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며칠 남지 않았지만 다른 지방에서는 여전히 폭염이라고 했다.
이곳에 근접한 내륙지방에서 날아드는 문자 메세지도 역시 '폭염주의'였다.
그러나 이곳은 외계에서 왕따 당해 뚝 떨어진 행성의 어떤 세상 처럼
벌써 열흘 남짓 가을이 찾아와서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한낮에는 30도~28도 였으며, 한밤중 부터 새벽 까지는 25~23도였다.
잠자기 전에 켜놓은 선풍기를 끄지 않았다면 추워서 움츠리게 되는 밤잠!
그러다보니 감기인지 뭔지 정체를 모르는 컨디션이 늘 헷갈리게 했다.
아직은 가을 환절기가 아닌 것 같은데, 선풍기를 켜면 춥다는 느낌이고
선풍기를 켜지 않으면 무언가 답답함 때문에 선풍기를 또 켜야 했고...
으시시 느껴지는 한기 같은 것이 몸속 한켠에서 컨디션을 좌지우지 하는 것 같았다.
벌써 부터 환절기의 일교차에 신경쓰다보니, 입맛도 밥맛도 사라지고
감기몸살이 찾아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과 함께
찬 음식 보다는 뜨거운 음식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으나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다는 무기력은 식사를 건너 뛰어야 하는가 고민되었다.
어째튼 혼자 사는 사람의 서글픔은 감당하기 싫어서 냉동실을 열어봤더니
팥물과 칼국수가 눈에 띄기에 뜨끈한 팥칼국수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여름 끝자락이 되다보니 이곳 저곳에서
맨드라미 꽃이 제법 눈에 띄였다.
지금 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면
첫서리 내릴 때까지 피고지고를 반복하는데
여름꽃이라고 해야할지
가을꽃이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예쁜 꽃이니까 그냥 가을을 함께 할 것 같다.
맨드라미 꽃말은 '충성'이다.
맨드라미는 석죽쪽 비름과에 속한 한해살이풀이며
인도네시아 등의 아시아의 열대지역이 원산지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맨드라미꽃은 한 여름 폭염일 때 꽃이 피는 것 같다.
꽃의 모양이 닭의 벼슬과 닮았다고 해서 계관화(鷄冠花)라고 한다.
강원도에서는 화전을 부칠 때 고명으로 올리기도 한다고 했다.
팥죽을 끓여 먹을 때 일부러
팥물을 만들어서 냉동에 저장하는 이유는
가끔씩 팥칼국수가 생각나면 끓여 먹기 때문이다.
컨디션이 안좋을 때는
팥죽이나 팥칼국수가 생각나는 것이
팥을 엄청 좋아한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냉동실 한켠에 칼국수도 있었기에
귀찮아도 끓여 먹기로 했다.
따끈한 팥칼국수를 후~후 불면서
먹는 맛은 추운 겨울이어야 하는데
한여름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지만
어쩔수 없이 그냥 먹었다.
차거운 콩국수 보다는
또 차거운 오이냉국에 소면을 넣어서 먹는 것보다는
한여름에 뜨거운 것을 먹는다는 것은 약간 비정상인듯 했다.
뜨거운 팥칼국수를 먹었으면 시원한 보리차라도 마셔야 하건만
냉장고의 시원한 보리차 보다는
따끈한 생강차가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컨디션이 꽝인 것만은 사실인 것 같았다.
몸이 자꾸만 따끈한 것을 찾는 것을 보니까..
결국에는 감기 몸살약을 먹게 되었다.
이른 아침에 텃밭에서 일을 하며
땀을 얼마나 많이 흘렸는지?
가을 채소를 심기 위해서 밭만들기를 하다보니
체력이 방전된 것 같았다.
요즘 서늘한 가을 바람이 불어준다고 해도
삽질을 하면 땀이 흐른다는 것은
아직은 폭염의 여름이라는 이유일 것이다.
하루 해가 저물어가는 마지막 모습이다.
7시 11분에 해가 진다는...
친절한 일기예보 덕분에
창문 너머로 저녁하늘을 바라보게 되었다.
오후 8시가 가깝도록 뜨거운 해가 있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하루 해가 많이 짧아졌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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