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5월 마지막 날에 생긴 일

nami2 2024. 5. 31. 22:26

초저녁 부터 울어대는 뒷산의  소쩍새 소리가 오늘 따라 유난히
구슬프게 들려온다는 생각을 해봤다.
덩달아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도 즐겁게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가 아닌
참으로 심란스럽게 들리는 것 같았다.
마음이 하루종일 콩밭에 가있다보니 마음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했다.

공동주택 아파트에 산다는 것이 어떤 때는 불편함 없이 편안한 것 같지만
가끔씩 무슨 일이 벌어지면 당장 이사가지 못함을 한탄해야 할 때도 있었다.

지난밤 2시 부터 똑똑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우리집은 아니겠지 하면서 귀를 귀울이다가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생각치도 않았던 날벼락이 기다렸다
말로만 들었던 윗층에서의 물새는 것이 우리집에도 겪게 되었다.

주방 싱크대 위 천장이 물이 새어서 엉망이 되었고
비가 오면 낡은 초가집에 물이 새어서 양동이 받혀놓듯
하루종일  이곳저곳에 그릇을 받혀 놓아도
대책없는 시간만 흘러갔고, 무책임한 것인지?

관리사무실의 해명은 업자 불러서 원인 파악중이라고 했다.

바로 윗층과 우리집만 날벼락을 맞게 된 것인지
하루종일 점검 결과는 12층이 원인이라고 했으나
주말과 휴일이 끼어 있는 시간들을 원망할뿐 할말이 없어졌다.
하루종일 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는데
밤새도록 또 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평소에도 성격이 원만하지 못한 세모난 성격 때문인지
하루종일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식욕도 멀리 가버린채 속을 끓였더니
밤중에  듣는 소쩍새 소리가 배고프다고 울어대는 것 같아서
은근히 가슴을 후벼 파는 것 처럼 들려왔다.

하루종일 꼼짝도 않고 물이 새는 집에서

죽은 말 지키듯...
물 떨어지는 소리와 씨름을 했더니
스트레스가
머리 꼭대기에서 뿔이 나오려고 했다.
그래서 머리 식히려고
시골동네 한바퀴 했더니 빨간 접시꽃이
마음을 추스려 주는 것 같았다.

어느새 초여름...
접시꽃은 아주 예쁘게 6월을 마중했다.
접시꽃의 꽃말은 '풍요, 야망, 평안'이다.

아침에 눈을 뜨니
밤새도록 똑 똑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우리집이었음에 기절 하는 줄 알았다.
웬 날벼락....
친하게 지내는 윗층 전화번호를 찾아내는데
당황해서 전화번호가 폰에서 아예 보이지 않았다.

주방 천정은 완전 귀신 처럼 되어 있었다.
바로 윗층에 전화하니까
자기네 집은 어제 낮 부터 그랬다고 한다.

 

관리소에 신고를 했지만
하루를 그냥 대책없이 보내고 나니
밤늦게 우리집 까지 피해를 입었다.

주방 천정에서 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모든 것 다 팽개치고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할 만큼 황당했다.

혼자 겪는 일이 아니니까
윗층과 함께 항의를 하고 맞서야 하는데
관리사무실에서는 우유부단한 대책이다.

밤새도록 똑 똑 물 떨어지는 소리는
쇼파 속으로 물이 스며드는줄도 모르고
잠만 잤다는 것이 화가났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이밤에도
저승사자 소리 처럼 들려온다.

주방 싱크대 옆에도
낮에는 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12층이 원인인 것을 알고
그 집의 수도를 잠그니까 저녁에는
몇방울씩 떨어지는데...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고 돌아온
밑에 층에서 물이 샌다고 올라왔다.

12층 수도 배관이 원인인데 어찌하여
11층 10층 9층 8층은 괜찮고
7층 6층 5층이 물이 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머리를 식히려고 동네 한바퀴 돌아보니
장독대가 있는 주택이 부럽기만 했다.
아파트라는 것이 진짜 괴물이 아닌가
그냥 멍때릴 뿐, 해답은 없다. 

어느집 철책 울타리 안의 마당가에 있는
텃밭에 하얀 무우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너무 많이 부럽다는 생각은
그곳이 주택이었기 때문이다.

6월이 다가오니까
들판에는 하얀 개망초 꽃이 지천이었다.
개망초 꽃말은 '화해'였다.

시골동네 어귀는 참으로 평화스러웠다.

엊그제 90세 어르신이 혼자서 모내기 하던 논인데

벌써 푸르스름한 모가 보기좋게 자라고 있었다.
마음이 한없이 심란스러워서인지 논 옆에 서서 멍때림을 해봤다.

골머리 아프게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린듯 하면서도
꼼짝않고 하루종일 미련을 떨었는가 생각해보니 그냥 한숨이었다.

딱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의 심란스러움이지만 그래도 저녁에는

살맛도 없으면서 밥 한공기를 물에 말아서 억지로 뱃속으로 디밀었다.
하루종일 딱 한끼의 식사가 일단, 목숨만은 유지 시켜주겠지

밥을 먹고나니, 삶의 미련은 있었는가 목숨 걱정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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