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내리는 비 덕분에 텃밭 곳곳에 빗물이 넘쳐났다.
밭고랑도 질척거리고, 밭 옆의 도랑가는 작은 실개천이 된듯
맑은 물이 재미있게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한참 예쁘게 피던 꽃들은 모두 후즐근 해져서
볼품없는 모습으로 휘청거리는 것이 애처로워 보여졌다.
그런 텃밭 풍경속에서 가장 신이난 것들은 잡초였다.
뽑아내도 뽑아내도 쉼없이 자라고 있는
잡초와의 실갱이는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온갖 채소들은 빗물 때문에 자꾸만 나약해져가는데
약올리듯 성장하는 잡초들은
뿌리 까지 튼실하게 굵어져서 캐내는 것도 힘들었고
키가 큰 잡초와 무성해진 풀들은 낫으로 베는 것도 힘이들었다.
이렇게 저렇게 장마를 극복하고 나면
무더위는 기승을 떨것이고
뒤이어 올라오는 태풍으로 또다시 시련을 겪어야 하는 해안가의
여름 텃밭은 고난의 연속이라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겠으나
우선 당장 잡초와의 실갱이가 시급한 것이라서
오늘도 비옷과 우산을 준비한채
밭으로 가서 한바탕 땀을 흘렸던 하루였다.
새벽 부터 내리던 비가
잠시 멈추었던 아침 시간에 밭으로 나가봤더니
호박꽃의 화사함이
영혼까지 맑게 해주는 것 처럼 예뻤다.
누가 못 생긴 사람을 호박꽃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안될 만큼
이른 아침의 호박꽃은 정말 아름다운 요정 같았다.
텃밭의 여름상추가 빗물 덕분에
먹음직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폭염이 계속 되면 상추 꼬라지도 우습게 되는데
비를 맞고 자라는 상추는 너무 맛이 있어서
요즘은 매일 같이 상추를 뜯어다가 먹게된다.
상추 맛있다고 자주 많이 먹다가
혹시 이마에 뿔이 나오는 것은 아닌가 웃어본다.
가지의 성장도 빗물 영향인듯...
쭉쭉 뻗은 가지가 다닥다닥이다.
옥수수 옆에 서니까
벌써 부터 구수한 냄새가 났다.
옥수수가 익어가는
7월이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사람들마다 우리 오이밭 옆을 지나가면서 칭찬을 했다.
오이농사 너무 잘했다고...
가시오이 5포기 심어놓고 50개 정도 땄었고
조선오이는 4포기 심어놓고 25개 따서 오이김치를 담갔다.
이 정도면 오이농사 잘 지은 것인가 웃어봤다.
청량고추가 주렁주렁이다.
장마 끝나고 나면 병이 찾아올텐데...
어떻게 방재를 해야 할지 걱정스럽다.
토마토도 제법 커져갔다.
이제는 익어가는 토마토를 하나씩 둘씩 따먹는 일만 남았다.
해바라기 꽃은 예쁘게 피고 있는데
빗물 때문에 지반이 약해져서인지
키가 큰 꽃이 휘청거렸다.
끈으로 묶어서 지지대로 고정 시켜주는 일도
장마철에 해야 할 일이다.
복숭아 색깔이 너무 예뻤고 먹음직스러웠다.
한개 따서 먹고 싶을 만큼 충동적이지만
내 것이 아니라는 것에 마음을 비웠다.
텃밭 한켠에 복숭아가 익어가고 있었지만
내가 주인이 아니라는 것에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본다.
블루베리도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계절이다.
검게 익어가는 열매를 따먹었더니
너무 맛이 있었다.
처음에는 한 두개 따먹었다가
너무 맛이 있어서 한 웅큼을 땄다.
먹어보니 까치가 좋아 할만한 맛이었다.
텃밭 한 켠의 블루베리였지만
주인이 따로 있어서 한 웅큼 정도 먹는 것으로 만족해봤다.
빗물을 흠뻑 맞고 피어 있는 '메꽃'의
청초함이 정말 예뻐보였다.
이른 아침의 들판을 화사하게 만드는 요정 같은 꽃이다.
텃밭에 접시꽃이 겨우 두송이 피었지만
장마철이라서인지
꽃 피는 속도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텃밭을 화사하게 해주고 있음이
고맙기만 했다.
비가 많이 오거나 말거나 휘청거리며
꽃대를 쓰러뜨리면서 까지도 봉숭아꽃은
정말 예쁘게 피고 있었다.
지난해 꽃을 피우고 씨가 여물었다가 터트리면서
흩어졌던 봉숭아씨는
지금 텃밭 곳곳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데 셀 수 없이 많았다.
잡초는 줄기차게 뽑아낼지언정
이곳 저곳으로 씨가 흩어져서 꽃을 피우고 있는 봉숭아는
순박하면서도 예쁜, 토종 여름꽃이었기에 뽑아내지 않았다.
연분홍 색깔이
은은한 모습으로 장마철의 텃밭을
예쁘게 치장하고 있다는 것이 고맙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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