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오늘은 날씨가 아주 쬐끔 괜찮았던 것 같았다.
미세먼지의 횡포도 사그러들은 듯, 먼곳에 있는 산 정상이 보였고, 파란 하늘도 예뻐보였다.
봄꽃들의 앞을 다툰 경쟁속에서 괜히 마음만 바빴던 3월의 마지막날은
거리에 떨어진 벚꽃잎들이 하얀 꽃눈이 되어서 하루종일 마음을 그냥 허탈하게 했었으면서도
곧 4월이 된다는 것이 은근히 기다려지기도 했다.
살고 있는 동해남부 해안가의 3월은 꽃이 몽땅 피어서 재미없는 4월을 맞이 할테지만,
자주 찾아가는 산 속의 암자들은 계절의 흐름이 정상적이어서, 4월에 예쁜꽃이 필 것임을 기대해보게 된다.
금정산 속의 범어사 산내암자에도 이제 매화가 피는 곳이 많았고,
발길 닿는대로 무작정 찾아가는 암자에는 이제서 봄을 맞은듯.....
천천히 피어나는 봄꽃을 보면서 마음 까지 여유로워 지는 것 같았다.
암자에 첫발을 디디는 순간
할미꽃이 수줍은듯 고개를 들지 못했지만, 너무 반가워서 마음까지 힐링하는 것 같았다.
이곳 암자의 화단에는 온통 할미꽃밭이었다.
일부러 할미꽃을 심은 것도 아닌것이 오래도록 할미꽃의 뿌리가 식구들을 늘려놓은 것 처럼 보였다.
할미꽃들이 모두 고개를 숙여 있었기에, 얼굴좀 보자고 일부러 고개를 세워봤다.
누군가 암자에서 뛰어 올까봐 ,눈치를 보면서 할미꽃 고개를 올려 세웠더니
이렇게 예쁜 할미꽃의 모습이었다.
10평 남짓한 화단은 온통 할미꽃밭이었다.
요즘처럼 할미꽃을 만나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기에, 자꾸만 할미꽃 사진을 찍어봤지만
모두들 고개 숙인 모습이라서 약간은 아쉬움이 되었다.
마당 한켠에 벚꽃인가 해서 그냥 지나치려 했더니, 뜻밖에 매화였다.
이미 매화는 사라진 꽃인줄 알았는데, 반가웠다.
벚꽃의 향기는 가까이에서도 그다지 느낄수 없는 꽃인데
매화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도 바람에 실린 향기가 코 끝을 자극하여 일부러 꽃을 찾아가게 만든다.
때늦은 홍매화가 마당 한켠에 서있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벚꽃이 피는 계절에 산속의 암자에서 홍매화를 본다는 것은 반갑기만 했다.
몇년전에 팔공산 정상 가까이에 있는 염불암에서 5월에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봄꽃을 보려면 산 깊숙한 암자로 찾아가면 된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이곳의 수선화도 피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듯 볼수록 노란 색깔이 선명하게 예뻐보였다.
수선화
도심속의 정원에는 이미 사라져서 흔적이 없는 산수유꽃이
암자 뜰 앞에서는 너무 예쁘고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돌틈속에서 싱싱하게 꽃을 만들어낸 '뫼제비꽃'
크로커스도 방금 땅위로 솟아나온듯 눈이부실 만큼 예뻤다.
크로커스
꽃송이가 작은 산목련이 피려면 4월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초파일쯤에 깊은 산속의 절에 가다보면 그때에 꽃이피는 산목련을 본적이 있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화사하게 꽃이 핀 모습을 상상해본다.
산길을 내려오다가 잠시 머물렀던 암자에서, 꽃이 지고 있는 홍매화를 만났다.
때늦게 피었다가 꽃이 지고 있는 모습도 반갑기만 했다.
나무 밑둥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칠수 없었다.
그래도 암자였기에 매화를 볼수 있었다는 것인데...
엊그제 다녀온 범어사 산내암자에서도 벚꽃은 꽃봉오리였었고, 아직은 매화가 예쁘게 핀 것을 보았다.
산내암자....
도심에서는 꽃이 일찍 피어서 ,때늦은 꽃이라고 부르게 되는 꽃들을
여유롭게 보려면 산속의 암자로 올라가자는 것을 다시한번 머리속에 입력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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