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빠져나가도록 물을 퍼다준 후 텃밭을 바라봤지만 여전히 갈증을 호소하는 채소들을 바라보기가 민망하기만 했다. 진짜 가을 가뭄의 끝은 언제쯤인지? 비 예보가 없는 일기예보만 자꾸 들여다볼뿐이었다.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원망할 수도 없고... 어이없게도 그냥 텃밭농사의 한계인듯 한숨만 내쉬었다. 앞으로 10일 까지의 일기예보는 몽땅 맑음뿐, 흐림도 없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르기만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생각없이 시골동네 한바퀴를 돌아봤더니, 그윽하게 향기를 내뿜는 국화꽃이 어느새 깊숙한 가을속으로 파고 들고 있었다. 그런데... 늦은 오후에 베란다 유리창에 빗방울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빗방울 소리는 착각이겠지 하면서 내다본 아파트 마당에는 언제 부터 비가 내렸는지, 빗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