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1169

가을을 마중하는 암자 뜰 앞

엊그제 까지만 했어도 더워서 못살겠다는 투정이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참으로 사람의 마음 처럼, 간사한 것은 없다고 생각 해봤다. 부득이하게, 음력 8월 초하루(양력8월27일, 토요일)를 알바 때문에 이틀을 보내고 난 뒤 음력 초3일(월요일)에 절에 가기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버스나 지하철에서 빵빵하게 나오는 에어컨의 차거움이 너무 추워서 몸을 움츠려야 했었음이 참 우습다고 생각해봤다. 폭염 때문에 아이스 커피를 즐겨 마시고 얼음물을 하루에도 수없이 마셔대던 그 때는 어디로 갔는지? 어느새 가을!! 창밖으로 들려오는 한 밤중의 매미소리는 소음공해 였는데 서늘한 바람과 함께 ,이름모를 풀벌레 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는 것이 싫지않은 이유는 분명 가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메모하고 싶어..

음력 7월 백중날, 통도사 풍경

음력 7월15일은 백중(우란분절)이었기에, 절집에서는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천도재 기도를 끝내는 날이었다. 기온은 한여름의 최고치에 다달을 만큼 무더운 날씨였지만 조상님을 위한 천도재를 간절한 마음으로 염원하며 통도사 산문 입구에 들어서는데 붉은 배롱나무꽃이 화사함으로 아는체를 하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음력 7월15일은 불가에서 백중 또는 우란분절이라고 하여, 1년에 한번 선망부모와 조상님을 위한 영가천도재를 지낸다. 이날은 부처님의 십대제자 가운데 신통제일인 목련존자가 어머니를 아귀도에서 구해낸 날이라고 하는데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음력 7월15일 "안거 자자일(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참회하는 의식)"에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려 어머니를 천도시킨 유래에 따라 현세의 부모와 선망부모를 ..

보라빛 꽃이 예쁜 암자의 여름

엊그제 금요일(음력7월15일), 한낮의 기온이 35도 였던 정말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음력 7월15일은 여름안거 해제일이며, 백중날이었다. 백중은 과일과 음식 등 백가지를 공양한 백종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선방에서는 하안거 등을 정진하면서 생긴 스스로의 허물을 대중 앞에 사뢰고 참회하는 *자자(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참회를 하는 의식)*를 행하며, 불자들은 선망부모를 천도하는 우란분절법회를 가진다 이 우란분절법회는 안거수행 대중에게 공양을 올린 공덕으로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제한 목련존자의 효행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백중날에 통도사 세존 사리탑에 참배 후 기도를 끝내고 찾아간 곳은, 통도사에서 가장 가까운 보타암이었다. 보타암의 여름은 보랏빛 비비추꽃이 환상적으로 피는 곳이기에 날씨가 덥거나 말거..

음력 6월 초하루, 통도사 풍경

음력 6월 초하룻날, 절에 가기 위해서 ,3일 전 부터 일기예보를 수없이 많이 본 것 같았다. 오전 8시쯤에 집을 나서면,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오후 5시30분쯤 될 만큼 하루종일 걷는 시간을 생각하면 초하룻날에는 절대로 비가 내려서는 안된다는 나만의 법칙이 있었다. 결국 비가 많이 내린 초하루에는 텃밭 일도 급했고 겸사겸사 절에 가지 못했기에 , 이튿날(초이틀)에 다녀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초이튿날에도 양산지방에는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것으로 되어 있더니 한나절도 안되어서 오전에만 비오는 것으로 일기예보가 바뀌었다. 그래서 또 망설였는데, 당일날 새벽에 일기예보를 봤더니 하루종일 흐림에 오후 한때 비가 내린다고 했다. 그 정도라면 절에 다녀와도 되지 않겠는가 생각하며, 절에 갈 준비를 해서 길을 나섰더..

한옥담장에 핀 능소화의 매력

장마 비가 오락가락.... 내리려면 좍~~좍, 폭우를 쏟아내던지, 그렇지 않으면 내리지말던지 찔끔찔끔 내리다가 심심하면 한번씩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오늘 새벽 까지 ,3일 반 동안 그렇게 감질나게 내렸다. 그렇게 내린 비에도 텃밭의 식물들은 몸살을 앓고 있었고, 뿌리가 썩어가고 있으며 구멍이 뻥뻥 뚫린 고추들이 땅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장마로 인한 텃밭에, 역병 예방 약도 쳐야 하고, 풀도 뽑아줘야 하고, 이것저것 할일이 많건만 오늘 하루 만큼은 절대로 비를 내리지 않겠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일손 팽개친후 통도사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제 음력 6월 초하루에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기에, 뒤로 미룬 날이 오늘 음력 초이튿날이었다. 초하루라서 절에 가야 한다는 생각과 이때 아니면 볼 수 없게 될 ..

