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색을 할 수 있는, 가을 숲길

nami2 2022. 10. 14. 21:59

바다에서 불어오는  변덕스런 바람이  산을 넘나들면서
산 밑에 있는  아파트를
춥기만한  초겨울로 만든지가  벌써 몇날이 되었다.
얼마나 거센 바람이 부는지?
들판의 풍경은 계절을 따라서  누런 색깔의 옷을 입고 있지만
거센 파도를 피해서  산등성이 까지  날아드는 바람은
겨울바람 처럼  춥고 황량하게  했다.

황량한 벌판에  혼자 서있는듯한 외로움이 허전함을  만들었는지  

문득, 나혼자만이  꼭 꼭 숨겨 놓은듯한 곳의
그 숲으로  가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져서 길을 나섰다.

스산하게 부는  싸늘한 바람 때문인지
아니면   깊어가는 가을날의  공허함 때문인지
그리움이 머무는 그 숲으로 가면, 무엇이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발길이  그곳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 기특 하다고 생각했다.

숲으로 가는  산길 초입에는 어느새
예쁜 모습의 가을색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올해 처음  접하게 되는  가을 단풍이었다.

 

도토리를   주워다가 겨울양식으로 비축해야 하는  다람쥐 조차
보이지 않는  쓸쓸한 숲길은

단풍이 물들기도 전에 , 뒹구는 낙엽들로 인해서  마음 까지 을씨년스러웠다.
어설픈 낙엽을  밟아야 하는 기분은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적막한 숲길을,  낙엽을 밟으며 걸어갔다.
인기척이 없는 숲길을  혼자 걷다보니  머릿속은  서글픈 생각으로 가득했다.

숨을 쉬고 살아가는 지구상의 세상속은,  그 어느 먼곳이라도
전화도 할수 있고   카톡도 보낼 수 있으며
영상통화는 물론이고
편지와 메일도 보낼수 있으며,  그에대한 답장도 받을수 있건만

숨을 쉬지 않는, 영혼들이 사는  저쪽 세상은
모든 것이 단절된다.
기다림도 할 수 없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막막함의 시간들이지만
그래도  맘놓고  할 수 있는 것은  그리워 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가끔은   두려울 만큼의 적막한
이  숲길을 걷는 것인지도 모른다.

숲길  끝나는 곳에서  10분 정도 산 위로 올라간 후, 숲속에서 발길이 멈춰졌다.
아무런 대화가  되지않는  숲속에  서서
혼자말로 중얼중얼...

누군가 지나가다가,  내 모습을 본다면  정신나간 사람으로 착각하겠지만

 

산새들과  친구가  되어서 ,숲에  머물고 있는 그리운 사람에게  

보고싶어서 왔노라고  인사를 해본다.
그러나  귓가로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지만

반갑다는 대답이 바람소리 되어서 들리는듯 했고

또한 눈이 빠지게 기다렸노라는 투정의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시간의 흐름속에서  서러움은 사라졌고
그리움만 남겨져서,  무언의 대화라도  느껴본다는 것이 

살아가는 나날들의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아무도 없는 적막한 숲길을 

혼자서 걸어갈 때는 많은 생각들로 인해서   긴 한숨을 쉬게 했지만
숲길을 되돌아서 걸어 나올때는  그곳에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소용돌이는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속에서도 

4년을 살아오지 않았나  스스로 또 위로를  해본다.

해마다  4월 봄날엔  그 숲속에서 덜꿩나무의 하얀꽃들이
마음을 외롭지 않게 해주더니
한 해가 저물어가는  가을날에는  

덜꿩나무의 빨간 열매로 아는체를 해준다는 것이
우리집 아저씨의  가을 선물인 것 같아서
혼자 찾아갔어도  쓸쓸하지  않았던  숲속이었음을 메모해본다.
  

울창한 숲길을 걸어나오면서   만나게 되는
암자로 가는 길의  갈림길....
산등성이에서 부는 바람이  암자 마당가를  스쳐 지나가면서
처마끝의  풍경을 건드렸는지
뎅그렁 거리는 풍경소리가  다녀가라고  자꾸만 유혹을 했다.
너무 인기척이 없어서인지  암자로 오르는 길도  쓸쓸함은 여전했다.

암자 주변의 감나무가   너무 예쁜 가을풍경을 만들어냈다.

눈이 시리게 푸른, 가을 하늘가의 붉은 감들도 외로워 보였다.

 

그  길...
암자와 숲으로  가는  갈림길의
숲길이 끝나는 곳에는  늘  그리움이 머물러  있다.
황량한 겨울이 찾아와도
그리움이 있는  적막한 숲은  산새소리와 암자의 풍경소리가   

좋은 친구  되어줘서
그다지 쓸쓸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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