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누군가에게 보내는편지(2)

nami2 2010. 5. 3. 00:46

 

     슬픔으로 가득 찼던 4월은 갔고, 5월이 시작 되었지만  날씨는 아직도 방향을 모르는채 갈팡질팡 방황을 하고 있다.

     추운 것인지 더운 것인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봄날은 그래도 여전히 꽃은 피고 지고,열매도 맺기 시작한다.

     눈이 부신 아침 햇살에 연두빛에서 푸르름으로 변해 가는 뒷산 나무 숲의 산 꿩 소리가 아침을 여는 휴일!

     봄이 시작되면서 부터 계속해서 들려왔던 소식은 참으로 슬픔이 많았던 봄날이었다.

     동료의 영정사진을 들고 계속 울고 있던 장병의 모습,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소리없이 통곡하는 부모의 눈물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아들은 엄마가 시키는대로 아빠에게 큰 절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하루종일 목이메인 

     눈물을 흘렸었던, 천안함 장병들의 마지막을 지켜본 한 주일은 또 그렇게 갔다. 

     떠나고 없는 그 빈자리에서 막연한 기다림으로 세월을 보내며 가슴속이 숯덩이로 변해가는

     그 마음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도 그 심정을 모를 것이다.

     빈 자리가 주는 기다림의 아픔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모두들 잘 계셨는지?

     그래도 누군가가 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 사람들에게 안녕을 묻고 싶다.

     논두렁길 ,밭두렁길을 산책 삼아 돌아 다니고 온 아침은 아직도 겨울옷을 입고 다니는사람들이 많은

     미치광이 같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은채~ 보리는 더욱 더 키가 커서 알갱이를 만들고 있고,

     완두콩 꽃이 하얗게 피어나는 들녁에는 고추모종을 모두 마치고 있었으며, 아주 작은 새싹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상추,쑥갓,배추,열무등이....

     아파트에서 앞쪽을 바라보면 도시이지만,뒷쪽을 바라보면 전형적인 시골마을에서 살고 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항상 뒷쪽을 바라보고 사는 이유는 이제껏 살아 온 일상을 탈바꿈하여 시골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것은

     남은 세월의 희망이자 숙제가 있기 때문인가보다.

     차를 타고 산길로 접어드는 들판에는 올망 졸망 주말 농장들이 저마다 알 수 있는 표시로 선을 그어

     놓은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몇평이라도 나의 작은 땅이 있다면 예쁘게 튼실하게 채소를 가꾸어서 풍성한 식탁을 만들 것인데...

     가게에 딸린 텃밭을 소중하게 가꾸었지만 어느날 부터인가 텃밭은 길 고양이들의 화장실이 되어 버려서

     불결하다는 생각에 올해부터는 텃밭을 가꾸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지난 가을에 심은 상추 만큼은  아직도 나의 손을 필요로 하기에 잘 손질하여 한 소쿠리씩 식탁에 올려 놓지만

     자꾸만 고양이들의 더러운짓에  상추를 입에 넣으면서도 찝찝한 기분이 든다.

     어린시절 친구들을 떠올리며 ,동문 카페에 올렸었던 편지가 100번으로끝을 냈다.

     첫번째 편지를 시작할 때는 많은 친구들이 카페를 다녀갔었다.

     가슴속 까지 따스했던 감정은  2년여의 세월동안  마지막 100번째의 편지였을 때는 그저 씁쓰레한

     산나물을 먹는 기분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세월! 세월은 자꾸만 흐른다.

     흐르는 세월속에 친구의 이름들은 희미하게 잊혀져가겠지. 잊혀진다는것은 어째튼 슬픈일이다.

     동문카페에서 만날 수 있었던  친구!!  그냥 그리움 덩어리로 가슴속에 묻어야 할 것 같다.

     오월이기에 곧 보라빛 오동나무꽃과 아카시아 꽃이 피겠지.

     추억이 있는 꽃 향기를 맡으며,  변덕스런 날씨에 모두들 건강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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