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봄날같은 포근한 겨울바다

nami2 2022. 1. 10. 21:34

가을이 길고, 겨울이 짧으면서, 봄이 일찍 시작되는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에서는

두꺼운 겨울옷을 몇번 입어보지도 못한채, 봄을 맞이할 것 같은 포근한 날씨는 새해들어서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런 식으로 며칠만 더 계속된다면

그윽한 매화 향기를  한겨울에 느낄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공원길의 매실나무 주변을 살펴봤더니

햇볕이 좋은 곳에는 다음주말 정도면  활짝 핀 매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에 확신을 할 수 있었다. 

눈이 내리지 않는 짧은 겨울의 동해남부 해안가라는 곳에서

하얀눈을 볼 수 없음에는 이미 마음을 비운 상태였기에, 하루빨리 봄꽃이라도 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이미 마음속에서는 겨울을 포기한채 봄맞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바닷가에서 산책을 할때,  피부에 와닿는 바람이 어느새 훈풍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은 동해남부 바닷가의 칠암마을의 항구 주변이다.

 

겨울바다라고 하기에는 바람 한점 없는, 정말 포근한 날씨여서

산책하기에는 부담이 없는 괜찮은 날이었다.

 

칠암마을 해안가의, 작고 예쁜 사진관에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누구라도 벚꽃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으시라"는 친절한 문구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칠암마을에서 바라본 이색적인 등대가, 혼자 걷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칠암마을의 이색적인 등대는

왼쪽의 노란등대는 칠암마을이 붕장어 마을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2012년에 설치된 붕장어 모양의 등대와

빨간 등대는 갈매기와 떠오르는 해를 상징하는 것이고

하얀 등대는 2010년 부산의 상징인 야구 글러브와 공을 나타내기 위해서 설치된 등대라고 한다.

 

칠암 마을의 작은 항구에서는  제법 많은 고깃배들이 풍어를 알려온다.

 

동해남부 해안가 '신평마을'에서 설치된 빨간등대

 

바다로 내려가는 철책계단 앞에 서있으니까, 철썩이는 파도에 휩쓸려갈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어느새 바다는 봄바람을 싣고 오는 것 같았다.

 

신평마을 소공원에서 바라본 겨울바다

 

동해남부 해안가 '동백마을'의  등대앞  풍경은  한폭의 그림처럼 멋스럽기 까지 했다.

마을버스 승강장에서, 버스를 타기 직전에 급하게 사진을 찍어 보았다.

좀 더 동백마을 해안가를 머물고 싶었지만

배차시간이 30분 간격이기에, 버스를 놓칠 수 없어서 사진 한장 겨우 남겼다.

 

알바하는 곳의 마당가에서는   

하얀 갈매기들이 떼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을 하루에도 몇번씩 보게 된다.

방파제에 하얗게 앉았다가 ,갑자기 바닷물속으로 날아가서 헤엄치는 모습은 사진으로 찍지 못했다.

등대 주변을 하얗게 무리지어서  빙글빙글 맴도는 모습도 멋졌고

갑자기 날개짓하면서 하얀갈매기들이 한꺼번에 비상하는 모습도 멋졌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방파제에서 쉬고 있는 모습만  마당가에서 찍을 뿐이다.

검푸른 겨울바다에 하얀 갈매기의 풍경만으로도 만족해보는 시간들이었다.

 

멀리서 바라보이는 바다에서 봄기운이 느껴졌다.

일요일 하루종일 희뿌연 해무가 가득했고, 점점 비릿한 미역냄새가 풍겨오는듯 했다.

이맘때 부터는 기장미역 양식장에서 미역을 채취하는 시기이며,

일년중 그 유명한 기장미역이 가장 맛있을 시기였기에, 이곳 저곳에서 미역 말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은

봄이 수평선 그 너머로 부터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