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2024년 마지막 날 숲길에서

nami2 2024. 12. 31. 22:39

아직은 감기약을 먹고 있는 감기환자였지만

한 해를 마무리 하는 마지막 날에는 꼭 다녀와야만 했던 절집  

그리고 그 주변의 인적 드문 숲에도 다녀와야 했었다.
약간 추운 날이었으나 목표가 뚜렷하게 있는 발품이라서
그다지 힘든 발걸음은 아니었다.

재적사찰인 장안사 종무소에서 볼 일을 끝내고

내년도 달력을 받아와야 하는 일은

해마다 12월 31일에는 꼭 해야 하는 일이었고
그리고 그 주변 숲에서 영원한 안식을 하고 있는

우리집 아저씨를 만나는 것도
해가 바뀌기 전에 꼭 해야만 하는 나혼자만의 큰 행사가 되었다.

마을버스 내려서 산길을 20분 걸어서, 장안사 들려 부처님 뵙고
종무소 볼 일을 끝낸 후 또다시 숲길을  25분 걸어서 찾아갔던 숲에서는...
처음에는 슬픔이 더 많았던 아픔이었으나 시간이 어느덧 지나간 뒤에는
깊은 상처가 덧나지 않은채 아물고 있다는 것이 살아가는 방법인듯 했다.
형체가 없고, 대답도 전혀 들리지 않는 무언의 만남이었으나

혼자만의 중얼거림도 그리움의 회포를 푸는 이유가 아닌가
뒤돌아서 숲길을 걸어내려 오는 것도 이제는 그다지 서글프지는 않았다.

이러므로서 올해 마지막 날에 내가 할 일은 모두 끝이 난 것 같았다.

날씨는 추웠고 혼자만의 시간들이 쬐끔은 씁쓸했지만 마음은 후련했다. 
내일 새해에는

바다에 나가서 일출을 본 후, 통도사 부처님을 뵈러 갈 예정이다.

산속에 있는 절집은 가을 색이 전혀 없는
무채색의 완전한 겨울풍경이었다.
이런 저런 일로 휑한 마음 때문인지
고즈넉한 풍경도 그다지 낯설지는 않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뎅그렁 거리는
처마 밑의 풍경소리도
한해가 저물어가는 것을 의식한듯...
끊임없이 바람따라 뎅그렁 거렸다.

돌아가신 이들을 위해
극락왕생 기도를 하는 명부전 앞에서
나도 모르게 마음 속으로 기도를 해봤다.

*뜻하지 않게 순식간에 일어났던
비행기 착륙 참사에
어쩔수없이 떠나가신 수많은 영가님들의
극락왕생을 간절하게 빌어봅니다.(3번)*

생각만해도 서글픔이 깃드는 연말의 거리 풍경에는
이곳 저곳의 근조 현수막이 마음을 짠하게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떠난이들의 기도뿐...
너무 억울해서 편안한 안식은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부디 극락왕생을 바랄뿐이다.

장안사  대웅전 앞 포대화상님의
푸근한 미소가 새해에도
많은 이들에게 편안함으로 전해졌으면 한다.

장안사 담장 옆의 은행나무 나목에
까치집이 자꾸만 늘어나면서
까치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산사의 풍경 속에서 겨울날의 까치소리는

가장 듣기 좋은 자연의 소리였다.

 

장안사에서 볼 일을 마치고
숲으로 가는 길에 바라본 장안사 전경이다.

일년이면 서 너번 정도, 그 숲으로 가는 길에
올해 마지막날에 또다시 걸어가본다
인적이 드문 숲길에서
딱따구리 소리만 고즈넉한 숲길의 정적을 깼다

여름에는 울창한 숲이라서
하늘도 보이지 않았고
늦가을에는 낙엽이 푹푹 쌓이던 숲길인데
겨울 숲은 인적드문 적막함뿐이었다.

암자 울타리 주변에
감나무가 말랑 말랑 홍시가 되어 있었다.

손가락으로 살짝만 누르면
금방 터질 것  같은  
홍시들이 어찌나 먹음스러웠던지?

암자 마당가에 서서
멍때리듯 감나무만 쳐다보았다.
저렇듯 먹음직스런 홍시를 따지 않는 이유는
아직도 많이 남은 겨울 때문에
산 새들의 먹거리라는 것이 우선인듯 했다.

나무 밑에 밑거름으로
한줌의 재가 된 우리집 아저씨
그래도 무덤 보다는 나무가 낫지 않을까?
애써 위로를 하듯...
혼자만의 중얼거림도
뒤돌아서면 곧바로 그리움이 되곤 했다.

그렇게 인연이 된

나무 꼭대기를 올려다봤더니
겨울나무 마른 잎사귀들 마져
눈이 부시게 아름답게 보여졌다.

암자 입구에서
사그러져 가고 있는 갯국화를 만났다.
노란 색깔들이 겨울 숲을 참 예쁘게 했다.

2025년 새해 달력은
꼭 해마다 12월 31일에 받아온다.
절에 가는 날짜와
음력 날짜가 잘 표기 되어 있어서인지
집에 꼭 필요한 달력이라서
해마다 그 해의 마지막 날에
교무금 납부 후 새 달력을 집으로 가져온다.

'그림 > 산사의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을사년 새해 첫날 통도사에서  (21) 2025.01.02
설경이 아름다운 수국사  (20) 2024.11.28
서귀포 산방산의 산방굴사  (12) 2024.11.25
날씨 좋은 날 통도사에서  (25) 2024.11.04
가을 향기가 있는 절집에서  (33) 2024.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