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봄날, 텃밭에 피고 있는 꽃들

nami2 2024. 3. 18. 22:22

며칠동안 기온이 제법 많이 올라갔다가 다시 추워지긴 했으나
한번 피기 시작하는 봄꽃들은 기온과 상관없이 앞 다퉈 경쟁을 하는듯 했다.
걷기운동을 하면서 요즘만 같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저절로 할 만큼
가는 곳마다 구석구석, 골목 골목마다 꽃들이 피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텃밭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추운겨울을 얼어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무언의 표시인듯...
아주 당당한 모습으로 예쁘게 꽃이 피는 식물들은 꽃향기 까지 좋았다.

3월이 되면서 텃밭은 할 일이 제법 많았다.
겨울동안  알게모르게 자라고 있던 잡초도 뽑아내야 하고
예쁘게 올라오는 쑥도 뜯어야 했으며

추운 겨울을 지냈던 밭에 거름도 해야 했고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망가진  밭고랑도 손을 봐야 하기 때문에
밭에서 5~6시간을 흙과 씨름해야 하는 아주 바쁜 시간들의 요즘이다.

겨울에 쌈배추로 먹겠다고 밭에 남겨두었던 채소

배추, 봄동 ,유채 ,청경채들이
모두 한꺼번에 꽃 자랑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모두 노랑 색깔의 꽃을 피운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꽃향기 역시 모두 똑같은 은은함으로
어린시절 어머니의 냄새 처럼 그리움의 향기 같았다.

꽃대가 올라와서 꽃이 피었으나
이 녀석은 배추꽃이다.

배추보다는 포기가 아주 작은 '봄동'이다.
봄동은 고라니도 무척 좋아했기에
겨우 살아남아서 꽃을 피웠다.

봄동꽃도 배추꽃과 거의 비슷했기에
식물을 보면서 비교해야 한다.

이 녀석들은 유채꽃이다.
겨울동안 가끔씩 뽑아 먹었기에
듬성듬성 빈 자리가 많이 보였지만
그래도 꽃피는 시기는 어쩔수 없나보다.
노랑꽃 대열에 동참했다.

늦가을에는 가뭄 때문에
초겨울에는 고라니 때문에
한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청경채 심어놓고 겨우 한 소쿠리 뜯어먹고
꽃을 보게 되었다.
모든 채소들은 꽃이 피면 끝난다는 것...
그냥 아쉽기만 했다.

텃밭 가장자리에 쑥이 제법 올라왔다.
할 일은 많은데 쑥도 뜯어야 했다.
어린쑥이 보약이라니까
보약 쑥국 끓이려면 또 바쁜 시간을 잡아먹었다.

쑥을 뜯고 있는데
딱새 숫컷이 함께 놀자고 기웃거렸다.

이리로 왔다가 저리로 갔다가
그녀석 참 신경 쓰이게 했다.

뭐하세요?
말을 거는듯 자꾸만 소리를 냈다.

신경을 쓰여서 소리를 들어보니

이녀석 목소리가 참 예뻤다.

 

어디서 맑은 새소리가 들려왔다.
봄날의 종달새가 아닌
딱새 소리가 그렇게 맑은 소리인줄
미처 몰랐었다.

재미삼아 심어 놓은 인디안(아피오스)감자를 캐봤다.
지난해 봄에 꽃을 보려고 심어놨는데

생각보다 제법 많이 캤다.

텃밭의 잡초가 제법 많았다.
이른 봄날에는 봄을 알리는 꽃이었지만
지금은 그냥 잡초일뿐이다.
그래도 봄까치꽃이라는 이름이 있으니까
사진 한장 찍어줬다.

예쁜 광대나물꽃도 역시 지금은
골치 아픈 잡초라는 것일뿐...

몽땅 뽑아내는 것도 힘든일이었다.

 

민들레꽃은 겨우 잡초 수준은 면했다.
쓴맛이 강해질 때는 잡초가 되지만
이른 봄날에는 보약수준이라고 하며
간에 좋다고 해서 열심히 뜯어서 먹는다.

올해 처음으로 보게 된 제비꽃을
텃밭의 작은 꽃밭에서 만났다.
연보라색 꽃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해봤다.

텃밭 한켠에 심어놓은
애기수선화도 제법 예쁜 모습이다.
엊그제 새싹이 올라오는가 했더니
며칠 동안 기온이 올라가니까  갑자기
몽땅 꽃을 피웠다.

텃밭 한켠에 심어 놓은 자목련이 하나 둘 꽃봉오리가 터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2~3일 정도 있으면 활짝 만개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얀 목련은 가는 곳마다 절정인듯 했다.
갑자기 약속이나 한듯, 몽땅 꽃이 피었다가
사라져버릴 때를 생각하면
해마다 봄날에 느껴보는 허무함은 올해도 여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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