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올해의 마지막 달인 12월도 끝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생각하니
웬지 모를 휑하다는 생각이 마음 속을 헤집으며 파고드는 것 같았다.
늘 그랫듯이 한해를 보내는 마음은 언제나 변함 없는 회한뿐인데...
5일 정도 남은 시간이라도 뜻깊게 보내야 하지 않을까, 애써 위로를 해본다.
성탄절 휴일에 반가운 손님들이 집에 찾아왔다
시간에 얽매이며 바쁘게 살다보니
일년에 서너번 밖에 만나지 못하는 내게는 아주 소중한 가족들이었다.
마침 텃밭 마무리를 하려고 밭에 간다고 하니까
텃밭 체험을 하겠다며 따라나서는 꼬맹이들은 추위와는 상관없이 재밌어 했다.
텃밭 체험을 하겠다는 꼬맹이들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게 할머니라는 호칭을 가져다 줬던 조카네 아이들이었다.
유난히 자손이 귀한 우리집에서 조카네 첫아기가 태어나면서
쑥스럽게도 할머니라는 호칭이 큰 부담이 되어 번거롭게 했었다.
그래서 영원한 이모님이 되겠다고 '할머니'를 거부 했었지만
세월은 흐르면서 또 한명의 아기가 태어나니
이모님 보다는 할머니 호칭은 거역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인연으로 맺어진
할머니와 손자들은 더 할 수 없는 정말 소중한 인연이 되었고
12월의 추운 계절에 텃밭 체험을 하겠다며
호미를 들고 있는 모습들이 귀엽기만 했다.
텃밭에서 12월 끝 무렵에 마지막 할일은 당근 캐기였다.
어째튼 당근 캐기는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뜻깊은 성탄절 행사가 되었다.
가끔씩 날씨가 포근하다고 했어도
겨울은 겨울답게 추웠던 것인지?
텃밭 주변에는
민들레 꽃보다는 민들레 홀씨가 더 많았다.
훅~하고 불어대면 흔적없이
날아가는 홀씨도 겨울에는 귀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예쁘게 피었던 노란 국화꽃도
12월이 끝나가고 있니까
사그러져서 볼 품 없는 모습이 되고 있다.
가을 내내 텃밭을 예쁘게 했음이 고맙기만 했다.
그래도 추위 속에서 꽃이 피고 있는
아욱꽃은 신기할 만큼 예쁘기만 했다.
커다랗게 키가 큰 아욱은 얼어서 볼품 없는데
키가 큰 아욱 틈새에서 자라는
작은 아욱들은 겨울에도 꽃을 피우면서
자라고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기만 했다.
고라니 때문에 울타리에 가둬놓은 상추도
그런대로 예쁘게 살아 있었으나
크게 자라고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월동 채소 유채는
푸른 모습으로 싱싱하게 크고 있지만
고라니가 먹지 않는다는 것이 우습다.
그물망 속에 가둬놓은 시금치도
고라니 습격을 받지 않다보니
눈에 띌 만큼 잘 자라고 있었다.
7살, 3살 꼬맹이들이
당근을 캐겠다고 아주 신난 모습이다.
당근 밭이 엉망이 되든지 말든지
당근 뿌리가 잘려나가든지 말든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텃밭에서 모두들 즐거워 하는 모습들이
그냥 보기좋고 재밌기만 했다.
당근 농사가 잘되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래도 크고 작은 당근을 캔다고
조카네 가족들이 얼마나 즐거워 하던지?
그 모습을 보는 나 역시 보기좋았다.
당근을 캐놓고나서
잎을 잘라내고, 선별작업도 재미있어 했다.
꼬맹이들과 조카내외 4명이서
열심히 캐낸 올해의 당근 모습이다.
그러나 올해의 당근 수확량은 시원찮았다.
고라니 녀석이 당근 잎을 먹어대는데
뿌리가 잘 된다는 것은 욕심일뿐이다.
그래도 당근을 캐놓고
즐거워 하는 모습들을 보니까 흐뭇하기만 했다
당근 까지 모두 캐낸 텃밭은
이제 부터 2월 까지는 농한기였으며
그들만의 휴식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빈 밭에서 냉이는 자랄 것이고
월동채소와 쪽파와 대파 그리고 양파는
보이지 않게 조금씩 성장할 것이며
겨울 잡초도 아주 조금씩 자란다는 것...
그것이 동해남부지방의 겨울텃밭 풍경이다.
'텃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운 겨울 12월의 텃밭에서 (22) | 2024.12.12 |
---|---|
첫 얼음이 얼었던 텃밭에서 (16) | 2024.12.10 |
추워지는 날씨의 텃밭에서 (22) | 2024.12.05 |
11월 끝자락의 텃밭에서 (33) | 2024.11.29 |
진짜 추운날 텃밭에서 (18) | 2024.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