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1)

nami2 2010. 4. 26. 00:37

 

 

     꽃을 찾아 떠도는 영혼은 이제는 어디에도 맘에 드는 꽃이 없어서 산속으로 들어 갔다.

     산속으로 들어가는 과수원에는  배꽃 ,자두꽃,복숭아꽃이 아름다웠던 봄날의 떠나간 꽃들을 위한

     마지막 향연을 하듯 곱게도 피어 있었다.

     나뭇잎들의 연두빛 새순이 눈이부신 휴일! 과수원을 지나고, 들길을 지나고, 그리고 산그림자가

     비치는 저수지를 지나고  그렇게 해서 찾아 간 곳은  고향집 같은 푸근함이 있는 산사였다.

     초파일을 준비하는 산사의 마당에는 연등을 달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향기가 있는 꽃보다 더 화려한 연등을 산사의 마당에서 부터 일주문 밖 까지 다는날 ,

     잠깐 시간을 내어 구석구석을 살펴보니 이름모를 야생화들의 아름다움은 눈이 부실만큼의 싱그런 5월을 향해

     달려가는 누군가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세지 같은 것이었다.

     역시 우울했었던 한 주일이었다.  저쪽 먼곳 서해바다의 슬픔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데...

     4월은 꽃들과의 만남에서 즐거움을 주었으며,이제는 떠나보내야하는 서글픔을 느끼게 한다.

     남겨진 사람들의 가슴에 슬픔을 선물한채로...

     가을 볕에는 딸을 내보내고, 봄볕에는 며느리를 내보낸다는 심술맞은 시어머니의 마음 이 담긴

     봄볕이 따가운 산사의 마당에서 연등을 다는 작업을 하고 돌아 온 나의 얼굴은 약간은 검게

     그을렸지만  그래도 오색연등이 다른 어떤 꽃보다 화려함을 보이는 것은  덩달아 바람에 뎅그렁 거리는

     풍경소리와 함께  오늘 하루의 보내진 시간들이 허송세월이 아닌 보람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꽃은 피고 지고 세월은 덧없이 흘러만 가고, 나의 삶은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가끔씩 느껴지는 순간의 외로움은  꽃이 없어진 삭막함 때문일까?

     부모가 떠나가고 나면, 살 수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것을 보면 무엇인가

      떠나고 없어도 그냥 그렇게 살기 마련인가보다.

      살아야지, 살아야지~하는 마음으로 살다보면 또 한 세상 살아질 것이라는 무언의 법칙 같은 것은

      슬픔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말들이다.

      슬픔이 가득했던 봄날은 가고 있고,  오늘도 가고 있으며, 거리의 봄꽃들도 모두 가고 있다.

      그래도 싱그러움이 있는 5월을 기다리면서  또, 살아야하겠지

      모두들 건강한 날들에 행복이 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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