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여름은 유난히 덥다는 소문이 사실이었음을 실감케했다.
더구나 쉼없이 날아드는 폭염 문자 메세지는 진짜 긴장하게 만들었다.
해풍이 불어대는 해안가 주변이니까
설마 폭염 까지는...하고 반문 했었으나
그것은 한낱,나혼자만의 헛된 망상이었다는 것에 픽~ 웃어봤다.
오늘 낮 최고 기온은 36도 였었는데...
식을줄 모르는 열기는 오후 5시가 넘어서도 계속되었다.
불볕의 찜통 더위는 매미도 지쳤는지?
매미소리도 들리지 않는 무더운 오후에 해안가로 나가보기로 했다.
그냥 나간 것이 아니라 걷기운동 핑계 삼아, 한여름 바닷가에서
보랏빛 꽃이 피는 순비기나무꽃을 만나러가기 위해서 였다.
그렇지만 해안가 옆, 울창한 숲길을 걷는 것이 약간은 두려움이 있었다.
불볕의 열기 때문인지, 오후 5시에도 걷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불지옥 같은 36도라는 기온을 체험하기 위해 한번 걸어보고 싶었다.
36도 였을 때 걷기운동은 어떤 기분일까?
미친짓인줄 알면서도 이유없는 반항도 아닌데, 그냥 용감한 척이었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려서 해안가 옆 숲길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훨씬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낮기온은 36도, 체감온도는 39도.. 위협적인 문자 메세지에 비해서
해안가의 기온을 체크하니 36도였으나 바다에서 불고 있는 바람은
땀방울이 쏙 들어갈 만큼의 시원한 선풍기 바람이었다.
그래서 무더운 여름 휴가는 "모두들 바다를 찾는구나" 새삼 느끼게 했다.
순비기나무꽃을 만나러 가는 길은
기장 해안길 오시리아 길이었다.
버스에서 내려서 20분쯤 걸어가다가
다시 숲길을 거쳐서 해안가를 걸어야 했다.
에어컨이 빵빵한 버스에서 내렸을 때의
훅~하며 느껴지는 열기는
꽤나 긴장하게 했지만 해안가의 바람은
생각보다 훨씬 시원했다.
오시리아 해안 길을 걸으면서
순비기나무꽃을 찾아봤으나
가까운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고
20분을 걸어가면서 찾아봐야 했다.
순비기나무꽃은
꿀풀목 마편초과에 속하는 관목으로
태평양과 아시아, 오세아니아가 원산지라고 하는데
해안가 모래밭에 서식한다고 했다.
보라빛 순비기나무꽃은 그냥 예뻤다.
한여름 뙤약볕에서
이렇게 꽃이 핀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순비기나무꽃의 꽃말은 '그리움'이다.
요즘이 순비기나무꽃이 피는 시기가
한창 제철인듯...
아직은 시들어 가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순비기나무를 식재료로 사용할 때는
순비기나무 열매를
약재로 쓰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하는데
효능으로는 두통완화라고 했다.
순비기나무는 황해도와 경상북도 이남의
바닷가 모랫땅에
비스듬히 누워서 자란다고 하는데
바닷물에도 죽지않는 내염성이 있다고 했다.
순비기나무는 추위에 강하고 낮게 자라기 때문어
지피식물이나 해안가 도로변의
피복용으로 심기에 적당하다고 한다.
오후 5시 50분 쯤의 해안가는
거의 햇볕이 없는 반그늘이었다.
모래가 아닌 자갈들이 많은 해안가인데
자갈 속에서 자라는 순비기나무가
신기하기만 했었다.
해안가는반그늘이고
바다는 석양빛 때문에 환한 모습이었다.
땅찔레꽃 넝쿨 위로 피고 있는
순비기나무꽃의 보랏빛이
볼수록 매력적이라는 생각이다.
6시 쯤의 수평선에는 노을빛이 맴돌았다.
이곳은 동해남부 해안가인데
석양빛이 수평선에 비친다는 것이
늘 아리송이었다.
순비기나무꽃을 만나기 위해
1시간 10분정도 소요되는 오시리아 해안길을 걸었다.
선선한 가을날도 아니고, 포근한 봄날도 아니고
걷기에 괜찮은 초여름도 아닌...
36도 불볕의 해안길을 걷는다는 것은 완전 미친 짓이었다.
그래도 만나고 싶었던 순비기꽃을 만났고
생각보다 훨씬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오시리아 해안길이 끝나는 동암마을 선착장 까지 잘 걸어 갔었다.
그래서 오늘의 걸음수는 10,250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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