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는 계절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따뜻했던 12월이었는데
새해가 시작되면서 은근한 추위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이다.
그래서 농한기라고 가보지 않았던 텃밭의 월동 채소들이 염려스러웠다.
다른 지방과는 달리 이곳은 해안가에서 불어오는 해풍 덕분에
겨울에도 채소를 뜯어먹게 되는데 겨울 가뭄은 계속 되고 있었으며
건조한 날씨에 추위까지 심하면 어찌될 것인가 괜한 걱정도 해봤다.
마침 시금치나물 한접시가 꼭 필요해서 날씨는 춥지만 밭으로 가봤다.
텃밭은 영락없이 쓸쓸한 겨울풍경이었다.
그러나 이곳저곳 들여다봤더니 염려했던 만큼은 삭막하지는 않았다.
월동(越冬)이라는 단어의 뜻은 겨울을 잘 넘김이라는 뜻이라는데...
진짜 추운 겨울날에 텃밭에서 월동하는 채소들은 묵묵하게
이 겨울을 잘 버텨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것 같았다.
완벽하게 따뜻한 옷을 입고 텃밭으로 나가봤으나
겨울 들판은 차거운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꽤나 춥다는 느낌이었으나 한낮의 햇살 덕분인지 그런대로 견딜만 했었다.
추위와는 상관없이 민들레는 강했다.
꽃을 피우고, 꽃봉오리를 만들고...
꽃이 없는 계절이기에
추운 들판에서 꽃을 피운다는 것이 반가웠다.
호박 넝쿨 올라가던 나무 지지대 틈새로
로메인 상추를 심어놨더니
고라니도 피하고, 추위도 피하는듯...
예쁘고 씩씩하게 잘 크고 있었다.
고라니 피해서 그물망을 씌웠으나
추위는 어쩔 수 없는 듯...
그늘이 있는 곳의 절반은 힘들어 보였으나
햇볕이 잘드는 곳의 상추는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성장이 늦어서 뜯어먹지는 못하더라도
2월 까지 꼭 살아남길 바랬다.
11월 초에 월동 시키려고 씨를 뿌린 상추는
양지쪽이라서 모두들 잘 크고 있었다.
그러나 닥아오는 한겨울날의 추위는
절대로 장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 근처 간판 집에서
철거된 현수막을 얻어다가 상추를 덮어놨다.
아무튼 1월 한달만 잘 견디면 된다.
이곳의 2월은 매화가 피는 이른 봄날이라서
그 때 부터 상추도 잘 크기 때문이다.
월동을 잘 하라고 그동안 크거나말거나
그냥 방치 해놨던 유채는
제멋대로 자라고 있었다.
큰 덤불속에서 새순이 보이기에
지저분한 것들을 뜯어내는 작업을 했다.
떡잎이 생긴 큰 것들을 모두 제거했더니
제법 먹음직스럽게 새순이 자라고 있었다.
유채는 겨울에도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잘 자라고 있기 때문에
한 겨울에도 충분하게 뜯어먹을 수 있었다.
겉절이용이나 쌈으로 먹으면
고소하고 달착지근한 맛이 입맛을 돋구었다.
유일하게 고라니가 먹지 않는 채소였기에
맘놓고 키울 수가 있다.
고라니 때문에 그물망을 씌웠던 시금치는
그늘 때문인지
아직 크게 자라지 않았으나
2월 부터는 제법 뜯어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또 한켠의 시금치는 햇볕이 잘들어서인지
시금치가 제법 자랐다.
크고 있는 시금치를 고라니가 뜯어 먹어서
12월에 그물망을 했더니
그래도 시금치나물 한접시 정도는 겨우 뜯었다.
추위를 이기고 자랐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 정도면 필요한 시금치나물 충분했다.
텃밭으로 가면서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커다란 나무에 새집을 잘 지어놨다.
분명 까치가 지어 놓은 집 같았다.
좀 전 까지만 해도 햇볕이 있었는데
갑자기 날씨가 흐리면서 들판은 추웠다.
그런데 시금치 뜯고 유채밭 정리를 하다보니
등 뒤가 시끌시끌 했다.
이 녀석들이 심심치 않게 해줬다.
참새와 까치 그리고 앞쪽에는 까마귀떼들이
나혼자 일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유채밭 정리하다가 잠시 멍때려봤다.
멀리 우리 아파트가 보이고
하늘은 눈이 내릴 것 처럼 잔뜩 흐리고...
그러나 귀한 눈은 올해도 소식이 없다.
새벽에 잠깐 비가 내린 흔적이 있었다.
배추 밭에 남겨놨던 배추 5포기를 보면서
무사히 이 겨울을 잘 버텨주기를 응원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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