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텃밭에서 월동하고 있는 채소를
혹시나 뜯어서 사용할 수 있을까 해서 텃밭에 나가봤더니
들판 한복판에 있는 텃밭은 생각보다 훨씬 삭막하게 보여졌다.
지난 주 부터 영하의 날씨가 언제였던가 할 만큼, 추운날은 아니였건만
한겨울의 날씨는 어떻게 예측이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요즘의 낮 기온은 10도~12도였으며, 오늘의 낮기온은 13도였었다.
그렇지만 겨울이라는 계절의 차거운 바람탓인지?
겨울 텃밭 채소들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쑥쑥 자라지도 않았고
또 얼어 있었고, 볼품없이 초췌해보였다.
더구나 겨울 가뭄이 극심해서인지 냉이 조차도 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곧 2월이 된다고 해도 싱싱하게 자라고 있을
월동 채소들이 단 한포기도 없을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도 들었다.
한겨울이 계속되고 있었기에
마트에서 사오는 채소가 아닌
밭에서 뜯을 수 있는 싱싱한 채소가 먹고싶어졌다.
따뜻하다고 생각되는 동해남부 해안가이었기에
충분히 뜯어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들었는데...
텃밭에 남겨놓은 배추가
노랗게 맛이 들고 있었으나
어쩐일인지 절반은 얼어서 버려야 했다.
그래도 남은 절반이라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고맙기는 했었다.
아직은 맛이 들지 않아서인지
고라니도 뜯어먹지 않는 봄동은
이런 몰골이었다.
그래도 봄동은 얼었다가 녹았다 하고 있었지만
고라니가 뜯어먹지 않는 것을 보니
아직은 맛이 없다는 것이 확실했다.
좀 더 겨울바람을 맞아야만
맛있어질 것 같은 봄동인데...
뽑아 먹기에는 쬐끔 아까웠다.
더 단맛이 날 때 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꽃 처럼 바닥에서 활짝 펼쳐진 봄동인데
얼었다 녹았다 해서 그런지
그다지 싱싱하지는 않았으나
혼자 뽑아먹기는 너무 크다는 생각이다.
고라니가 뜯어 먹을까봐
나무가지로 보호하고 있는 시금치이다.
나무가지로 이렇게 해놓지 않았다면
이미 시금치는 고라니 뱃속에 있었을 것이다.
애지중지 아꼈던 상추는 몽땅 아작났다.
그래도 뿌리만 살아 있다면
2월 부터는 회생할 것인데...
은근히 살아났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브로콜리 채소인데
이것도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면서
얼어죽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나마 덮어놓은 상추는
그런대로 잘 살고 있었다.
텃밭에 광대나물꽃이 여전히 피고 있었다.
광대나물 꽃말은 '봄맞이'였다.
꽃이라고는 단 한송이도 없는 요즘인데
그래도 텃밭에서
이렇게 꽃이 피고 있다는 것이 보기좋았다.
광대나물은 식용이 가능한
꿀풀과에 속하는 이년생초로서
식재료로 사용할 때는 어린 순으로 나물을
만들어 먹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한다.
진짜 강인한 텃밭 식물은 민들레였다.
추워서 식물이 오그라들어도
꽃을 피운다는 것이 대단했다.
그래서 약효도 좋은 것이 아닌가 했다.
겨울 들판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삭막했으나
그래도 어딘가에서
곧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걷기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늘 마음이 편안했다.
하루 일과를 모두 잘 끝냈다는
뿌듯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겹동백꽃의 꽃봉오리가 하나씩 둘씩
앙증맞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영하 12도 까지 내려 갔었을때
동백꽃들은 엄청 수난을 당했었는데
요즘 계속해서 영상의 기온이 10도를 넘어서니까
동백꽃들은 또 이렇게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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