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이틀동안에 추위가 약간 주춤하더니, 날씨는 다시 곤두박질 치는 것 같았다.
어차피 눈이 내리지 않는 동해남부지방의 겨울이라면, 봄꽃이라도 빨리 피었으면 하는 바램도 생각만큼 되지 않는듯...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는 것이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겨울날에 그냥 마음을 비워본다.
며칠전 부터 꽃망울이 부풀고 있는 매실나무 아래에서 눈이 짓무르도록 들여다봤더니
매화의 꽃망울은 '병아리 눈꼽' 만큼씩 부풀고 있었음에, 재미없는 발걸음은 또 바닷가로 향해가고 있었다.
추운날일수록 자꾸만 바다로 가는 이유는.....
그냥 마음속에 맺힌 응어리가 확~풀어지는 것이 시원한 탄산수 마시는 느낌 같다는 표현이라고 하면 될런지?
뒷통수가 쭈삣할 만큼의 그 싸늘함이 오히려 정신을 차리게 해주는 것 같아서 바다는 그냥 가볼만 했다.
동해남부 일광해수욕장 주변은 오영수의 단편소설 '갯마을'의 배경지로 잘 알려진 곳인데
갯마을이라는 단어가 잘어우러진 작은 어촌마을 주변의
기장군 일광면 이동방파제 앞, 작은 포구에는 고기잡이로 넘나드는 어선들이 즐비함으로 가던 길을 멈추게 했다.
밀려드는 파도를 따라 ,뭍으로 떠밀려온 자연산 미역을
포구앞 마당가에 아무렇게나 널어놓은 모습도 그냥 멋져보이는 작은 어촌마을 풍경이 되었다.
부산 기장군 일광면 이천리, 이동방파제 주변의 어촌마을 풍경이 아름답기 까지 했다.
일광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일광 이천리 갯마을 주변의 빨간 등대
오영수의 단편소설 '갯마을'의 무대로 잘알려진 마을 입구의 오래된 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오영수의 단편소설 '갯마을'의 현장임을 알리는 작은 표지석
아주 오래된 '단편소설 갯마을'이 영화로 되었다는 것도 어렴풋이 기억났다.
너무 어린시절에 셋째 이모 손에 이끌려서
외갓집 마을에 들어온 천막극장에서 갯마을이라는 영화를 봤었지만
내용은 어땠는지, 기억에 저편에 있다.
그 갯마을의 무대가 되었고, 영화 촬영지였다고 하는...
기장군 일광면 이천리 갯마을 주변을 배회하듯 그냥 돌아 다녀보았다.
이런저런 이야기 거리가 숨겨진 단편소설속의 배경인 갯마을 주변의 현실은...
이렇게 멋진 지금의 모습이 오히려 낭만이 된듯 했다.
가던 길을 멈추게 했고,
눈으로 즐기며, 마음속으로 질겅질겅 먹어보는 오징어에서 겨울바다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그래도 이런 비린내 정도는 참을 수 있다고 ...
어느집 옥상위에도 침샘을 자극하는 오징어가 해풍에 잘 건조되고 있었다.
동해안이라는 것....
집주변에도 몇군데의 오징어 덕장이 있었지만, 그곳은 그냥 그러려니 했지만
가정집 옥상에서의 오징어 건조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3년전 겨울, 시한부의 아주 많이 아픈 몸으로
마지막을 함께 하기 위해, 일광해수욕장에 찾아갔던 우리집 아저씨였기에
혹시 영혼이라도 이곳을 찾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간절해져서
서로 마음과 마음의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1월달의 겨울 해수욕장에 자꾸만 찾아가서 주변을 서성거려본다.
그 겨울의 찻집이라는 노래를 좋아했었고
겨울날의 일광해수욕장을 좋아했던 우리집 아저씨의 흔적은......
어디쯤에서 어떤 형태로 나를 만나러 올것인지?
기약없는 숱한 날들이 지나가고 있건만
날씨가 더욱 더 추웠어야 그 날의 가슴 절절한 아련함이 더욱 실감 할 것 같았는데
함께 했던 그날의 기억은 늘 소중하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마음을 달래본다.
엄청 날씨가 추웠지만
뼈가 시릴 만큼, 더욱 더 추웠어야 실감이 나는 3년전의 그 해수욕장에 홀로서서 바라보니
오늘따라 학리포구가 더욱 예뻐보였다.
일광 갯마을 주변의 벽화에서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옛날 동네 구멍가게 아저씨가 배달하던 짐자전거를 갯마을의 벽화속에서 보게 되었다.
지금은 시골동네에서도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그리운 모습이다.
100짜리 동전 넣고 중얼중얼....
긴통화 하려면 동전을 또 넣고, 또 넣고
타임머신을 타고, 부모님이 계셨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담장에 그려진 아침바다의 희망찬 풍경이다.
벽화가 그려진 담장 옆의 아주 작은 창문은 어떤 의미인가?
아무도 없는 포구의 풍경은 외로운 것 같으면서도, 마음이 평화롭다는 생각을 해본다.
학리포구에서 부는 바람도 아직은 싸늘했지만
머지않아 봄의 훈풍이 바다 저쪽에서 불어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희망이 되는 것 같다.
미역채취선에서 건져올리는 미역은 아직은 풍성하지는 않지만
곧 이곳저곳에서 건조되는 미역냄새가 매화향기와 함께 포구 주변으로 날아들 것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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