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던 것으로 착각 할 만큼 심했던 최악의 미세먼지 속에서 텃밭 일을 했었다.
살면서 올해 처럼 그렇게 미세먼지가 심했었나 생각해보니 기억이 없다.
해안가에는 그동안 미세먼지와 황사가 별로 없었기에 식별을 제대로 못한채
안개가 자욱한 날이라고 중얼거리며, 텃밭에서 몇시간 동안 일했다는 것이 무식한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오늘은 날씨를 미리보고 길을 나섰다.
지장재일이라서 절에 가면서 날씨를 보았더니, 미세먼지 나쁨, 황사는 보통이었다.
그래도 마음을 비우고 길을 나섰는데....
산속 깊은 암자에서는 하늘도 파랗고, 꽃도 예쁘고, 바람도 살랑거리며, 미세먼지가 없는 전형적인 봄날이었다.
도심 가까워올수록 하늘이 우충충하고 코가 간지럽고, 눈이 가려워지는 먼지 알레르기에
봄이 끝날때 까지는 산속에 들어가서 살았으면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다.
때늦은 산수유꽃이 산속 깊숙한 곳의 사찰이기에 예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산수유꽃이 사라진 것이 언제쯤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데, 봄이 늦은 산속이라서 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꽃을 보고 싶으면 겸사겸사 절집 마당으로 발걸음이 옮겨지는가보다.
노란 꽃을 예쁘게 피운, 산수유 나무는 꽤 오랜 세월을 절집 마당을 지켜온 것 처럼 보여졌다.
그래서 그런지 꽃송이도 튼실하고 예뻤다.
거대한 노거수의 모습을 보여주는 산수유나무이다.
산수유는 갈잎 작은큰키나무로 높이가 무려 7m까지 자라며, 3~4월경에 노란 꽃이 피며
가을에 다닥다닥 빨간 열매로 또한번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언뜻 바라보면 색깔이 노란색이라서 '산수유꽃'이라고 하겠지만
자세히 보면 꽃모양이 다른 노란 색깔의 '생강나무'꽃이다.
생강나무꽃에 대해서 이런저런 소리를 들은 것이 생각나서
작은 꽃잎을 따서 입속에 넣고 살짝 씹어봤더니, 생강나무꽃의 맛은 오묘한 맛이었다.
약간 맵싸한 맛과 달착지근한 맛, 그리고 향기는 은은한 것이 쟈스민꽃 향기 같았다.
생강나무꽃을 따다가 꽃차를 만들고 싶었지만, 아까워서 꽃잎을 딸 수 없었다.
과거 사찰에서는 사원에 차나무가 없으면, 생강나무의 새순을 따다가 덖어서 찻잎 대용으로 썼다고 한다.
잎과 꽃에서도 생강향이 나서 '생강나무'라고 부른다고 했다.
통도사 개울가에 핀 생강나무꽃
생강나무는 녹나무과의 갈잎떨기나무로 높이가 약 3m이며,
꽃은 2~3월에 암 수 딴그루로 자잘한 노란색 꽃이 꽃줄기 없이 가지에 붙어서 잎 보다 먼저 꽃이 핀다.
열매는 10월경에 검붉은 색깔로 익는다고 한다.
노란 색깔의 생강나무꽃을 올해는 제법 많이 볼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일부러 생강나무꽃을 찾으러 산속을 헤매기도 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쉽게 만나게 된 생강나무꽃도 인연이 된듯 하다.
암자로 가는 산길에서 진달래꽃을 만났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에는 높은 산비탈에서 꽃이 피었으므로 약간은 아쉬움이 남았다.
꽃잎도 맛을 보고 싶고, 꽃향기도 코끝으로 느껴보고 싶었는데...
봄날의 절집의 요사채가 쓸쓸해보이면서도 예뻐 보였다.
개울가에서 진달래꽃과 어우러지는 절집 풍경을 보았다.
산비탈에서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에서만 피는 꽃인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바라보니 그냥 좋았다.
진달래꽃잎을 따서 '화전'을 부쳐 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또 그리움을 만들어냈다.
진달래꽃을 볼때마다 중얼거리게 되는 소월 시의 진달래꽃
진달래꽃이 이땅에서 없어지지 않는 한, 소월 시는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1922년에 발표 했다는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100년이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봄이면 뭇사람들의 입에서 유행가 가사 처럼 오르내린다는 것이 멋져보였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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