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파도소리와 함께 했던 해안길

nami2 2022. 1. 14. 21:44

오늘도 날씨는 여전히 추웠다.

춥다고 따뜻한 방에서 뒹굴거리다보니 무기력하게 찾아오는 것은 잠뿐이었다.

겨울날에 늘어지게 잠을 자고나면, 귓전에 들려오는 것은 살찌는 소리일 것 같아서 무작정 길을 나서기로 했다.

어디로 갈 것인가?

고민스러웠지만, 홀로걷기에도 아무 탈없이 걸을 수 있는 곳은 해안로였다.

집 주변이 온통  좌 우로 해안선이 펼쳐졌는데 뭔 걱정일까 

오륙도에서 강원도 고성 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해파랑길'도 있고, 집 주변의 좌 우가 갈맷길 1코스인데....

그래서 또다시 무작정 버스를 탔다.

 

지난번 갈맷길 1코스의  임랑에서 동백마을 까지 걸었으니까,

이번에는 동백선착장에서 부터 온정마을을 지나고, 이동마을을 지나서 ,일광해수욕장 까지 걷기로 했다.

규정 해놓은 거리는 3키로 정도 되고, 버스로는 20분 정도 되지만

구석구석, 골목골목을 따라서 구불구불 해안로를 따라 걷다보니 2시간이 걸렸고 걸음수는 11,200보 되었다.

 

동백선착장에는 마을이 '동백마을'이라서 그런지, 예쁜 동백꽃이 선착장 앞에 그려져 있었다. 

 

동백선착장 주변의 골목을 따라서 무작정 발 닿는대로 걸어갔더니

정말 한적한 해안로가 나왔다.

인기척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해안로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파도소리뿐....

인기척이 없는 산길이었다면, 두려움 때문에 자꾸만 뒤를 돌아봤을텐데

해안길은 제아무리 국보급 겁쟁이라도 마음 편안하게 그냥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이, 가루비누를 풀어놓은듯한 바다가 멋졌다.

아무도 없는 해안로에서 들려오는 것은 오직 파도소리뿐이었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바람이 없었다.

 

파도가 밀려와서 물거품을 만들고, 갯바위에 부딪혀서  하얗게 부서지는 모습은

정말 혼자 보기 아까웠다.

 

근처 카페 주변에 설치된 방파제 주변은 파도를 구경나온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이렇게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바다는 한달에 한번 볼까말까인데....

멋진 장면들을 보면서도 거센파도 라는 것이 위험적인 요소였기에 더욱 가까이는 가지 못했다.

 

예전의 어떤 가수가 부른 '파도'라는 노래 가사말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

부딪쳐서 깨어지는 물거품만 남기고...

더이상은 가사를 몰라서 흥얼거리지는 못했다.

 

지금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시면서, 주말마다 페이스톡으로 안부를 주고받는 

칠십세 중반을 넘기신  셋째이모가

젊은 시절에 즐겨부르던 노래, 안다성의 바닷가에서.....노래 가사가  갑자기 스치듯 지나갔다.

 

파도소리 들리는 쓸쓸한 바닷가에, 나홀로 외로이 추억을 더듬네.....

더이상은 이노래도 가사가 생각나지 않았지만, 셋째 이모 덕분에 어릴때는 옛날 노래를 꽤 많이 부른적도 있었다.

 

파도치는 해안길을 지나서 다시 길을 걸었다.

해파랑길이라는 이정표가 마음을 또 싱숭생숭하게 만들었다.

 

"버킷리스트" 중에서 꼭 해보고 싶은 것 중에 하나는 '해파랑길'을 완주하는것이다.

해파랑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최장 트레일 거리이다.

동해안의 상징인 태양과 걷는 사색의 길로  총 길이는 770km 이다.

2010년 9월15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동해안 탐방로 이름으로 해파랑길을 선정하였으며 정식 개통하였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 까지 걷는 긴 코스이다.

 

해파랑길은 죽기전에 꼭 걸어보고 싶은 길인데, 뜻대로 될런지는 미지수일뿐이다.

 

해안가 데크 길을 걷다보니, 이상한 것들이 눈에 띄었다.

해안가에 밀집된 텐트촌이었다.

가만히 귀를 귀우려보니 라디오소리도 들렸고, 인기척도 있었다.

여름도 아닌 엄동설한에 이래도 되는 것인가  그냥 신기하기만 했다.

수행정진이 생각났고, 스님들의 토굴도 생각났지만, 파도치는 해안가의 텐트촌은 납득이 안갔다.

 

해안가의 텐트촌은 끝도없이 이어졌다.

코로나 때문에 일상에서 탈출한 난민이 생겨난 것일까?

우습지도 않았고, 신기하지도 않았지만, 그냥 할말이 없어졌다.

 

해안가 데크길 밑의 셀 수없이 많은 텐트촌, 그리고 파도치는 바닷가...

무언가 그냥 머릿속을 하얗게 뒤집어 놓은듯 했다.

 

외딴곳에 아주 작은 텐트가 있었다.

날씨가 추웠던 탓인지

비닐로 완전 무장 하듯, 꽁꽁싸맨 작은 텐트 속의 그는 무슨 생각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까

코로나가 싫어서 속세를 떠난 일상탈출맨!!

 

이곳도 동해남부 해안이니까  해파랑길도 되고, 갈맷길 1코스라는 것도 이정표는 분명하게 했다.

 

갈맷길 1코스의 주소지는 기장군이다.

기장군  바닷가에서는 요즘 어디든지 미역을 채취하고 있다.

드넓은 바다의 미역 양식장에서 작업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파도가 밀려오는 해안길을 두시간 꼬박 걸었지만,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혼자 걸어도 심심치 않은 풍경들이 길동무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갈매기소리도 있었고, 파도소리도 있었으며, 파도에 부딪히는 물거품도 멋스러웠기에

추운 겨울날일수록 

혼자서라도  충분하게 즐길수 있는, 해안가 트래킹을  누군가에게도 권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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