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봄날,별미의 맛 파김치

nami2 2024. 3. 21. 22:34

꽃샘추위로 인해서 꽤 날씨가 추워졌다.
몸을 움츠리게 하는 날씨 탓을 하면서 텃밭으로 가다보니
아파트 후문 앞의

벚나무에 꽃망울들이 곧 터져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다음 주 쯤이면 또다시 벚꽃 세상이 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해본다.

오늘은 24절기 중 네번째 절기인 '춘분'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春分) 쯤에

농가에서는 본격적으로 봄농사 준비로 바빠진다고 하건만
날씨는 춥고, 꽃은 예쁘게 피고 있고, 사람들은 춥다고 움츠리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그냥 할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봄바람은 몹시 차거웠으나 할 일이 제법 많은 텃밭으로 나갔더니
엊그제 까지 눈치만 보고 있는듯한 살구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진짜 어김없는 봄이구나"생각하며 텃밭 곳곳을 둘러보니
쪽파도 뽑아야 했고, 쑥도 뜯어야 했으며
유채, 갓 등  추운 겨울을 지냈던 월동채소들의 마무리도 필요했다.

감기가 찾아올 것 같은 싸늘한 바람이 옷속으로 파고들었으나
설마 꽃들이 피고 있는 봄날인데... 아주바쁘게 움직여야 할 만큼
텃밭에서 해야 할 일들은

눈치도 없이 너무 혹사를 시키는 것은 아닌가 그냥 웃어봤다.

엊그제 머위 새싹이
땅 위로 올라오는 것을 봤었는데

벌써 머위꽃이 예쁜 모습으로 보여졌다.

일년 중 딱 한번 맛을 본다는 머위꽃은
튀김을 해먹으면 맛이 있건만
꽃 두송이로 튀김을 하기에는 좀 그랬다.

이맘때 먹는 머위 잎은 보약이라고 하기에
일단 머위 잎 부터 뜯어봤다.

나물뜯기도 취미생활이었기에
밭 둑에 이런저런 나물들을 뽑아내지 않고
그냥 놔뒀더니 제법 눈에 띄었다.

뜯어놓은 머위잎이 너무 작아서

먹을 수 있는 다른 봄나물들을 모두 뜯어봤다.
머위, 민들레, 씀바귀, 지칭개, 뽀리뱅이, 왕고들빼기
개망초, 부지깽이나물, 돌미나리, 쑥 등...

텃밭에 몇그루의 살구나무가 있었다.
복숭아꽃이 피었는데  
너는 왜 꽃을 안피우냐고 핀잔을 줬더니
오늘 아주 예쁘게 살구꽃을 피웠다.

살구나무의 통통하고 붉으스름한
꽃봉오리도 진짜 예뻤다.

청경채 꽃을 뽑아 버리려니까 아깝고
그냥 놔두려고 하니까
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시급했다.
한번 더 사진 찍어주고, 뽑기로 했다.

꽃을 피우고 있는 유채 밭도 정리를 했다.

요즘 쪽파가 제법 맛이 있었다.
파전도 맛있고, 파김치도 맛이 있는데
귀찮았지만...
맛이 있을 때 파김치를 담그기로 하면서
쪽파를 많이 뽑았으나
쪽파 껍질 깔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밭에서 뜯어온 들나물들은 모두 쓴맛이 나는 것들이라서
나물을 무치려면 우선 데쳐서 물에 담갔다

너무 나물에서 쓴맛이 나면 모두 버릴 것 같아서

쓴물을 빼내기로 했다.

쓴맛이 나는 나물들은 입맛을 되살아나게 한다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쓴맛이 오히려 입맛을 달아나게 했었기에
나물을 데쳐서 2시간 정도 담가서 쓴물을 빼내야 했다.

쓴물이 우러나온 나물들을
쌈장+초고추장에 매실액을 넣은 후
다진마늘과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조물조물  무쳤더니 생각보다 맛이 있었다.
약간의 쌉싸름한 맛도 먹을만 했다.

밭에서 대충 손질을 한 후
집에 가져와서 파 껍질을 까는데
주리가 틀릴 만큼 쪽파가 많았다.

왜 그렇게 많이 뽑아왔는지 후회 했으나
파김치를 담그면  맛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꾹 참고 쪽파 껍질을 깠다.

쪽파와 갓 그리고 유채를 함께 넣고
김치를 담그기로 했다.
모두 밭에서 겨울을 지낸 것들이기에
보약 같은 '별미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겨울에 김장을 한 후 양념이 남았기에
쪽파 김치 담그는 것은 쉬웠다.

우선  유채와 갓은 소금에 절였고
쪽파는 씻어서 물기를 뺀 후
멸치 액젓을 끼얹어서 2시간 동안 놔뒀다.
그리고나서
유채와 갓을 함께 넣고 김치를 버므렸다.

작은통에 담긴 것은 내가 먹을 것이고
비닐 속의 김치는 서울로 택배 갈 것이다.

파김치를 엄청 좋아 하는 여동생에게
아침에 김치 담가서
곧바로 택배 보냈다고.. 전화를 하니까
좋아 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누구와 함께 나눠 먹는 사람이 있었기에
열심히 농사를 짓고
그것들을  뽑아서 손질을 한 후
김치 담그고, 택배 보내고...
그런 재미가 있었기에 고생스러움도 즐기는 것 같다.

금방 담근 쪽파김치가 있었기에

돼지고기를 구워서 함께 먹고 싶어졌다.
마트에서 사다놓은 제주 오겹살을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밥과 함께 파김치를 먹었더니
꿀맛...

집 나갔던 입맛이 되돌아온듯,오랫만에 저녁밥을 제대로 먹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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