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폭염, 한밤중에 갑자기 정전

nami2 2024. 8. 2. 22:36

입추가 며칠 남지 않았으나 날씨는 여전히 불볕의 폭염이었다.
집안의 창문이라고 생긴 것은 모두 열어놨지만 더웠다.
매미가 방충망에 붙어서 시끄럽게 울어댄다는 것은
오늘밤도 열대야에 잠 못이루는 밤이 될 것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해가 졌고, 한낮의 뜨거웠던 열기는 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기온은 29도... 더이상의 기온은 떨어질 생각이 없는듯 했고
뒷 창문쪽에서 매미가 한낮 처럼 울어대는, 아주 시끄러운 밤이다.

어젯밤 11시 30분 쯤 생각치도 않았는데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창문은 있는대로 모두 열어놨으나 바람이 없어서인지

그다지 시원하지 않았던 한밤중의 기온은 32도였다.
15년이나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예고없는 정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에어컨 바람이 싫어서 켜지 않았던 우리집만의 정전은 아닌 것 같았다.
잠시 잠깐이면 불이 들어오겠지 했으나 그것은 내 생각일뿐이었다.

휴대폰의 손전등을 켜고 우선 해야 할 일을 생각해봤으나
덥고, 깜깜하고, 휴대폰 충전 상태는 거의 바닥이고, 와이파이도 먹통...
머리속은 하얘졌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이 멈췄다.
정전은 우리 아파트 480세대가 완전 암흑세상이 되어 있었다.

무더운 여름이었고, 하루종일 33도~35도폭염이었기에
아파트 전체가 선풍기 2~3대와 에어컨이 가동 되는 것은
우리 아파트 뿐만 아니라
부산시 전체가 그랬을 것이라 생각되건만
우리 아파트만 정전....?
그냥 유감스럽다는 생각뿐이었다.

응급조치로 휴대폰속의 손전등으로
더듬 더듬 찾아낸 것은
20년 전에 사용했던 양초였다.

한 두번 사용 했었기에 아까워서
그냥 서랍속에 넣어둔 것이었고

 

불을 켜는 라이타는 제사 지낼 때
향을 피우던 것이 있어서 또 더듬 더듬...
20년 된 양초라서 꼬라지는 그랬지만
우선 불을 밝히니까 어둠은 면했다.

촛불을 밝혀놓으니까
그 다음 생각해낸 것이 손전등이었다.
이 손전등도 10여년 전 까지
야간 산행할 때 사용하던 것이었기에
서랍속에서 찾아냈으나
이미 밧데리가 무용지물이 되어 있었다.

어둠 속에서 새 밧데리 찾아내는 것도 일...
그래도 마침
준비해 놓은 것이 있어서 다행스러웠다.
밧데리를 교체해서 환하게 밝혀진 것에
안심을 하게되니까
휴대폰 충전 상태도 거의 바닥이라서
우선 휴대폰을 아껴야 했다.
언제 불이 들어올지?
꼭 무인도에 혼자 고립된 느낌이었다.

손전등에 밧데리 교체하고
촛불 까지 켜놨더니 이제는 너무 더웠다.

외출할 때 사용하려고
가방속에 넣어두었던 손선풍기가 생각났다
그러나 한개는 10분 정도 사용하니 방전되었고

 

또하나의 손선풍기를 틀어 놓으니 우선 시원해서 좋았지만
불이 언제 들어올지, 충전 상태가 불안했다
모든 것이 전기가 있어야 해결된다는 것을
새삼 전기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그래서 또 생각해낸 것이 부채였다.
누군가 홍보물로 전해준 부채가
이렇게 중요할줄이야...
30분 40분  1시간이 지나도록 여전히
암흑세상이었다.

충전 상태를 아끼기 위해서 손선풍기는
가끔씩 사용했고
부채를 부치면서 어둠속에서 잠을 청하니
죽도 밥도 안되는 엉망진창이었다.

 

잠을 자기 위해서는 촛농이 흐르는 촛불은
꺼놔야 했기에
머리맡에 손전등과 손선풍기를 놔뒀다.
어둠과 더위 그리고 휴대폰은 충전 문제로
아껴야 했다는 것이
완전 생지옥 그 자체였다.

정전 된지 1시간 20분쯤에 불이 들어왔다.
심봉사가 눈떴을 때의 그 느낌을
이제사 새삼스러웠다.

어둠속의 광명이라는 것...심각하게 생각되었다.

잠시 불 들어왔다가 또 정전 될까봐
우선 먼저 휴대폰 충전을 했었고
그 다음은 손선풍기 충전을 시켜야 했다.

어릴 때 부터 늘 보리차를 끓여먹는 습관이 있어서  
마침, 이튿날 먹을 보리차를 끓이다가 정전이 되었다.

 

불이 들어와서 끓이다가 중단 된 보리차를 다시 끓이면서
1시간 20분 동안의 암흑세상을 생각해봤더니
폭염이 계속 되는 동안에는
예측 못할 정전은 누구에게도 해당 되어서
큰 고통을 겪지 않을까?
평소에 몇개의 준비물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면서 웃어봤다.

전기가 들어오니까 웃을 수 있는 여유가 그냥 좋았다.

7~8년 전, 폭염이 계속되는 한낮에 정전 되면서
거리의 신호 표시가 모두 엉망이 된 것을 보게 되었다.
그 때, 도심에서 끝도 없이 마비되던 교통 체증도 심각했었는데
폭염이 계속되면서 한밤중의 정전은 지금 생각해보니
생지옥이 이런 것인가 그냥 기가막혔다.

 

아파트 윗층의 지인은 어린아이가 너무 보채서 곤혹을 치뤘다고 했다.

1시간 20분의 시간이 몇시간 지난 것 같다고 했다.

냉동고는 -19도에서 1도로 떨어졌고, 냉장은 2도에서 9도로 떨어진

정전의 위력은 한여름날 또하나의 복병인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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