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내리는 비 덕분에 텃밭 곳곳에 빗물이 넘쳐났다. 밭고랑도 질척거리고, 밭 옆의 도랑가는 작은 실개천이 된듯 맑은 물이 재미있게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한참 예쁘게 피던 꽃들은 모두 후즐근 해져서 볼품없는 모습으로 휘청거리는 것이 애처로워 보여졌다. 그런 텃밭 풍경속에서 가장 신이난 것들은 잡초였다. 뽑아내도 뽑아내도 쉼없이 자라고 있는 잡초와의 실갱이는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온갖 채소들은 빗물 때문에 자꾸만 나약해져가는데 약올리듯 성장하는 잡초들은 뿌리 까지 튼실하게 굵어져서 캐내는 것도 힘들었고 키가 큰 잡초와 무성해진 풀들은 낫으로 베는 것도 힘이들었다. 이렇게 저렇게 장마를 극복하고 나면 무더위는 기승을 떨것이고 뒤이어 올라오는 태풍으로 또다시 시련을 겪어야 하는 해안가의 여름 텃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