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텃밭에서

nami2 2010. 5. 4. 23:59

     나의 일터인 가게 뒷쪽으로 나 있는 창문을 내다보면, 25평 정도의 작은 텃밭이 있다. 

     화창한 봄날 그곳에는 작년 가을에 심은 채소들이 아무렇게나 자라고 있다.

    온갖  잡풀속에서 살아남기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보인다.

    올해는 심지도 않은 감자도 싹이 나서 자라고 있고, 시금치도 제멋대로,치커리 ,상추, 그리고  광대나물,씀바귀

    민들레,돈나물,머위, 쑥,부추,쪽파,딸기,유채도 풀더미속에 봄기운을 맞고 쑥숙 자라고 있다.

    텃밭에 있는 모든 것들이 그런 나를 보고 '뻔순'이라 할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지난 가을에 심은 채소들과  터주대감 역활을 하는 나물들을 돌보지 않고 그냥 방치 해놓은채,

    꽃이 피기만 하면 카메라를 들이대니 말이다.     

                 정확하게 작년 여름 끝무렵에 심은  '알타리( 총각무우)'가 이렇게 예쁜 꽃을 피웠다.

             어린시절에는 '장다리'라고  꽃이 피기전의 '순'을 꺾어서 먹은 기억이 난다. 무슨 맛인줄도 모르고... 

                씨앗을 사면서 주의 사항과 가꾸는 법을 배우고 그대로 씨를 뿌렸다.

                맛있게 담을 총각무우를 생각하니 흐뭇하기까지..

        그러나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처음에 잎이 자랄 때는 솎아다가 나물도 해먹었건만 ,점점 시일이 갈수록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땅밑에서 무우가 크고 있어야 하는데, 2달이 지나고 나서 뽑아보니 무우가 어린아이 손가락보다 작았다.

      그렇게 9월 10월이 지나고 11월에 김치를 담으려고 총각무우를 뽑아보았지만  아직도 어린아이 손가락이었다.

      12월 초에 정작 김치를 담으려고 ,뽑아 본 결과는 기가막힌 걸작품이었다.

     정말 봐줄수 없는것은 그냥 밭에다 팽개치니 얼었다 녹았다 반복을 한채  '알타리무우'라는 이름만 있었을 뿐

     주변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귓전을 맴돌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농사 지으라고 누군가가 강요 했다면  원망이라도 하련만...

     미완성이었던 나의 채소 가꾸기 끝에는 언제나 이렇게 예쁜 꽃이 핀다.

     뿌리에 달린 무우는 망가져서 김치는 못담지만

     꽃으로서  알타리무우의 인생에 마침표를 찍게 되니,달콤함이 없는  기분은 쓰고 ,시고,떫기만하다.

     그래서 이제는 텃밭농사에는 소질이 없으므로 고양이 화장실로 쓰라고 텃밭전체를 고양이에게 무상으로 임대했다.

     고양이라는 물건은 꼭 흙바닥에다 큰 볼일을 보기때문이다.  

     지금 텃밭에는 그래도 나의 체면 살리기 위해 상추는 잘 자라고 있다. 

     아마도 상추는 물만 주어도 잘자라므로 나의 텃밭농사는  상추와 쑥갓 정도로만 해야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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