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으로 정월이 시작된지 벌써 3일째...
설명절 차례 준비로 재래시장, 대형마트, 그리고 항구 까지...
바쁘게 찾아 다녔는데 어느새 명절이 지난지 3일이 지나가고 있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일년이 지나갈 것 처럼 지속되는 덧없는 세월은
내 능력으로는 붙잡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냥 쓴 웃음뿐이다.
설명절로 연결되는 일로 며칠만에 해안가의 지인 집에
볼 일을 보러가면서 마을버스에 내렸더니
그렇게도 야속할 만큼 넘실대던 거센파도는 흔적없이 사라졌고
호수 처럼 맑고 잔잔한 파도는
햇살에 반짝이는 윤슬마져, 눈이 부실 만큼 바다를 아름답게 했다.
지인집으로 가면서 일단 해안가를 한바퀴 했더니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은 어느새 봄이 왔다는 것을 미쳐 몰랐을 만큼
화사하게 핀 매화를 비롯해서 봄날의 분주한 모습들도 곳곳에서 보여졌다.
해안가의 어느집 창가에
빨간 제라늄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창문 앞은 데크길을 걷는 바다였는데
풍경 자체가 예뻐보였다.
이곳 마을버스 승강장에서 하차를 했는데
어찌나 바다가 예뻐보였던지?
그렇게 거센 파도가 물거품 까지 동반해서
몇날 몇일을 미쳐서 날뛰더니
바다 역시 설명절을 잘 보낸 것 처럼
잔잔해진 바다는 호수 처럼 평온해보였다.
데크길을 걷다보니
해안가 갯바위 주변은 많은 사람들이
이른 봄날을 즐기는 것 처럼
낚시 삼매경에 빠져 있는듯 했다.
어촌마을 속으로 들어가봤더니
곳곳에서 미역냄새가 진동했다.
벌써 봄!!
해안가에서 건조되 미역은
이른봄 해풍에 말리는 것이 맛있다고 한다.
마을 곳곳에는 미역 말리는 작업이
분주하기만 했다.
예전에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그 유명한 기장미역이다.
이른 봄날 매화가 피기 시작하면
이곳 기장 해안가 마을은
미역을 채취하여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일년 중 물미역이 가장 맛있을 때도
요즘인 것 처럼
쫄깃쫄깃 멸치젓갈 양념에 미역쌈이 밥도둑이 되기도 한다.
어촌마을 주변에는
풋마늘도 엄청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이때쯤 풋마늘 무침도
참 맛이 있을 때라는 것을 지인집에서 알게 되었다.
새콤달콤 고추장 양념으로 무친 풋마늘이
입맛을 돋구게 했다.
바다 한복판 갯바위 옆 테트라포드 위에서
갈매기들이 모임을 갖는 것 같았다.
등대 앞의 테트라포드 위에서도 역시
갈매기들은 따사로운 봄날을 즐기려는듯...
오늘은 겨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따뜻했던 봄날이었음을 인정해본다.
지인집 뜰 앞의 화단가에
수선화 새싹이 뾰족뾰족 예뻤다.
언제쯤 노란꽃을 피우려는지?
제법 매향이 스치는 해안가에도
흐드러지게 피고 있는 매화가 봐줄만했다.
날씨가 맑고 푸르니까
꽃도 예뻐보였고 꽃향기도 매혹적이었다.
곳곳에서 홍매화도 보였지만
그것은 마을버스 속에서 바라봤을뿐이고
백매화는 지나는 길목마다 지천이었다.
그윽하고 달콤하고 매혹적인 향기가
이른 봄날을 참 기분좋게 했다.
완전하게 어두워졌을 때
꽃사진을 일부러 찍어봤더니
생각보다 예쁜 매화 모습이었다.
어두워진 해안가에서 바라본
바다 건너 저쪽 어촌 마을 풍경이다.
혼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늘 쓸쓸했으나 바다 풍경은...
낮에는 낮대로 밤에는 밤대로 봐줄만 했다.
바다에 풍덩 빠진 것 같은 불빛들이
어쩜 저리 예쁜 것인지?
늘 보게되는 바다의 풍경은 기분이 휩쓸리는대로
분위기에 따라 멋져 보인다는 것도 아리송이었다.
그러나 지겹지 않은 풍경속에서
매화향기와 미역이 건조되는 냄새의 이른 봄날은
그래서 더 아름다운 것인가 생각해봤다.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중섭 미술관 가는 길에서 (17) | 2024.02.21 |
---|---|
서귀포에서 만난 하얀목련 (21) | 2024.02.21 |
비바람이 멈춘 들길을 따라서 (19) | 2024.02.05 |
1월 끝자락 바다 풍경은... (20) | 2024.01.30 |
겨울숲의 산책로를 따라서 (16) | 2024.01.29 |