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2024년 올해의 텃밭 시작

nami2 2024. 3. 1. 22:36

날씨가 또다시 강추위로 변덕을 부린 이유는 아무래도
꽃이 예쁘게 피고 있는 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러나 봄날의 시작점인 3월이니까 이제는 텃밭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려고 큰 마음을 먹었더니 추위로 인한 브레이크가 또 헷갈리게 했다.

지난 밤 부터 생각없이 날아드는 문자메세지는

강추위가 지속됨에 따라 동파방지...등등 방한용품 착용하라는

황당한 내용으로 끊임없이 날아들었다.

텃밭에서 요즘 해야 할 일은 감자심기와 완두콩 씨 심는 것인데
왜 그렇게 요즘에 비가 자주 내리는 것인지?
비가 내린다고, 춥다고 ,주말 이틀은 알바간다고...

내게 주어지는 텃밭의 시간들은 너무 짧기만 했다.
그러다보니 언제쯤 감자를 심게될런지, 마음은 자꾸만 초조해졌다.

그래서 오늘은 춥거나 말거나 텃밭으로 나가서 우선 일을 시작했다.
세차게 부는 바람마져 옷속으로 파고들어서 엄청 추웠다.
그래도 얼음은 얼지 않으니까...

스스로 위로라고 하면서 일을 했더니, 몸은 추워도 마음은 홀가분했다.
손과 발이 주인 잘못 만나서 고생한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았다.

추운 겨울을 텃밭에서 지냈는데도
보라색 갓이 색깔도 너무 예뻤고 싱싱했다.
조만간에 쪽파 뽑아 넣고

갓김치를 담가볼까 생각중이다.

청경채는 가을에 씨 뿌려놓고
제대로 뜯어 먹지 못했는데
봄이 되니까 꽃대 부터 올라왔다.
꽃이 피면 채소의 수명은 끝이 난다는데...
그냥 꽃이나 보다가 뽑아야 할 것 같다.

양배추가 월동을 했다.
지저분한 겉잎을 떼어내면
제법 괜찮은 모습일 것 같았다.

 

진짜 무농약 양배추였기에...
잘 자라준 것이 신통하기만  했다.

고라니 때문에 겨울 내내 그물망을 쳤는데
봄이 되면서 정리가 필요했다.
그물망 속에는 냉이가 가득인데
그동안  귀찮아서 그냥 놔뒀더니
냉이꽃이 피고 있었다.

텃밭의 모든 채소들은 꽃이 피면

무용지물이 되기에

어쩔수없이 그물망 부터 걷기로 했다.

그물망을 걷어냈더니
치커리와 냉이가 제법 잘 자라고 있었다,
날씨가 춥지만 냉이 캐는 것이 급했고
치커리와 상추 모종하는 것도 급했다.

그물망 걷어낸 곳의 상추는 모두 얼어서
그 자리에서 흔적없이 사라져 버렸다.

 

비닐로 덮어 놓았던 상추가 싱싱하게 잘 커서
모종을 하려는 이유는
어제 비가 내렸기에 땅이 촉촉했었다.

텃밭 곳곳에는 꽃을 피우려는 냉이가 제법 많았다.
감자심고, 완두콩 씨를 심으려면
밭의 흙을 삽으로 뒤집고 거름을 해야겠기에
우선 냉이 캐는 것이 급했다.

치커리를 옮겨심고
상추 모종을 한 후 또다시 그물망을 했다.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고라니가 몽땅 먹어 치울 것이기 때문이다.

겨울동안 비닐 속에 살았던 상추는
제법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봄이 왔으니까 비닐을 걷어내고
상추  모종을 제대로 한 후
다시 그물망 속에 가둬놓았다.

한쪽에는 고라니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상추라서
그물망을  하지 않고 지켜보기로 했다.

낙엽 검불을 헤쳐봤더니
머위 새싹이 예쁘게 올라오고 있었다.

 

이맘때 뜯어먹는 어린 머위가 맛있기에
다음 주에는 오늘 보다 더 바쁠 것 같다.
머위,취나물, 부추를 뜯어야 하기 때문...

텃밭에서 캐온 냉이가 제법  많았다.
냉이 캐는 것보다
손질 하는 것이 더 할 일이 많았다.
흙 묻은 냉이 씻는 것도 그렇고
냉이 뿌리에  심 박힌 것도 빼내야 했다.

추운 밭에서 미련스럽게 일을 했더니
한기가 드는 것이 감기가 오는듯 했다.

갑자기 따끈한 국 생각이 나서
밭에서 캐온 냉이로 된장국을 끓였다.
올해 처음으로 끓인 냉이 된장국이라서
밥 한숟가락  넣어서 말아먹었더니
감기 기운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밭에서 겨울을 지낸 냉이였으니까
보약 수준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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