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미세먼지 때문에 하늘이 제대로 열리지 않은듯,
우중충한 하늘 모습은 자꾸만 예쁘게 피어나는 봄꽃들에게 미안했다.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는 미세먼지와는 상관없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왜그렇게 희뿌옇게 흐린날이 많은가 하늘을 바라봤더니 뿌연 안개속에서 햇빛이 보였다.
불청객 미세먼지였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가 필수품이 된 세상에서, 미세먼지와 코로나 겸용 마스크를 쓰게 되었다는 것이
어떤 존재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할런지, 묘한 세상이다.
통도사 일주문 앞의 능수매화가 제법 예쁜 모습을 만들어냈다.
가지치기를 안했더라면, 제법 우아하고 멋진 모습일텐데, 그냥 아쉽다는 생각뿐이다.
서울에서 내려와 1박2일 함께 했던 여동생 가족들과 '통도사 산내암자' 순례를 하다보니
늦은 오후에 통도사 경내에 도착했다.
우선 절집에 도착했으면, 부처님이 계신 큰절에 먼저 참배를 한후, 암자 순례를 해야 했는데
통도사에 산문 입구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 50분쯤이었기에
어두워지기 전에 ,산속에 위치한 암자 부터 참배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가 이유였다.
2월28일 통도사 경내 풍경이다.
저녁 예불드리는 시간이었기에, 경내에는 그 많던 사람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뒤여서인지
고즈넉한 풍경과 어우러진 홍매화가 더욱 멋져보였다.
통도사의 봄날은 홍매화에서 나오는 그윽한 매향이 있어서 더욱 멋진 봄날이 된듯하다.
매화향기가 더욱 짙어진, 늦은 오후의 통도사 경내에는 우리가족과 몇몇 사람들이 전부여서인지
고즈넉한 풍경에 발길이 멈춰섰지만, 어둠이 다가온다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노랗게 피어나는 산수유꽃도 평화롭게 보여지는 늦은 오후였다.
1월20일 부터 꽃잎을 드러낸
370년 된 통도사 영각 앞의 '자장매'가 한달이 넘도록 고운 모습을 유지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자장매를 화폭에 담고 있는 어느 화가의 뒤에 서서, 꽃과 그림을 번갈아 보고싶었지만....
이곳 저곳에서 저녁예불 소리가 귓전에 맴돌았다.
늦은 오후여서 각 전각마다 저녁 예불을 올리고 있었다.
저녁예불이 끝나면, 전각의 문은 모두 자물쇠로 잠겨지기 때문에 바쁘게 다녀야 했다.
늦은 오후의 통도사 풍경이 진짜 고요했다.
담장 너머로 보여지는 매화에서 매향이 더욱 짙게 풍겨왔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적막함이 맴도는 경내에서 풍겨오는 매향은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그 무엇이, 가슴 속 깊숙히 파고들었다.
전생의 어느 사찰에서 느껴졌던 그 무엇이었는지, 사무치는 그리움이 되는듯 했다.
대웅전 바로 뒷쪽에 통도사 중심이 되는 금강계단 '불사리탑(佛舍利塔)이다.
이곳에는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모시고 온 부처님의 정골사리를 봉안하였다고 전한다.
통도사 경내에서 가장 늦게 피는 홍매화는 '사리탑' 담장 밑에 피는꽃이다.
홍매화와 청매화가 나란히 꽃이 피는데
2월중순 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서, 3월 내내 꽃을 볼 수 있다.
20년동안 통도사에 다니면서, 이번에 세번째 저녁 범종소리를 듣게 되었다.
서울에서 내려온 가족들과 1박2일동안의 여정 중에서 마지막 코스가
통도사의 저녁 범종 소리를 듣게 되었다는 것이 행운이 아니었나 모두들 즐거워 했다.
5시간 동안, 자동차로 달려서 서울로 올라가는 가족들의 평안한 귀향을 위한 범종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범종소리를 듣기 위해서 늦은 저녁, 이곳저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약속이나 한듯 모두들 경건한 마음인것 같았다.
불교에서는 범종, 법고, 운판, 목어를 사물(四物)이라고 하는데, 사물을 다루는데는 아침과 저녁이 각각 다르다고 한다.
아침에는 운판을 치고, 목어를 올리고, 법고(북)을 올린 다음, 범종을 28번 울리며
저녁에는 범종을 33번 울리고, 법고(북)을 올리고, 목어를 친 다음 운판을 맨 끝에 친다고 한다.
범종은 지옥중생을 제도하기 위함이며, 북은 축생들이 듣고 해탈을 하라는 염원에서
운판은 허공을 날아다니는 조류들을 위하여, 목어는 물속에서 사는 어류들이 이 소리를 듣고
해탈하기를 바라는 염원으로 치게 된다고 한다.
범종을 치는 숫자는
불교의 우주관인 삼계(三界)에 존재하는 이십오유의 28천, 혹은 28계 33천 신앙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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