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바람이 제법 몸을 움츠려들게 하는 계절은 어느새 만추로 들어서는 길목에 서있는 것 같았다.
가을걷이로 점점 삭막해지는 들판과 달리 아직도 단풍이 물들지 않은 도심의 가로수 길에는
태풍으로 시달렸던 지나간 계절의 후유증으로, 망가져버린 나뭇잎들이 사정없이 떨어져 뒹굴고 있었다.
올해도 공원길에서 멋진 단풍을 보기에는 애초 글러먹었다는 생각에
어디론가 가을을 만끽하러 가긴 가야겠는데, 마땅히 갈곳을 정하지 못한채 집 주변만 어슬렁거리게 된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 1단계 즈음에서 아파트 헬스장이 문을 열었다고 관리소에서 방송을 했다.
헬스장 문을 열은 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그냥 약간의 희망이 보이는듯 했다.
진짜 이 가을에 어디로 떠나볼것인가를 곰곰히 생각해봐도 괜찮은 것인지 코로나에게 묻고싶어진다.
개산대재 행사 때문인지, 통도사 일주문 에서 천왕문 까지의 연등이 웬지 장엄하게 보였다.
늘 행사 때마다 이색적인 모습으로 달려진 연등이지만
창건 1375년이라는 숫자가 마음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천년을 훨씬 넘긴 통도사라는 사찰의 역사가 다른 날 보다 훨씬 더 가슴에 와닿는 것 같았다.
통도사에서만 볼 수 있는 가을풍경이다.
감은 해걸이를 한다고 하는데...
통도사 요사채 뜰앞의 감나무는 해걸이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사람들마다 사진찍느라 바쁜 모습들이었다.
겨울내내 새들의 겨울양식이 되는 감나무의 감들이 올해도 다닥다닥이다.
풍성한 먹거리로 인해서, 새들의 미소짓는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코로나가 재확산 되면서 부터 '부처님 진신 사리탑' 참배는 출입금지가 되었다.
멀리서 사리탑 전경을 사진으로라도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개산대재 1375년이라는 숫자가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언제나 바라봐도 마음 편안한 영축산(영취산)이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으례히 사진을 찍게 만드는 것은 다람쥐처럼 쉼없이 오르내리던
지난날이 그리웠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미륵전 앞의 봉발탑(보물 제471호)
담장 너머의 익어가는 감 풍경이 웬지 고즈넉해보이는 이유는
코로나로 인해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탓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통도사의 가을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울창한 숲의 물들어가는 단풍이, 개울가에 반영되는 모습이 짙어지면 만추가 되는 것을
지켜본 세월이 어느새 20년이 되었다.
국화축제로 경내에는 온통 국화 화분들이 즐비했지만
정작 뜰앞에 핀 꽃은 오직 이녀석들뿐이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않는 쓸쓸한 모습이지만
내 눈에는 화려한 국화축제장 속의 화분들 보다 더 예뻐 보였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에 국화향기가 더욱 짙게 풍겨왔다.
많은 국화들이 뜰앞에 피어 있기를 바랬지만, 국화축제 때문에 옮겨오는 화분들 때문에
경내 한켠에서 수줍은듯이 피어 있는국화가 그냥 애잔하게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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