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통도사에서 만난 꽃들

nami2 2021. 3. 26. 22:34

엊그제 벚꽃이 피어나는가 좋아 했더니, 어느새 벚꽃잎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봄꽃 중에서 수명이 가장 짧다고 생각되는 벚꽃은

더욱더 짧은 봄날을 아쉬워 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마음이 그랬다.

거리는 온통 하얀 벚꽃 세상이 되었지만

한켠에서는 꽃잎이 땅위를 뒹굴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덧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또다시 '일장춘몽(一長春夢)'이라는 고사성어가 눈 앞에 아른 거린다.

한바탕 꿈을 꿀 때 처럼 흔적도 없는 봄밤의 꿈이라는 뜻으로

인간 세상의 덧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것이 웬지 가슴에 와닿는 것 같았다.

 

지난, 음력 2월 초하루에 시간이 없어서, 음력 2월 초삼일(3월15일)에 다녀온 통도사 경내 풍경이다.

 

봄날, 통도사에서 처음으로 보게된 미선나무꽃이다.

언제 이런꽃이 있었는가, 20여년 동안 발걸음에 헛것을 보고 다녔는가 생각 할 정도로 새삼스러워졌다.

 

통도사 성보박물관 앞에서 하얀 나비 같은 모습으로 반겨주는 '미선나무꽃'에 발걸음이 멈춰졌다.

 

미선은 대나무를 얇게 펴서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물들인 한지를 붙인 것으로 궁중의 가례나 의식에 사용되었다.

20세기 초 처음 미선나무를 발견하여 이름을  붙일 때

열매 모양이  이 부채를 닮았다고 해서 '미선나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미선나무는 20세기 초, 일본인들이 한반도의 자생식물을 조사할때 처음 발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나무들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서도 같이 자라지만

미선나무는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물푸레나무과라고 한다.

 

통도사숲길에서 진달래꽃이 예쁘게 핀 것을 처음 보는 것 같았다.

20년 동안, 해마다 일년 내내

초하루에는 빠짐없이 다녔던 통도사 숲길에서 이렇게 예쁜 진달래꽃을 본 것도 처음이다. 

올해는 진달래 꽃피는 시기가  나와 인연이 된듯 했다.

 

통도사 숲길 옆, 개울가에 진달래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산속에 피어 있는 진달래꽃 보다, 개울가에 피어 있는 진달래꽃이 훨씬 예뻐 보였다.

 

일주문으로 가는 길에 노란 수선화가 또다시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일주문 옆의 능수매화는 수명이 꽤 긴듯했다.

그윽한 매화 향기의 여운이 아직도 코 끝에 맴도는 것 같았다.

 

            카네이션을 닮은  붉은 '겹동백'

 

홀로 피어 있는듯한 요사채 뜰앞의 능수매화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쓸쓸해보였다.

스님들께서 수행정진 하는 요사채는 들어갈 수 없어서, 줌인을 해서 사진을 찍어봤다.

 

사리탑 담장 밑에 피어 있는 홍매화는 석달열흘 동안 피어 있을 것만 같은 모습이다.

꼿꼿하게 흩으러짐없이 피어 있는 모습이 숙연해진다는 표현이다.

 

팔 다리 몽땅 잘려나간 애처로운 '목련나무'에 핀 하얀 꽃이 마음을 시리게 했다.

 

뒤늦게 꽃을 피운 약사전 뒷곁의 '청매화'

붉은 홍매화들이 사라질 때를 기다린듯, 청초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다소 붉은 빛을 잃어가고 있는 영각 앞의 홍매화(자장매)가

꽃향기와 함께 통도사 경내에 머문 시간은  2개월 남짓이다.

긴 시간 동안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자장매의 예뻤던 모습은, 꽃이 사라진 후에도 오래도록 경내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그윽한 매화 향이  부처님께 향 사르며 예배하는 수행자의

 지계의 향, 선정의 향, 지혜의 향, 해탈의 향, 해탈지견의 향과 닮았다 해서 '오향매(五香梅'라고 했다.

 또 다섯 가지로 힘차게 뻗어오른 형상이 오분법신과 닮았다고 해서 오향매(五香梅)라 부른다.

 지리산 남녘 깊은 골짜기에서 자생한 이 매화나무는 수령 300년이 되었다.

 

 통도사 경내에 핀 백매화는 수령 300년 된 '오향매'로서 

 여러 귀한 인연으로 통도사에 뿌리 내리고 주지스님으로 부터 뜻 깊은 이름 얻었으니

 도량을 장엄하고, 부처님과 사부대중에게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공양하며 영축총림의 일원으로 당당히 도량의 주인이 되었다고 한다.

 

   청매화의 아름다움은 봄이 다가도록 기억속에 남아 있을 것 같다.

 

홍매화가 사라져 가는 통도사 경내에  매향을 아름답게 풍기는 백매화, 그리고 청매화!!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통도사 경내의 홍매화가 웬지 쓸쓸해보여졌다.

꽃이 몽땅 사라져가면, 더욱 쓸쓸해져 있을 통도사 경내는...

4월에는 어떤 꽃이 예쁘게 피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런지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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