해광사 가는 길의 접시꽃 풍경

갑자기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절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늦은 오후에 집 앞에서 버스를 탔다. 집앞에서 해안로를 따라서, 버스로 15분 정도 가면 가끔씩 가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절집이 있다. 어찌 생각하면 고향 같은 절집이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이곳 절집은 23년전 어머니가 부처님 곁으로 떠나가신 후 어머니를 위한 극락왕생 기도를 하기위해 처음으로 찾아간 절집이었고 그곳에서 불자의 길을 가기위해 ,처음 시작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곳의 절집을 재적사찰로 정해 놓고나서도 이 곳 절집과의 인연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처음 시작이라는 것이 꽤 중요하다는 것을, 잠재의식 중에서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버스에서 내리지마자, 첫 시선은 바다가 보이는..

여름꽃이 예쁘게 피는 암자

녹음이 짙어가는 여름날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계절속의 5월은 이미 여름이 한창 진행되는 것 같았다. 햇볕에 나가면 따끈따끈한 더위이지만, 그래도 숲그늘을 걸어 갈때는 서늘하다는 느낌을 받게되니 아직은 숨이 헉헉 막힐 만큼의 여름은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 되었다. 5월이라고 해봤자 이미 여름이 진행중이니까, 혹시 능소화 꽃이 피었나 확인해봤더니 그래도 꽃들은 자신들의 위치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고 있는듯, 다소곳하게 꽃 필 시기를 기다리는듯 했다. 암자 한옥 담장가에 꽃양귀비꽃이 화사함을 만들어 놓았다. 정원에서만 보던 꽃양귀비꽃이 한옥 담장과 잘어울린다는 것이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솔직히 말하면 너른 들판의 큰 정원에서 가장 보기싫은 꽃이 꽃양귀비였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 할..

음력 5월 초하루, 산사풍경

음력으로 5월 초하루(양력5월30일) 월요일 긴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다. 그것도 일요일과 월요일 이틀에 걸쳐서 내린다는, 비 예보는 비내릴 확률 60%였다. 그러나 일요일에는 단 한방울도 비가 내리지 않았기에, 월요일(초하루)에 비가 많이 내린다면 걷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산속의 절집으로 가는 것은 내일(초이튿)로 미뤄야겠다는 생각 까지 했었다. 그런데 월요일 이른 아침에 잠시잠깐 10여분 동안 내린 비는 그냥 끝이었다. 우산과 비옷을 준비한채 절집으로 갔었지만, 하루종일 기다려봐도 끝내 비는 더이상 내리지 않았다. 맑고 깨끗한 물이 시원스럽게 흘러 내리던, 절집 앞의 개울물도 거의 바닥이 나있었다. 그래도 비가 오든말든 아랑곳 하지 않는 것 처럼 보여지는, 빨간꽃은 바라볼수록 예쁘..

초여름날, 불광산 장안사에서

후끈후끈 달아오르는 한낮의 열기는 절집으로 들어가는 산길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3교대 하는 동네친구의 퇴근 시간에 맞추다보니 오후 2시쯤은 열기가 최고조에 다다른 한낮(5월 중순의 한낮 기온 28도)에는 뻐꾸기도 그늘에서 쉬고 있는듯 .... 산새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한 산길을 터덜거리면서 힘겹게 장안사에 도착했더니 경내에 들어서는 순간, 포대화상님의 푸근한 미소가 마음속 까지 평온을 가져다 주는 것 같았다. 또다른 포대화상님의 둥그런 배는 사람들의 손길이 많이 닿아서인지 새까맸다. 배를 쓰다듬으면서 소원을 말하면 들어주신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했다. 명부전에서 기도를 하고 나왔더니 함께 갔던 친구가 포대화상님의 배를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할배여!! 제발 제 아픈 다리좀 낫게 해주이소 웃..

기림사 경내에 핀 예쁜 꽃들

경북 경주시 양북면 호암리 함월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천년고찰 기림사는 20여년 전에 주변에 있는 골굴사에 다녀오면서 '기림사 3km'라는 이정표를 따라 잠시 들른적이 있었는데 웬지 전생에 인연이 닿았던 절 집 처럼, 첫인상이 너무 좋았던 그런 멋진 고찰이었다. 그래서 몇년 전 까지만해도 일년에 한번 정도는 꼭 들렸던 곳인데 살다보니 이런 저런 우여곡절한 일들 때문에, 혼자서는 갈 수 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 처럼 발길이 멈춰졌다가 지인의 도움으로 오랫만에 다녀오게 되었음을 메모해본다. 기림사 천왕문 앞 기림사 경내에 핀 꽃들을 대량 꼽아보니까 매발톱, 클레마티스, 모란, 불두화....등등 인데 그중에서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매발톱 꽃이었다. 물론 매발톱이 피기 전에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