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무더운 늦여름날 보수공사

nami2 2024. 8. 26. 22:17

9호 태풍 종다리가 다녀간후 엄청난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데

10호 태풍 '산산'이
일본 가고시마 남남동쪽 약 500km 부근 해상 까지 접근 중이라고 했다.
더구나 일본을 관통할 것이라는 예보와 함께
그동안의  지긋지긋한 열기를 시켜줄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그것도 예측일뿐이라는 것이 약간은 실망할 수도 있겠으나

어찌되었건 여름 끝자락의 뜨거운 열기를 사라지게 하는 것은
10호 태풍 산산 뿐이라는 것으로 일본을 관통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그래야만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도 산산의 영향으로 덕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더워도 너무 더우니까 몸속에서 기가 몽땅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지난 5월30일에 생각치도 않은 날벼락은 끔찍한 물벼락이었다.
아주 쬐끔한 1cm 정도의 누수가 물벼락을 맞게 했는데
그 후유증이 지독한 트라우마가 되어서

내 부주의로 바닥에 물방울만 떨어져도 간이 콩알만해지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가 그런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급기야는 누수보험(화재보험)까지 들게 되었다는 서글픈 현실이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미안하지만 보수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1cm의 아주 작은 누수가
7층 ~4층까지 보수 비용으로 '천만원'이라는 비용이 진짜 어이가 없었다.

5월30일 그로부터 3개월...
처음에 한달은 누수 된 곳이 잘 마르라고 보수를 미뤘고
2개월 째는 장마 때문에
그리고 3개월 째는 폭염 때문에 차일피일 미뤘는데
이제는 공사 할 사람들이 더이상 미룰수가 없다하여
3개월이 끝나가기 전에 마무리하겠다는 통보가 왔다.
그래서 오늘 누수된 곳을 철거하고, 도배를 했는데...
주방과 거실의 짐을 모두 옮겼다가 다시 원위치 하는 작업을 하며
어찌나 더웠던지, 이른 아침 부터 저녁 까지 끼니도 거른채

진짜 사람 잡는 방법도 여러가지라는 생각이 멀미까지 하게 되었다.

폭염이 계속되어서 지칠 것 같았는데
우리집 베란다의 애플쟈스민은
5월 부터 쉼없이 꽃을 피우면서
짙은 꽃향기를 선물해주고 있었다.
엊그제는 엄청 많은 꽃을 피웠지만
오늘은 딱 한송이 피워 주었다.

보수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먼지 때문에

주방과 거실의 짐을 몽땅 옮겨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누수된 천정을 도배하려면 젖었던 부분을
철거를 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방으로 짐을 옮기는 것도 할 짓이 아니지만
철거하는 사람들도 모두 다 고생인데
먼지 때문에 이쪽 저쪽 문을 닫아야 한다니
더운 날, 바람없는 공간에서 모두 다 지옥이었다.

공사가 끝나고 또다시 원위치 하는 과정에서
화분들은 내일로 미뤘다.
빈 공간이 서먹하기는 했지만
그냥 조금만 움직여도 땀으로 범벅이건만...
꼭 폭염에  공사를 해야하는 것인지?
그냥 마음속으로 투덜투덜이다.

내일은 미뤄놓은 화분들을

모두 거실로 옮겨야 한다

지난 5월 30일 아침 부터
그이튿날 오전 12시 까지
주방 천정에서 흐르는 물은 폭포수 였었다.

주방과 거실 천정을 망쳐놓은 누수는
1cm의 아주 작은 물방울로
똑 똑~ 떨어진 것이 7층 6층 5층 4층
그리고 지하 차고 까지 아작을 냈다.

이렇게 물이 새는 덕분으로
주방 전등과 거실의 보조 전등도
1주일 동안 사용하지 못했었다.

오늘 공사하는 사람들도

땀은 많이 흘렸지만 이렇게 깔끔해졌다.
도배 하는 것 보다는
벽지 속의 합판 철거가 더 힘든 것 같았다.

덕분에 물이 새지 않은
거실과 주방 천정이 모두 새단장 되었다.
물 샌 곳만 하기에는 벽지가 맞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도배를 한다고 했다.

깔끔하게 도배가 되어서 좋기는 했지만
1cm 정도의 작은 누수로 인해서
1천만을 날려야 하는 윗층의 고통도
헤아려야 하니 마음이 짠했다.

남편없이 자식들 출가시키고, 혼자 살고 있는 이웃의 고충은...
천정이 엉망 되건 말건, 그냥 보수 하지 않은채 살고 싶었어도
워낙 줄줄이 몇층을 아작냈으니  그냥 하자는대로 따라야 했던 것이
마음 한켠으로는 미안함과 짠한 마음 뿐이었다

언제 어느때 내가 또 그런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

새아파트가 어느새 20년이 되었다는 것이 불안요소가 된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