 팔공산 자락이 멋스럽다.
수도사 '원통전'
관세음보살님을 모신 원통전 옆의 '보물 1217호 노사나괘불탱'이 보이지 않아서 몹시 쓸쓸해보인다.
원통전만 덩그만히 있던 옆자리에 대웅전 불사를 하는 것 같다.
지난 가을 이곳에 왔을때의 고즈넉한 모습은 사라지고, 무언가 어수선함이 느껴진다.
수도사 경내에 들어서면 '노사나불괘불탱'이 한눈에 들어 와서 경이로움까지 느꼈었는데
지금은 쓸쓸함과 허전함으로 가득한 원통전 앞에서 국화향기로 대신하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