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가을 암자 산책

nami2 2020. 11. 2. 23:20

지난밤에 살짝 찾아와서 땅위의 먼지만 없애고 가버린 가을비!

올해의 가을날에는 우산 쓰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생각해본다.

땅위를 살짝 적실 만큼 내린 비도 감사해 하며, 사람들은 들판에서 제법 많은 일들을 하는 것 같았다.

가뭄으로 인해서 미뤄뒀던, 월동시금치 씨를 뿌리고, 완두콩을 심고, 양파모종을 심고...

다음 주 쯤으로 미뤘던 우리 텃밭에도 비 덕분에 양파모종 심기를 끝냈더니 마음은 홀가분했다.

비 한번 내렸더니 또다시 기온은 더 내려가고, 불신해야 하는 독감예방접종을 올해는 건너뛰려고 하니까

코로나 보다 더 조심해야겠다는 '독감'이 몸과 마음을 자꾸만 무겁게 한다.

 

 주변의 숲길이 좋아서 '산내암자' 주변을 한바퀴 하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통도사에 가면, 꼭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아직은 단풍이 예쁘지는 않았지만, 붉은 단풍나무를 시작으로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다음번 초하루때 쯤이면 만추의 가을풍경을 만끽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기로 했다.

 그냥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편안한  작은암자 '보타암'이다.

 

 가을코스모스가 정겹게 느껴지는 보타암의 약사전 앞

 

 보타암 약사전 앞에 서서 바라보는 영취산 보다

 자장암 뜰앞에서 바라보는 영취산이 더 멋져보이고

 극락암 경내에서 바라보는 영취산은 멋져보인다기보다는 아름다워보였으며

 비로암에서 바라본 영취산은 아름답고, 멋져보이고 ,아늑해보이는데

 걷는다는 것에는 한계를 느끼는 통도사 산내암자들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요즘 현실이 씁쓸하기 까지 했다.

 

                         천일홍

 

                     흰색 천일홍

 

 경내 마당가에 코스모스 꽃이 가을임을 말해주는 고즈넉한 보타암

 

 담장가의 담쟁이 넝쿨의 색깔이 더욱더 짙어지면, 만추의 가을을 느낄 수 있다.

 아직은 그냥 가을이다.

 

 따사로운 가을햇살에 더욱 짙은 향기를 뿜어내는 산국이 혼자 보기에 아까웠다.

 

 작은 암자를 더욱 인상깊게 만드는 들국화(산국)이 예뻤다.

 예전의 학창시절에는 들국화라고 불렀던 예쁘고 작은 국화가 산국이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내나름은 아직도 이녀석들을 '들국화'라고 불러주고 싶다.

 

  많은 국화들 중에서 유일하게 가장 좋아 하는 국화가 '산국'이다.

  이곳에도 나열하지 못하는 혼자만이 간직하고 싶은 아련한 추억이 있었기에

  더욱 애틋하게 느껴지는 꽃이다.

 

 보타암 뜰앞에는 다른 국화는 단 한송이도 없었고

 오직 산국만 가득했다.

 인기척 조차 들리지 않는 고즈넉한 암자 마당가를 한참동안 서성거리다가 돌아왔다.

 

  짙은 국화향기가

  따끈한 국화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올해는 국화차를 구입해서 겨울내내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짙은 국화향기가 코끝을 맴도는 것 같은 느낌이다.

 

 통도사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암자이지만

 일부러 숲길을 한바퀴 걸어서 다른 암자를 들렸다가 마지막에 들려보는 암자산책이었다.

 

  언제나 찾아가도 빈 암자 같은 쓸쓸함이 있는 암자라서 

  혼자서 철저하게 쓸쓸함을 즐기고 오는 곳이다.

  아무도 찾는이 없지만, 암자의 대문은 언제나 열려 있어서 조심스럽게  경내를 한바퀴 돌아본다.

  약사전 주변의 꽃밭도 돌아보고, 멀리 있는 영취산도 바라보고 

  뜰 앞의 기왓장에 그려진 그림도 감상하고, 아주 작은 연못의  물고기들도 들여다보며 인사를 건넨후

  마지막으로 소박한 꽃그림이 그려진 후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온후에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하는 암자이다.

'그림 > 산사의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추의 취운암  (0) 2020.11.25
장안사의 가을  (0) 2020.11.06
통도사의 가을  (0) 2020.10.30
통도사 숲길을 걸으며  (0) 2020.10.29
국화향기 짙은 통도사  (0) 2020.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