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하얀 꽃잎이 날리는 날에

nami2 2021. 4. 1. 21:50

벚꽃의 짧은 수명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알고나니까 마음이 급해졌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해운대 달맞이 길도 걷고싶고, 황령산 벚꽃길도 가고 싶었으며

구포 낙동강 뚝방길도 걷고 싶었지만...

이런것 저런것 모두 마음속으로만 생각한채 마을버스를 탔다.

달력을 보니 마침 지장재일(음력18일)이었기에 장안사로 가는 산길을 걷는 것이 가장 편할 것 같아서였다.

마을버스에서 내려 20분을 걸어가야 하는 아무도 없는 산길이지만

흐드러지게 벚꽃이 핀 길에 ,꽃잎이 하얀 눈 처럼 날리는 분위기는 혼자서 걸어도 심심치 않은 멋진 길이었다.

 

벚꽃을 구경한다고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발길 때문에 약간은 부담스러운 봄날인데

흐드러지게 벚꽃은 피었지만, 어쩌다 한 두명 정도  걷는 장안사로 가는 길은

쓸쓸한 만큼 여유롭기도 해서 ,혼자 걷는 것도 즐거움이 되었다.

 

 데크 길 옆의 계곡 주변에도 벚꽃은 정말 흐드러지게 피었지만

 바람에 날리는 하얀꽃잎은 괜한 쓸쓸함을 만들어냈다.

 

하얀 눈이 내린 것 같은 산길을 걷는 것도 이때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이기에

쓸쓸함도 즐거움으로 만들어버린 예쁜 봄날이었지만

바람에 날리는 꽃잎 속을 걸으면서 짧은 수명을 가진 벚꽃이 애절하게 보여졌다.

 

벚꽃이 사라질 것을 대비해서 '황매화'가 노랗게 피어 있는 것 같았다.

황매화는 벚꽃 처럼 짧은 수명을 가진 꽃이 아니기에,

오래도록 피고지고 하면서 봄날의 지킴이가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황매화가 곱게 핀 산길은 장안사를 지나서 반딧불이 공원으로 가는 길에 만날수 있었다.

 

장안사 반딧불이 공원으로 가는길의 산자락에는 어느새 연두빛 색깔로 겨울풍경을 벗어나고 있었다.

 

줄딸기꽃은 4월에 중순쯤에 볼 수 있는 꽃인데,

3월30일(지장재일 음력2월18일)에 이곳저곳에서 제법 많이 보였다.

 

 장안사에서 척판암으로 가는 산길에서 '남산제비꽃'을 만났다.

 

3월 10일쯤 송도 암남공원에서 제법 많이 핀 남산제비꽃 군락지를 만났고

3월20일쯤 금정산을 하산하면서 금정산성 북문 앞에서 남산제비꽃을 만났는데...

이곳 장안사의 불광산 자락에서는 이제서 '남산제비꽃'이 피기 시작했다.

 

 장안사에서 불광산 척판암으로 가는 산길에서 낙엽속을 보물찾기 하듯 뒤졌더니

 낙엽을 뒤집어쓴채 얼굴을 내미는 남산제비꽃을 발견했다.

 이꽃을 찾기 위해서 혼자서 산비탈을 곡예를 하듯 힘들게 다닌 것을 생각해보면 그냥 웃음이 나온다.

 이 꽃이  뭐라고....

 

장안사 경내에도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었다.

지장재일이었지만 아직도 떠나지 않은채, 사람들을 지치게 만드는 코로나로 인해서 경내는 한산했다.

 

 장안사 대웅전 뜰 앞에 피어 있는 '봄맞이'꽃은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작은 풀꽃이다.

 

 봄맞이꽃"은 앵초목의 앵초과 두해살이 풀로서 햇살이 좋은 건조한 땅에서 자란다.

 잎이 두글고 동전만해서 '동전초'라고 부르기도 하고

 하얀꽃이 땅에 점점이 뿌려진듯해서'점지매'라는 귀여운 이름도 있다고 한다.

 꽃말은 봄의 속삭임이다.

 

            장안사 경내

 

벚꽃잎이 바람에 날리는 산길에서의 여유로움도 있었지만

장안사 주변을 아름답게 만들어놓은 벚꽃도, 이 봄에 꼭 봐야 하는 멋진 풍경이다.

벚꽃이 사라지면 더욱더 고즈넉한 풍경이 될 장안사에, 본격적인 4월에는 어떤꽃이 필까 궁금해졌다.

곧 뻐꾸기 소리 들려오면서, 아카시아 꽃 향기가 코 끝에 머뭇거리는

4월의 어느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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