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불어오는 변덕스런 바람이 산을 넘나들면서 산 밑에 있는 아파트를 춥기만한 초겨울로 만든지가 벌써 몇날이 되었다. 얼마나 거센 바람이 부는지? 들판의 풍경은 계절을 따라서 누런 색깔의 옷을 입고 있지만 거센 파도를 피해서 산등성이 까지 날아드는 바람은 겨울바람 처럼 춥고 황량하게 했다. 황량한 벌판에 혼자 서있는듯한 외로움이 허전함을 만들었는지 문득, 나혼자만이 꼭 꼭 숨겨 놓은듯한 곳의 그 숲으로 가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져서 길을 나섰다. 스산하게 부는 싸늘한 바람 때문인지 아니면 깊어가는 가을날의 공허함 때문인지 그리움이 머무는 그 숲으로 가면, 무엇이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발길이 그곳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 기특 하다고 생각했다. 숲으로 가는 산길 초입에는 어느새 예쁜 모습의 가을색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