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텃밭의 쑥 덕분에 먹게 된 쑥떡

nami2 2024. 5. 22. 22:25

늦은 봄날이었다가 그 이튿날에는 초여름으로 갔다가

또다시 그 이튿날에는 늦은 봄날로 되돌아오는...
요즘의 날씨는 어떻게 가늠을 해야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텃밭의 잡초들은 이런 저런 눈치 볼 것도 없이

쑥쑥 자라고 있다는 것이 큰 스트레스가 되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어찌나 풀들이 많이 자라는 것인지
요즘이 풀들이 자라고 있는 적당한 기후였던가.. 투덜거리면서
손으로 뽑아내고, 낫으로 베어내고, 호미로 박박 끓어내도
누가 이기겠는가?

보이지 않는 풀과의 싸움이 계속 된다는 것도 할 짓은 아니었다.

음력으로 5월 단오 이전 까지는 크게 자란 쑥으로
쑥떡을 해먹어도 된다는 옛말이 있었기에..
텃밭의 풀숲에서 제법 먹음직스럽게 자란 쑥들이 유혹을 했다.

사람들은 가위로 자를 정도로 자란 요즘의 쑥으로 쑥효소를 담근다든가
쑥가루를 내서 수제비나 칼국수를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내 입맛에는 쑥효소도 그렇고, 쑥가루를 만들어서
수제비를 만들어 먹는다는 것도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텃밭에서 깨끗하게 자란 쑥이 아까워서 일단은 쑥을 뜯어봤다.

아무런 공해가 없이 들판에서 쑥쑥 자란다고 해서

쑥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는지는 몰라도
텃밭에서 어찌 그리 먹음직스럽고 예쁘게 쑥이 자라는 것인지?
그러다보니 망설임 없이

일년 내내 먹을 쑥떡을 한꺼번에 해서 냉동실에 넣어두니
우선 이른 아침에 텃밭으로 나갈때 생수 한병과 쑥인절미는
아주 충분한 아침식사가 될 것이라고 미처 생각 조차 하지 못했다.

텃밭 옆 빈터의 물앵두 나무에서는
물앵두가 빨갛게 익어갔으며

우리 텃밭의 뽕나무에선 오디가 익어갔고
또 한 옆의 뜰보리수 나무에서는
뜰보리수가 아주 먹음직스럽게 익어갔다.

이른 아침 부터 텃밭에 나가서
우선 해야 할 일은 뜰보리수 따는 일이었다.
손으로 따서 비닐 봉지에 넣으면
금방 터져서 뭉개지기에

처음 부터 플라스틱 통을 들고가서 열매를 딴다.
맛보다는 따는 재미인데...
그것도 꽤 괜찮은 작업이었다.

실온에서 푹 익은 것은 냉동보관이고
오늘 따온 것은 실온에서 하루 보관인데...
뜰보리수를 너무 좋아하는
서울 가족들 때문에 택배 갈 예정이다.

쑥쑥 자란 텃밭의 잡초 같은 쑥 덕분에
손에 잡히는대로 쑥을 뜯었더니
생각보다  훨씬 쑥이 많았다.
쑥떡 1되를 하려고 했었으나...

뜯은 쑥이 너무 많아서 고민을 했었는데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쑥떡 1되 반이었다.
1되는 절편, 반되는 쑥인절미를
떡집에서 해준다고 했다.

쑥절편은 일단 냉동에 들어가면
딱딱해지니까 간식으로 먹을때는
후라이팬에 몇개 구워서
꿀을 찍어 먹는 맛이 괜찮았다.

쑥떡을 하려면 쑥을 엄청 뜯어야 했는데
텃밭에서 풀을 뜯다보니
넉넉하게 뜯기는 했으나
떡집에 쑥을 가져가려면 끓는 물에 쑥을 데쳐야 했다.

쑥떡을 1되 하는데 들어가는 쑥은
끓는 물에 데친 쑥이
이런 소쿠리로 가득 넘쳐야 했다.

쑥 뜯은 분량은 쑥떡 1되 반..
그래서 절편을 1되 했고
반되는 인절미를 했다.

인절미는 소분을 해서 냉동에 넣었다기
아침에 텃밭으로 나갈때
물과 함께
갖고 나가면 간단한 아침식사가 되었다.

금계국이 노랗게 피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5월 중순이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이른 아침에  텃밭으로 나가다 보면
이쪽 저쪽이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서인지
뻐꾸기가 머리 꼭대기에서, 아니면 등뒤에서 울어대는 소리가 그럴듯 했다.

장미꽃도 절정을 지나쳐서 퇴색된 꽃도 있었고
제법 꽃잎을 떨구고 있는 요즘인데
노란 금계국이 또다시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는 것이 마냥 예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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