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일이 있어서 바닷가에 나갔다.
이상하게 가을이면 바다는 자꾸만 슬픈 사연을 내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가을날에 아주 가까운 사람이 혼자서만 가야하는 아주 먼길을 떠났었다.
평소에 넓은 바다로 떠나가기를 원했기에 ,가족들의 손으로 한줌 한줌 날려 보내주었는데
오늘이 49일째 되는 날이었고, 오늘따라 바다는 몹시 추웠으며, 몹시 푸른 바다는 서글퍼보이기 까지 했었다.
서러움의 눈물을 남기고, 한줌의 재가 되어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물거품 속으로 사라져버린
그 자리는 슬픔만 가득 남아 있었다.
슬픔도 서러움도 모두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추운 바닷가에는 노란 꽃이 피어 있었다.
흰꽃갯개미취
바닷가에 나왔다가 처음으로 발견한 꽃이다.
차거운 바람이 부는 아주 추운 바닷가에서 예쁜 꽃을 만났다는 것과
이 꽃을 난생 처음 보았다는 것이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이제는 '해국'도 추워 보이는 늦가을의 바닷가에는....
백발이 되어버린 '억새'도 넘실대는 파도속의 물거품이 되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파도 속으로 떠나 보낸 가족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오열을 하건만
바다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바다는 바라볼수록 가슴을 시리게 한다.
바닷가에 있는 군인들의 초소가 덩그마니 흉물스럽게 빈 건물로 남아 있다.
아직도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면, 감히 저 바닷가를 들어갈 수도 없었을 것이다.
따뜻한 동해남부 바닷가이였기에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는 해국
해국과 함께 추위에 강인함을 보여주는 '털머위'
남부지방,제주도, 을릉도의 바닷가 숲 가장자리나 초원 양지에 자란다.
국화과의 털머위는 늘푸른 여러해살이풀이다.
바위틈 새에서 자라는 해국과 털머위는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신기하다.
거의 겨울날씨 처럼 싸늘한 바닷가 갯바위 위에서 꽃을 피운다는 것이....
정말 앙증스럽고 예쁘게 피어 있다.
통통 여물은 빨간 구기자 열매
날씨가 추운 탓인지 바닷가에서 웅크리고 있는 갈매기들
언제 보아도 멋스러워 보이는 등대이지만 불이 켜진 것은 한번도 본적이 없다.
가을이 시작되면서 해국이 피는 멋스러웠던 바다는
어느새 슬픔이되어 가슴 시린 바다로 가족들의 가슴에 남아 있게 되었다.
자식의 마지막을 통곡하며 보내야 했던 어머니의 서러움이
동생을 부딪히는 파도의 물거품 속으로 보내야 했던 형제들의 가슴 속에 흐르는 눈물은....
그것을 지켜보아야 했던 다른 가족들에게도 이번 가을은 너무도 슬펐던 가을이었다.
푸른 물결 넘실대던 바다,슬피우는 갈매기, 해국,그리고 노란 털머위꽃 까지....
모두가 슬픔덩어리 처럼 보여진 서글펐던 늦가을날의 바닷가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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