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화창한 가을날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기만 했었다.
늘 비가 내리고, 바람도 불고, 우중충하기만 했던 가을날이었는데...
엊그제 금요일은 초하루였으나 비바람이 너무 심하다고 뻥뛰기 된
안전문자 메세지 때문에 절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또한 주말과 휴일에는
날씨도 좋지 않았으며 다른 사정으로 시간도 낼 수가 없었다.
무슨일이 있어도 한달에 한번씩은 꼭 통도사 부처님을 뵈러 가야 했으나
내게 의미가 있던 초하루, 초이틀, 초삼일을 뜻하지 않은 일들로 보낸 후
오늘은 모처럼만에 시간을 내봤는데, 날씨 까지 기분 좋게 했었다.
그래서 가을나들이겸 부처님을 뵈려고 통도사를 다녀오게 되었다.
오늘 아침 집에 나설 때의 기온은 13도였고, 한낮에는 22도였다.
많이 추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것은 사람들의 계산착오인듯
입고 갔던 옷들을 벗어서 손에 들은 모습도 한번쯤은 봐줄만 했다.
지난달, 음력 9월 초하루 보다는 훨씬 더 예쁘게 내려앉은 통도사의 풍경은
오랜세월 동안 봐왔어도
언제나 변함없는 예쁜 풍경이라는 것에 새삼스럽게 또 감동을 해본다.

통도사 개울가에 예쁜 가을이 내려앉았다.
이 정도의 풍경이라면
아마도 다음달 초하루 쯤에는 낙엽이
몽땅 떨어질 것이라는 아쉬운 생각을 해봤다.

통도사 일주문 주변에도
이미 예쁜 가을은 첮아들고 있었다.
초하루가 지난지 벌써 나흘...
많은 사람들로 붐비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일주문을 드나드는 발걸음은 많았다.

언뜻 나무 잎에 꽃이 핀 것 처럼
빨간 열매가 시선을 자극했다.
열매 이름 보다는...
구슬 처럼 예쁜 모습에 사진을 찍어봤다.

화살나무 열매인가?
백당나무 열매인가?
아무리 들여다봐도
예쁜 열매 이름은 알 수가 없었다.

절집에 감나무의 감을 빼놓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통도사의 감나무는
올해는 그다지 작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겨우 이곳의 감나무만 풍성해 보였다.

10월 내내 국화 전시회를 한 후
11월에는 모두 철거한 흔적이 보였는데
겨우 이곳의 국화탑만 남아 있었다.
좀 더 활짝 피었더라면 예뻤을텐데...
아직도 덜 핀 곳이 많이 보였다.

요사채 앞의 감나무는 다닥다닥이지만
이 모든 것들은 새들의 겨울양식이 된다는 것이다.
12월쯤에는 거의 말랑말랑으로
곶감이 되어가도 건들지 않는 요사채 감나무이다.

통도사 창건 설화가 깃든 구룡지 연못에
수련꽃은 모두 사라지고
비단 잉어들만이 여유로운 모습이다,

초하루 부터~초 삼일 까지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불사리탑에
문을 열어놓고 있으나
오늘은 초 나흘이었기에 문이 잠겼다.
그러다보니 불사리탑을 바라보며
이곳에서 삼배를 드리는 분들이 많았다.

초하루에는 구룡지 주변에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그냥 평일에는 이렇듯 여유스러웠다.
통도사 창건주이신 자장율사와 연관된
담장 너머 부처님 불사리탑과
이곳 구룡지는 꽤나 신성한 곳이다.

구룡지(九龍池)는 구룡신지(九龍神池)라고도 불리는
통도사 창건설화를 담고 있는, 조그만 연못으로
그 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다리의 돌기둥에는
천장비계자장득시역문수촉래(天藏秘界慈藏得是亦文殊付囑來)
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재미있는 풍경이 이곳에 있었다.
그동안 이름표(돈표)가 꽂힌 국화 화분이
이렇게 한곳에 폐기 되었다.
괜찮은 국화꽃들을 재활용 하려고
집으로 가져 가는 사람들이 눈에 띄였다.
멀쩡한 국화꽃들이
저렇게 쓰레기로 바뀌는 모습도... 씁쓸했다.

몇 개 밖에 달리지 않은 모과의 색깔은
아직도 푸르스름이다.

통도사 삼성 반월교 다리 주변의
울창한 나무들이
늦가을 풍경을 제법 예쁘게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담장이 있는 쪽의 나무들은
아직도 푸르름이 많았다.

따끈한 커피 한잔과 함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나무 밑에는
이렇듯 아름다운 가을을 연출하고 있었다.
어떤 곳은 아직 푸르름이었고
어떤 곳은 완전한 단풍 색깔...
또 어떤 곳은 어느새 낙엽되어 뒹굴고 있었다.
만추 풍경도 한꺼번에 즐길 수 없음은
변덕스런 기후 탓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도 분위기 있는 곳에서의 휴식은 편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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