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에 떠난 제주 여행의 끝은...
서울로 돌아온 후 하얀 눈의 축복으로 깨끗하고 아름답게 마무리 된듯 했다.
폭설로 인하여 교통이 마비되고
이런저런 사고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봤으나
그래도 내게는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설국 세상이었다고 강조하고 싶어졌다.
부산으로 내려와서는 무슨 개선장군이나 된 것 처럼
만나는 사람마다 사진을 보여주면서 자랑아닌 자랑도 해봤다.
뉴스로 폭설의 눈소식을 들었다면
정말 그렇게 많은 눈이 내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겠으나
실제로 지켜봤으면서도 생각할수록 꿈속에서 일어난 일 처럼 가물거림은...
너무 오랜만에 폭설, 설국이라는 것을 봤었기에 뇌가 충격을 받은듯 했다.
눈이 펑펑 쉴새없이 내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마음은 싱숭생숭이었다.
오후 2시40분 KTX 열차 시간은 많이 아쉬웠고 갈등도 느꼈었다.
한번 두번 미뤘던 치과병원 예약을 더이상 미룰수가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10년이 지나가도 눈이 내리지 않는 부산으로 또 가야 한다는 생각이 아쉬웠다.
그래서 여동생집 주변에서 15분 거리의 절집으로 바쁜 걸음을 해봤다.
하얀 눈이 쌓인 절집의 모습이라도 마음속에 담아놓고 싶었다.
그래야만 미련없이 열차를 탈 수 있지 않을까, 철없는 생각이 재미있기도 했었다.
서울 둘레길이면서
은평 둘레길의 데크길을 걷다보니
눈이 쌓인 숲속에서
절집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겨울만 되면 여러곳의 절집이나 암자를 다니면서
눈이 쌓인 고즈넉한 산사풍경을
한번쯤 보고싶다는 것이 큰 바램이었는데...
올 겨울은
그런 바램이 이루워졌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하얀 눈속의 빨간열매!!
이런 풍경도 꼭 한번 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또하나의 바램도 이루어졌다.
눈이 쌓인 숲길에서의 빨간 열매를
그동안 얼마나 보고싶어 했는지?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인즉
'죽어도 여한 없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단풍이 물든 나무 위의 설경
진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데크길에서 절집으로 내려가는 길이
눈 때문에 막혀 있었다.
그래서 길 찾느라 이리저리 뱅뱅 돌다보니
덕분에 눈속에서 빨간 열매도 보았고
단풍잎도 봤었음이 오히려 대박이었다.
절 마당으로 뛰어 내릴 수도 없고
절은 눈 앞에 있는데, 길이 사라졌다.
그래서인지 데크길에서 바라보는 것도 좋았다.
절 마당으로 내려가기 위해 길을 찾았더니
눈 속에 발이 푹 빠졌다.
빗물이 아니고 눈이었기에
운동화를 벗어서 눈을 털었더니 해결되었다.
하얀 눈속의 전각이 그림처럼 예뻤다.
고즈넉함이라는 글귀와
너무 잘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잠시 법당 앞에서 내리는 눈을 피했다.
내리는 눈을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제껏 부산 살면서 해보지 않았던 일이다.
평소에는 이곳에서
멀리 북한산 봉우리가 보였는데
너무 하얀 세상이라서인지
주변의 모습들이 단조로워 보였다.
이곳은 수국사 초전법륜상이 모셔진 곳인데
눈 속에 갇힌듯 형체도 분간이 안되었다.
초전법륜상은
룸비니 동산에서 붓다의 깨달음을
다섯 제자에게 공식적으로 가르치는 법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장소를 재현한 곳이다.
빨간 산수유 열매도
제법 예쁜 모습으로 눈에 띄었다.
어디든지 눈이 쌓인 곳은 신기하고 멋졌다.
한포기 남아 있는 맨드라미꽃 위로
하얀 눈이 수북하게 쌓여서
맨드라미가 곤혹을 치르는 것 처럼 보여졌다.
미륵대보살상이 모셔진 경내에도
발이 빠질 만큼 눈이 많이 쌓였다.
그래서 정면으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수국사는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 자리한
황금 법당의 절집이며
대한불교 조계종 직할교구 본사인 조계사 말사이다.
수국사는 1459년 세조의 큰아들 덕종의
극락왕생을 위해 능침사찰로 지어졌는데
그 때의 절이름은 정인사였다.
그뒤 1471년 봄에덕종의 부인이자 성종의 모후인
인수대비 한씨가 중창할 것을 명하여
총119칸의 중창 했는데
당시 절 규모가 봉선사와 쌍벽을 이뤘다.
1721년에는 서오능에 모셔진
숙종과 인현왕후의 능침사찰로 지정되면서
수국사라고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수국사 용왕단
수국사는 6.25 전란으로 옛모습을 잃었으나
역대 주지스님들이 계속 중창을 거듭 해오다가
1995년에는 황금 법당을 지었는데
대웅보전을 황금으로 만들었기에
황금보전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수국사 황금보전 법당은
외 9포 내15포 108평 규모에
청기와로 된 목조지붕이며
법당 안팍은 기와 외에는 100% 순금으로
개금불사 하였다고 하며
실제 순금이 33kg이 들어갔다고 한다.
숲길의 단풍나무가 돋보이는 풍경도
하얀 눈 덕분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무엇이 자꾸 미련이 남은 것 처럼 되돌아보니
황금색의 절집이
나무 숲 사이로 꿈인듯, 보여지는 것도
꽤나 아름답게 보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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