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금정산 범어사 등나무꽃

nami2 2023. 4. 23. 22:36

거리에는 하얀 이팝나무꽃이 절정을 이룬듯 했다.

소복소복 하얀 눈이 쌓인 것 같은 풍경이 멋져보이기도 했으나

마음 한켠은 왜 자꾸 애잔해지는 것인지?
그런데 날씨 마져 5월을 마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뒷걸음질 치면서
계속해서 바람은 날아가버릴듯 세차게 불었고

으시시 감기들기 딱 좋은 스산한 날씨에 멈춰 있는 것 같았다.

절에 가느라 전철을 타고 시외를 벗어나면서

차창 밖으로 보여지는 풍경속에는
연보라빛 오동나무꽃과 등나무꽃이 헷갈릴 만큼 많이 피어 있었다.

 

그러잖아도 하얀꽃이 피는 이 계절에, 조금은 슬퍼보이는듯한

연보라빛 꽃이 괜히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 처럼  신경을 쓰이게 했다.
왜냐하면 연보라빛으로 피는 꽃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다.

특히  4월 중순에 피는 오동나무꽃과 등나무꽃은....
그래서 바람이 심하게 부는 휴일에
범어사에 가면서, 큰 맘 먹고 등나무 군락지도 찾아가게 되었다.

금정산 범어사 등나무 군락지는 '천연기념물 제 176호'로
1966년에 지정되었다고 하며
면적은 55,934 제곱미터로
나무는  콩과에 딸린 만경식물(덩굴로 된  줄기식물)이라고 한다.

등나무 군락지는
범어사 옆으로 흐르는 계천 일대를 덮고 있는  상태인데
마치 밀림속을 체험하는 느낌이 들을 만큼 숲이 우거져 있었다.

짙은 보라빛도 아닌
연보라빛의 등나무꽃과 숲속의 연두빛 나무들과 뒤엉켜 있어서
선명하게 보여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신기할 만큼, 거대한 나무들에게 이끌려서 자꾸 숲으로 들어가봤다.

연두빛 나무들에게 가려져서 제대로
예쁜 색깔을 나타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대단하다고... 마음으로 감탄을 해봤다.

등나무는 콩과에 속하는 속씨식물로 원산지는 한국이라고 하는데

비옥한 계곡이나 산기슭에 서식한다고 했다.

크기는 10m정도이며, 꽃은 늦봄에 연한 보라색으로 핀다.

 

등나무꽃의  꽃말은 '사랑에 취함'이라고 한다.

 

이곳은 범어사  바로 옆에 있는 계곡에서 자라는 등나무 군락지이며
큰 바위가 싸여 있는 틈에서  소나무 팽나무 등이 군데 군데 자라고 있었고
그 위로 등나무가  이리저리 뒤덮고 있는데
500여 그루가 자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등나무꽃은 5월에 피고, 열매는 9월에 익는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4월 중순에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등나무는 낙엽활엽 덩굴 식물로
줄기 길이가 10m 이상으로 뻗어나가고
줄기는 오른쪽으로 꼬여 감는다고 한다.

큰 키나무의 등나무는
하늘을 올려다 볼 만큼의 거대한 나무였다.

날씨가 흐린탓도 있었기에
그다지 선명하지는 않았어도
'멋지다' 라는 생각은...
혼자 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을 해봤다.

범어사 등나무 군락지는  

범어사 옆으로 흐르는 계천일대를  덮고 있는 상태인데
계천에는 집채 같은 큰 바위가 곳곳에서  널려있고
그러한 바위들 속에서 등나무가  자생하며
큰 나무의 줄기를 감고  올라가고 있다고 하며
큰나무 수종은 '소나무와 팽나무'  등이 있다고 했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센터 자료에 의하면
등나무가 무리를 지어서 자라는 일이 드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등나무 군락지는 학술적인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고 하며
등나무가 자라는 곳을 '등운곡(藤雲谷)'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등나무 군락지를 따라 숲으로 들어가니까
쭉쭉 뻗은 삼나무 군락지가 있었다.
혼자 걷는 걸음이 자꾸만 멈칫 멈칫...뭔가 두렵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뒤돌아 가기에도 그렇고
그냥 앞으로 걷기에는 숲은 너무 울창했었다.

전철을 타고 가면서
바위에 그려놓은 그림처럼 멋진 보라빛 등나무꽃을

유리창을 통해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범어사 등나무 군락지가 궁금해서 등나무꽃이 필 때
정말 큰 맘 먹고 숲으로 들어가보기로 했었다
휴일에 찾아가면 혼자였어도

많은 사람들 때문에 든든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모처럼의 알바가 없는 휴일날에, 등나무 군락지로 들어가봤으나
사람들은 등나무꽃에 큰 관심이 없었는지
혼자서 숲길을 헤매게 되었다.

 

천하의 겁쟁이가 숲속 탐험하듯

등나무꽃의 마법에 걸려서 숲속을 한참동안 헤매다보니
고승들을 모신 부도탑전 앞에 서있었음이 얼마나 황당했었는지?
그래도 천년 세월이 넘는 고승들의 부도탑(30기 정도)이니까
공손하게 합장한 후  숲을 빠져나오는데

 

조금은 당황 할 만큼 숲속은 깊었고, 길을 못찾아서 많이 헤맸다.

가시덤불에 찔리고, 나무줄기에 발목을 잡히는듯...
뜻밖에 범어사 부도탑전을 처음으로 가봤다는 것을 신기해 하면서도
깊숙한 숲속에서 산 짐승이 튀어나올까봐 등골이 오싹했던...

혼자서 겁도없이 가끔은 미친 척을 한다는 것이 우습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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